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화장품사 극소수, 중국 화장품 수출 때는 동물실험 의무

 
 
최근 EU가 화장품에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화장품사들 사이에서는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등이 화두가 되고 있으며,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 동물실험 반대를 선언하는 것은 물론, 다수의 화장품사들이 동물실험 반대를 내세우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하지만 최근 이러한 움직임들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물론, 화장품의 동물실험 반대는 여전히 안전성 문제와 대체실험법 연구 부족으로 인한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에 사이에서도 갑론을박되고 있는 사안이다. 또한 동물 보호 차원에서 일부 찬성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대체실험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과 안전성 문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장품사들의 화장품에서의 동물실험 반대 움직임에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인 모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화장품에 적용되는 동물실험이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화장품이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한 자료 제출이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을 대표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중국에 수출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동물실험 반대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 동물실험 반대를 외치지만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동물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화장품 수출금액은 2억1592만2000불로 전년대비 5.7% 증가해 전체 수출의 22.1%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수입되는 모든 화장품에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중국에 정식 절차를 거쳐 수출되는 우리나라 화장품은 모두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만의 문제도 아니다. 현재 EU의 경우도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법적인 조항은 만들었지만 단서 조항으로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허가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는 완제품도 동물실험을 한 제품은 판매하지 못하게 하지만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중국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는 동물실험을 허가해 준 셈이다.

결국 세계 3위의 화장품 거대시장,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화장품시장을 동물보호를 위해 놓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에는 로레알을 비롯해 다수의 EU 화장품기업들이 진출해 상당한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EU도, 동물실험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대부분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 3월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실과 동물자유연대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제기되었다.

당시 대한화장품협회 장준기 상무는 “국내 화장품시장 특성상 동물실험 금지를 위해서는 다양한 난관들이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업계의 의견을 대변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수출 1위 국가인 중국이 화장품 위생행정 허가 시 완제품 및 새로운 원료에 대하여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일부 제품과 원료에 대해 안전 확보를 위해 동물실험 자료를 요구하기도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아직 국내에 화장품 동물대체시험법에 의한 위해평가 방법 정립이 되어 있지 않고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및 적용 방안 마련이 미흡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등에 따른 예산 확보 및 집행이 필요한 실정이라는 것이 장 상무의 설명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 기능성화장품 심사 시 일부 새로운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 안전성을 위해 동물시험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 것과 화장품 신원료 평가 가이드라인에서 새로운 원료의 경우 안전성을 위해 동물실험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법적 변화도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 화장품기업들이 동물실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부 기업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중국의 화장품 정책이 바뀌어야 하고 우리나라의 화장품법 개정과 동물대체시험법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선행과제가 없고서는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현실에서 동물실험 반대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반면 더바디샵 등 EU의 일부 화장품 브랜드는 동물실험 반대를 위해 중국 등 일부 동물실험을 필수 항목으로 정한 국가에 수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분명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의 생각도 같은지는 의문이다. 더바디샵이 현재 중국에서 P&G와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로레알그룹이 인수한 계열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일종의 ‘아이러니’다.

물론, 더바디샵이란 브랜드의 동물실험 반대 역사는 로레알그룹이 인수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통인 셈이다. 그럼에도 기업과 브랜드를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선택의 몫이지만 분명 설득력은 부족해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 중에 동물실험 때문에 수출하던 것을 중단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는 수출 당사국 간 문화의 차이, 그리고 안전성에 대한 시각의 차이일 것이다.

또한 환경보호처럼 동물보호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우리나라 역시 안전성 문제만 본다면 여전히 동물실험 유무는 어느 한쪽의 입장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이미지와 마케팅을 위해 동물실험 반대를 외치기보다는 실질적인 대안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우리나라의 화장품법 개선, 대체실험법 마련,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중국 정부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윤리를, 사회적인 책임 의식을 강화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외침’만 있기 보다는, ‘대안’이 있길 원한다. 또한 ‘대안’이 있은 후에는 ‘행동’이. ‘행동’이 있은 후에는 ‘결과’가 있길 바란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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