아동학대 원장․보육교사 10년간 근무 제한 등 정부 대책 마련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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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한국 신원경 기자] 어린이집 교사들의 아동학대가 잇따르면서 아이를 맡긴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에게 미치는 심리적 상처와 후유증이 큰 아동학대가 되풀이되고 있어 근본적 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신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현황’을 보면, 2009년 67건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신고는 2010년 100건, 2011년 159건으로 집계됐다. 2년 새 2.4배로 늘었다. 학대 행위는 신체학대(28.3%)가 가장 많고, 정서학대와 방임(23.9%), 신체학대와 정서학대(16.4%)를 같이하는 사례도 있었다.

어린이집 잔혹사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어린이집에 맡겼다가 뇌사상태에 빠진 생후 6개월 아기가 49일 만에 숨진 가운데 영유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생후 6개월 된 김 모 군은 지난 4월9일 낮 12시쯤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여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김 군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했으나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이날 뇌사 상태에 빠진지 49일 만에 숨졌다. 김 군의 사망 원인은 이른바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교사 4명이 갓 돌 지난 아이를 사정없이 때려 온몸에 피멍이 든 사건이 발생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곳이 공립 어린이집이라는 점으로 사설보다 낫다는 인식을 깨버렸다는 데 있다.

이들 교사들은 어린이집 교실에서 칭얼댄다는 이유 등으로 1세 아동의 머리, 등, 엉덩이 등을 때리거나 얼굴에 이불을 뒤집어씌운 채 방치했으며, 감기에 걸렸는데도 숟가락 1개로 아동 5명에게 밥을 먹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한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피를 토할 만큼 때리고, 몇몇 곳에서는 보육교사에 이어 어린이집 원장까지 가세해 아이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세종경찰서는 1세 영아를 폭행한 혐의로 정부세종청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40대 여교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신고자에 따르면 여교사가 유아의 얼굴에 일부러 공을 던지는가 하면, 누워있는 매트를 걷어내 아이를 바닥에 굴리고, 화장지 곽으로 머리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신고자는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로,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폭행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서울 송파경찰서가 아동학대와 횡령 등의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인 민간 어린이집들은 ‘어린이들을 돈으로 보고 장사를 해왔다’고 해도 반박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서울에 어린이집 3곳을 운영하고 있는 정씨는 청과물 시장에서 팔리는 배추에서 떨어져 나온 시래기를 싸게 사들여 아이들에게 먹였다. 수업중인 아이들에게 시래기를 비롯한 식자재를 1층부터 4층 조리실까지 나르도록 했다. 미국산 쌀이나 중국산 김치는 원산지 표시를 국내산으로 위조했고, 더 나아가 학부모들에게 유기농이라고 속여 매달 최고 6만원까지 ‘유기농비’를 추가로 받아내기까지 했다. 이밖에도 하루에 1ℓ짜리 우유 2개를 80여명의 아이들에게 나눠 먹였다. 그러고도 정상적으로 배식한 것처럼 속여 월 50만~90만원씩 떼먹었다.

▲ 지난4월18일 부산 수영구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서 여교사 2명으로부터 맞아 피멍이 든 17개월짜리 여아의 상처
▲ 지난4월18일 부산 수영구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서 여교사 2명으로부터 맞아 피멍이 든 17개월짜리 여아의 상처
보육교사에게 특별활동비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한 것처럼 은행 입․출금전표를 꾸몄다. 이같은 방식으로 7억3000여만원을 빼돌렸다. 자신의 남편에게 보육교사 자격증을 위조해 허위로 명단에 올려 국고보조금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확인된 비리 어린이집이 무려 700여개소에 이른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국고보조금 및 특별활동비 횡령액만 300억원대”라고 밝혔다.

지난 5월28일 방영된 MBC ‘PD수첩’에서는 보육교사들 사이에서 소문만 무성할 뿐 실체는 없었던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직접 입수했다. ‘블랙리스트’란 어린이집 연합회 소속 원장들이 자신들의 뜻을 거스르거나 비리를 신고한 교사들의 인적 사항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문서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돌린 후 교사들의 재취업을 막기 때문에 교사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까 두려워 원장의 비리를 알면서도 모른척해 왔던 것.

심지어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 블랙리스트도 있다. 어린이집 관련 민원을 넣거나 항의하는 부모의 아이는 받지 말라는 이야기가 원장들 사이 오간다고 한다.

한 전직 보육교사는 “(폭행당한 아이가) 빨갛게 피를 토해서 숨을 못 쉬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폭언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머리 감을 때 문질러 주는데 세게 문질러 아이가 아프다고 소리를 지른다”, “우는 아이들에겐 더 가혹하게 대한다” 등 치 떨리는 아동학대 사례가 이어졌다.

▲ 어린이집에 맡겼다가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으로 뇌사상태에 빠진 생후 6개월 아기가 49일 만에 숨졌다
▲ 어린이집에 맡겼다가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으로 뇌사상태에 빠진 생후 6개월 아기가 49일 만에 숨졌다
어린이집 학대 피해 아동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진다. 평생 애한테 미안해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보호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학대를 당한다는 부모의 호소이다. 부모가 아이를 믿고 맡기고, 가장 나이 어린 아동을 보육하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끊임없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파장 속에서도 부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정부에서 내놓은 ‘안심보육 특별대책’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정부의 대책을 살펴보면, 아동학대 교사나 원장에 대해 10년간 시설 설립이나 근무를 제한하고, 학부모와 원장의 담합으로 부정수급을 한 경우엔 고발 및 보조금․양육료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통학차량 신고를 의무화하고 법규를 반복 위반하면 어린이집을 폐원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어린이집 불법운영을 고발하는 공익제보자의 보상금을 확대한다. 보육교사의 처우도 유치원교사 수준으로 높이며, 대체교사를 확대하고, 보조교사를 채용해 업무 부담을 경감할 계획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돌봄시설 인권보호 및 학대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부터 어린이집 등에 시설안전지킴이를 배치해 학대 여부 등을 감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모바일 설문조사 업체 두잇서베이가 지난달 41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1.7%가 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 법안 발의를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달 29일 최근 아동학대와 보육교사 인권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어린이집 CCTV에 대해서 보육교사와 원장, 학부모 간 합의해 설치할 경우에는 시에서 설치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어른에게 폭행당하거나 폭행 장면을 본 아이들은 불안감과 우울감이 만성적으로 깔리며 쉽게 위축되고 주눅 드는 경향이 있다. 꼭 신체적 폭행이 아니어도 언어폭력이나 심리적인 위협도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보육교사들의 아동인권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며, 교사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며 문제가 된 어린이집은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아동보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 대책이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부의 관리 감독 하에 운영되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일정 비율 이상이 되면 민간시설도 스스로 보육의 질을 높이지 않을까. 정부는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는 어린이집 비리와 아동학대 사건을 이번 기회에 뿌리까지 뽑길 바란다.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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