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아용품 기획자, 맥클라렌 코리아 김준만 지사장

 
 
[뷰티한국 신원경 기자] 2013년 유아용품 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까지 프리미엄화 일변도로 달려온 유아용품 시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고가 유모차의 선호도는 주춤했지만, 수입 유모차 시장은 여전히 활발하다. 올해 유모차 수입 비중이 기저귀를 앞지르며 사상 처음으로 유아용품 수입 1위를 차지했다. 영국과 호주, 독일, 네덜란드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유통하는 맥클라렌 코리아의 상품 기획 총괄 담당 김준만 지사장을 만나, 상반기 유아용품 시장 동향과 하반기 전망을 들어봤다.

■ 그간 유아용품 시장은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로 평가됐다. 올해는 어떤가?

유아용품 시장이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건 사실이다. 새로 태어난 소중한 아기의 안전과 편의에 직결 되어있기 때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지만, 다른 시장에 비해 덜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유아용품 시장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과시 위주의 소비패턴이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꼼꼼히 따지는 합리적 소비로 변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유아용품은 소중한 내 아이가 쓰는 것인 만큼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질 수가 없다. 지금의 소비 트렌드에 대한 해석이 ‘경기침체의 여파로 유아용품 구매에서의 씀씀이가 줄었다’기보다는 ‘합리적 제품에 대한 재조명의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프리미엄 유아용품’에 대한 개념이 ‘고가 제품’에서 ‘합리적 가치 지향 제품’으로 진화한 것이다.

■ 유아용품 시장은 수입품의 대중화와 함께 프리미엄화 일변도로 달려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형 컨슈머 리포트인 ‘스마트 컨슈머’의 유모차 평가를 기점으로 무조건적인 고가 유모차 선호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일었고, 합리적 가격의 실속형 제품들은 재조명됐다. 실제로 체감하고 있나?

스마트 컨슈머의 유모차 평가 발표는 국내 경제 상황과 함께 잠재돼 있던 합리적 소비 트렌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고 보면 된다. ‘명품 유모차’란 단어로 대표되는 유아용품 시장의 거품이 걷히는 시발점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합리적 소비라는 게 단순히 가격이 싼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맥클라렌은 한국 시장에 상륙한지 12년이 됐는데 그 동안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엄마들 사이에선 맥클라렌이라는 브랜드가 품격이 있으면서도 핸들링과 주행성능 등 유모차의 실질적인 성능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인데, 스마트 컨슈머의 종합 평가에서 1위를 하면서 올해 예측했던 것보다 매출이 급상승했다. 고가 유모차에 대한 선호도가 주춤하면서 합리적 가격의 실용적인 제품들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는 분명하다.

■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세계적 트렌드는 어떻다고 보나?

유아용품 시장은 특수한 시장이다.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아기의 안전과 편의에 직결된 제품인 만큼 고객들이 제품을 보는 관점이 특별하다. 특히 한국 시장의 경우 더욱 두드러지긴 하지만, 세계 유아용품 시장도 지속적으로 프리미엄화 돼왔다. 하지만 유아용품 시장의 프리미엄화는 다른 상품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구매는 부모가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자는 아이인 유아용품의 특수성 때문에 ‘명품백’을 고르듯, 단순히 ‘과시욕구’를 채우는 것만으로 프리미엄이란 수식어를 달수는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세계적 트렌드도 ‘안전과 편의 혁신(Safety and Comfort Innovation)’이 화두다.

■ 글로벌 유아용품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한국 시장은 글로벌 유아용품 기업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시장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혁신적인 제품의 소비자 반응을 시험하기 매우 적합하고 효과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다른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의 경우 제품에 대한 피드백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때문에 상품개발에서도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반영 비중도 크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예리하고 유아용품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과거 한국 맥클라렌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햇빛을 가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경청한 맥클라렌 본사는 유럽인들은 햇볕을 좋아해서 유모차에도 차양이 없지만 한국의 부모들을 위해 2007년부터 3단 차양의 캐노피가 있는 유모차를 출시했다. 또한 최근 론칭한 맥클라렌 V2는 유모차를 끌고 장을 보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여 장바구니 크기를 확장했다.

 
 
■ 올 상반기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아빠 마케팅’이다. BMW유모차와 다이퍼백 남성라인의 출시가 가장 대표적인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예전에는 아빠가 공공장소에서 기저귀 갈아주는 것을 쑥스럽게 생각했지만, 요즘 아빠들은 당연한 역할부담으로 인지하고 있다. 또한 엄마가 제품을 고르면 아빠는 결제만 해주는 식이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유아용품 구매 결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빠들은 유모차를 직접 구매하는 바이어이자, 아이와 함께 사용하는 유저가 돼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남성을 위한 다이퍼백을 상상이나 했었나? 그런데 올해 ‘페투니아피클바텀’이 기저귀 가방으로는 업계 최초로 남녀 혼용이 아닌 남성 전용 라인 ‘Sons of Trade’를 출시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맥클라렌이 BMW와 컬래버레이션해 출시한 ‘BMW유모차’는 아빠들은 물론 엄마들에게도 큰 인기다. 육아문화의 변화가 시장을 이끄는 거다.

■ ‘합리적 소비 트렌드’와 ‘아빠 마케팅’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나?

다시 강조하지만, 유아용품 시장에서 합리적이라는 것은 결코 단순하고 저렴하다는 뜻이 아니다. 분명한 건 예전같이 값만 비싸고 외관만 그럴듯한 제품들은 서서히 도태될 것이며, 제품의 안전성과 편의성에 가치를 더해주는 상품은 각광받을 것이다. ‘아빠 마케팅’은 사실 아빠 육아문화의 모멘텀에 달렸다. 3040 남성들의 특성과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아빠들의 육아를 촉진하는 상품들은 꾸준히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과 별개의 문제로 아빠들이 육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엄마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말이다. 맥클라렌이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높이자는 취지로 매년 엄마들을 대상으로 개최해왔던 Queen 선발 대회를 올해는 Queen and King으로 확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끝으로, 상품 기획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맥클라렌의 경우, 제품 기능이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한 상품은 기본적으로 상품계획에서 배제된다. 그 이유는 맥클라렌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품격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맥클라렌의 상품기획의 핵심은 혁신과 고객가치 제공이다. 즉, 제품의 안전성과 편의성의 관점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앞으로도 유아의 안전과 편의에 기여하는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진정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사진=김세진 studiomandoo@gmail.com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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