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심의로 본 영화심의의 문제점

[뷰티한국 윤지원 기자]최근 영화 설국열차가 개봉 하루만에 40만이 넘는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는 즐거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작년에 이어 2013년에도 한국영화의 흥행 돌풍이 계속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관상, 스파이, 변호인 등 쟁쟁한 한국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승승장구 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선전이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다. 지난해 대한민국에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이라는 영광을 안긴 김기덕 감독의 신작이 관객들에게 선보일 기회도 갖지 못할 처지에 처한 것이다. ‘뫼비우스’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게 받은 상영등급은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실질적으로 제한상영관이 없는 한국에서는 상영이 불가능하다.

▲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뫼비우스에 등장하는 근친상간 소재가 문제가 됐다. 두 차례 분량 삭제를 통해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김기덕 감독은 결국 지난 26일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영화를 공개하고 찬반 투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86%가 개봉에 찬성했다. 물론 이 결과가 영등위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다.

▲ 뫼비우스 못지 않은 진통을 겪은 영화 명왕성
▲ 뫼비우스 못지 않은 진통을 겪은 영화 명왕성
비단 뫼비우스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최근 영등위의 심의결과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제63회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서 특별 언급되며 기대를 모은 명왕성은 ‘일부 장면에 폭력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모방위험의 우려가 있는 장면 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청소년 사회의 모순을 꼬집은 영화로서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이후 제작사의 소명서와 영화계의 항변을 통해 15세 이상 관람가로 수정될 수 있었지만 한국영화 심의의 기준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다.

상반기 개봉한 영화들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등급은 계속됐다. 연인들의 달콤 살벌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 ‘연애의 온도’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 과도한 욕설과 비속어 사용 등이 그 이유였지만 직설적인 욕설과 폭력, 성관계가 묘사된 영화 ‘고령화 가족’은 15세 등급을 받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가족 화합을 그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욕설이 완화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라면 가족이 화합하며 영화를 마무리 짓는 ‘전설의 주먹’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영화마다 다른 영등위의 등급 기준(영화 연애의 온도, 전설의 주먹, 고령화 가족)
▲ 영화마다 다른 영등위의 등급 기준(영화 연애의 온도, 전설의 주먹, 고령화 가족)
영등위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예전과 같은 검열의 기준이 아닌 등급분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등위에 대한 시선이 너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매년 1000편이 넘어가는 영화를 관람하고 분류하는 영등위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문제는 등급에 대한 기준이다. 개개인이 가진 가치관과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의해 영화는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고 이는 몇 명의 심의위원의 의견을 통해 결정되기에는 너무 큰 문제이다. 수많은 인력과 노력이 들어간 창작물인 영화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제한상영등급을 매기는 일은 더더욱 말이다. 영화 ‘뫼비우스’에 대한 영등위의 재심의 분류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섣불리 짐작할 수 없지만 다 큰 어른들을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어른들이 결정을 내려주는 이 일들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까?

윤지원 기자 alzlxhxh@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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