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1위 규모 불구, 여전히 브랜드 인지도 미약…기술력 세계 수준이지만 판매는 저조

 
 

세계 화장품 시장점유율 2.8%. 세계 화장품 규모 11위. 2011년에는 세계 화장품 100대 기업에 국내 업체 3개사 보유, 연생산 1000억원 이상 메가 브랜드 13개 보유.

이는 대한민국 화장품의 세계적인 위상을 말해주는 수치다. 이것만 보면 한류 열풍과 화장품 산업 확대로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이 같은 수치가 얼마나 자의적인지 알수 있다. 수출 대상국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화장품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으로 지난해 2억1592만2000불로 전년대비 5.7% 증가해 전체 수출의 22.1%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17.4%), 홍콩(14.6%) 상위 수출 3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4.1%에 달하고 있다.

또한 화장품 수입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이 3억6101만9000불로 전년대비 16.8% 증가해 전체 수입의 29.1% 차지하며 수입국 1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프랑스(23.6%), 일본(17.7%)이 전체 화장품 수입 실적의 70.4%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일본을 제외한 화장품 선진국에서는 국내 화장품의 성과가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대한화장품협회가 발표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 인지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그대로 증명된다. 한국산 화장품은 프랑스 화장품의 1/5, 미국과 일본 화장품의 1/2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이 낮고, R&D 투자도 소극적이다. 일례로 우리나라 화장품 기술 수준은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해 67.4% 수준으로 기술격차는 5.2년이 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우리나라 제약기업과 비교해 정부의 R&D 지원 규모도 미흡한 성황이며, 대통령 표창 하나도 없는 분야가 바로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현실이다.

산업 현황도 허리가 부실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2012년 기준 생산실적이 1000억원 이상인 제조판매업자는 10개사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5.4%에 달하고 있다.

반면 생산실적이 10억 미만인 제조판매업자는 1579개사로 이들 기업의 생산실적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전체 소비시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일부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계 100대 기업에 들어가 있는 기업도 메가 브랜드도 이들 대기업 위주다. 결국,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글로벌화를 외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이들 몇몇 기업에 국한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일부 중소기업들이 성공한 사례도 가끔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들 대기업들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업계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해외법인 매출을 더해도 화장품 수출 실적은 내수시장의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세계 화장품 대표 글로벌 기업들인 로레알, 에스티로더, P&G, 시세이도 등을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을 벗어난 국가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이유는 짧은 화장품 산업 역사, 정부의 지원 부족, 현지화 전략의 부족,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해외 선진국들의 인지도 부족 등 여러 가지로 분석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의 부족이 아닌가 쉽다.

변화해야 될 시기가 왔지만 변화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일례로 우리나라는 늘 한방화장품을 우리나라 고유의 경쟁 무기로 내세워왔다. 실제로 지난해 한방화장품 생산실적은 1조8102억원으로 전체 생산실적 7조1226억원의 30%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한방화장품이 대부분 판매되는 곳은 세계가 아닌 한국이다. 결국,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잠재력이 있는 제품으로 매년 거론되어 왔지만 우리만 사고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일본에 진출하거나 미국, 유럽에 진출한 한방화장품의 성공 사례는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분명 오늘날 우리나라 화장품 기술은 이제 세계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실제로 몇몇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화장품을 OEM 생산하고 있으며, OEM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것과 판매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단순 수탁만으로는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서 우리 브랜드로 우리의 이름을 내건 제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탄탄한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다.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음식맛과 식자재의 우수함, 주방장의 솜씨, 서비스, 가격, 시기적절한 메뉴 선택 등이 중요하듯 화장품 산업 역시, 화장품의 효능과 원료의 우수함, 공장장 및 생산직원들의 노하우, 서비스, 가격, 시기적절한 제품 선택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탄탄한 전문 인력 양성, 우수한 원료 개발, 서비스 차별화, 시대 상황에 맞는 제품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 화장품 선진국의 화장품 역사에 절반 정도에서 세계 수준의 화장품 제조 기술력을 보유한 것은 분명 우리나라의 저력이다. 그리고 이는 충분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가능성은 말 그대로 가능성이다. 가능성을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내수시장 침체, 내수시장 경쟁 악화 등으로 무조건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기 보다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그에 부합 되는 내실 구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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