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화합(和合)을 예로 들을 때 흔히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을 한다. 둘이 한 이불 덮고 살기에,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기에 싸움을 하고나서도 그 만큼 화해하기도 쉽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부는 자주 싸운다. 사람들이 부부싸움을 하는 이유에 대해 얼마 전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남녀 2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그들 직장인들은 평균 1주에 1.9회, 즉 두 번 꼴의 부부싸움을 한다고 답했다.

부부싸움의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가 25.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가사일 배분문제가 16.2%였다. 3위는 술(음주) 문제 14.4%, 4위는 시댁이나 처가 문제 12.2%, 5위는 육아문제로 9.4%였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나타나는 외형상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극단적으로 모든 부부싸움은 심리적 내면에 잠재해 있는 성(性)적 불만 문제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혼 부부의 30%는 성적인 부조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이혼조정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희씨는 이혼하는 부부의 70~80%는 섹스리스(sexless)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DNA를 이 세상에 퍼뜨려야 하는 성적 생물체임을 의미한다. 모든 생물은 종족을 번식시켜야 하는 것이 바로 신의 뜻이다.

그래서 부부는 ‘한 몸’ 한 뜻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든 인간의 마음이 변할 수 있는 ‘한 마음’ 한 뜻만 가지고는 거친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겨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세상은 두 부부만 사는 것이 아니다. 직접적으로는 자신들이 낳은 자녀들을 거느려야 하고, 시댁이나 처가 부모님과 형제자매, 가까이 하는 일가친척들과 상부상조하기 위해서 일단 부 부부가 먼저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

어디 가정뿐이랴.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자녀를 낳고 기르면서 자녀가 이 세상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모든 정열을 바치듯이, 경영인의 최대 관심사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단연 ‘업계에서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향한 영원한 도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그 업계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 어느 한 시점의 평가 결과에 따라 만족한다거나, 아니면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경영이 아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부부나 자녀라면 천륜을 저버리고 자신의 가정을 포기할 수 없듯이, 정상적인 경영인이라면 소비자나 구성원들과 약속한 사업을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안 그래도 세상은 치열한 싸움이 매일 벌어지는 전쟁터와 같다. 그 전쟁의 중심에 총칼을 들고 싸우는 군사들은 어느 한 가정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들이고, 그 가장들의 힘을 결집시켜야 하는 기업과 기업인이 함께 존재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건강한 부부와 같은 ‘한 몸 한 뜻’의 전의(戰意)다. 이것은 세상과 싸우기 위해 일심동체를 이루는 유기적 결합을 의미한다.

따라서 옛날부터 전쟁에 나서는 군사 전략가들은 ‘환경에 대한 인식’과 ‘사람의 화합’을 매우 중시했다. 천시(天時)는 불여지리(不如地利)요, 지리(地利)는 불여인화(不如人和)라는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즉 “하늘의 시기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의 화합(和合)만 못하다”라는 맹자의 가르침이다.

맹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는 물론 고대 동아시아는 생존을 위해 제후국들 간의 전쟁이 수없이 벌어졌다.

따라서 군사 전략가들은 적을 이기기 위해 하늘의 뜻을 살폈고, 견고한 성을 쌓거나 험준한 자연을 방패로 삼는 지형지물을 활용했다. “동남풍아 불어라”고 하늘에 제를 올리는 것은 천시(天時)를 살피는 것이었으며, 산골짜기로 적을 유인해 매복한 군사들로 하여금 무찌르게 하는 것은 지리(地利)를 활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람과 사람이 힘을 합치는 화합(和合)에는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사람의 인생이나 가정경제도 마찬가지의 원리다. 막연히 하늘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성실히 일하여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이 낫다. 또 그가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보다는 모든 사람과 사랑하고 화합하는 것이 낫다.

바로 이것이 전쟁에서 이기는 길을 제시하는 핵심 키워드다. 인류 전쟁사(戰爭史)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으로 흔히 회자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입체전(立體戰)이고, 다른 하나는 세력전(勢力戰)이다. 바둑으로 보면 입체전은 중원에서 대마(大魔)를 형성하는 일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입체전의 정당성을 말해준다. 대신 세력전은 사귀 귀퉁이에서 삶의 근거지를 마련하고 중앙으로 진출하면 통어복(通魚腹)으로 이긴다는 전술이다.

중국이나 한국의 역대 왕조가 선택한 전술은 대부분 입체전이었다. 왕이 도성(중앙)을 지키고 전쟁터에 장군을 파견하여 싸우는 방식이다. 국가 조직과 힘을 하나의 머리(왕)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배치시키는 전략이다. 현대전에서 나타난 입체전의 교과서적인 모습은 2차 대전 당시의 독일과 히틀러의 전략이었다.

반면 세력전은 왕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다. 몽골 유목민들이 채택한 방식이다. 왕은 한 명이고, 모든 전장(戰場)으로 갈 수 없기에 여러 명에게 각 현장 지휘권을 인정하고, 그 지휘자들 간에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이루어 전쟁에 임하게 했다. 하나의 이념적 방향성이 전제되어야 하기에 이를 세력(勢力)이라고 말한다.

입체전 전술이 현대기업의 경영전략에 활용되어 나타난 조직이 바로 ‘주식회사’ 형이다. 그 대신 19세기 후반에 세력전 전술도 등장하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 형이다.

사공이 한 사람인 주식회사 형은 현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이병철의 삼성그룹이나 정주영의 현대그룹, 구인회의 LG그룹, 최종건(최종현)의 SK그룹이 모두 주식회사 형태였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역시 ‘입체전’의 조직을 선택해야 했다.

사공이 여러 사람인 협동조합 형은 1844년 영국의 작은 마을인 로치데일에서 파업에 실패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출발한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이 효시다. 이후 썬키스트, FC바르셀로나(프로축구단), 알리안츠생명, 몬드라곤(Mondragon)과 같은 대기업들이 등장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이라면 서울우유 정도다.

여기서 우리는 전쟁에 임하면서 에너지를 결집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동력장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화합’과 ‘대동단결’이다. 세상 어떤 조직이든지 깨진 원인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입장이나 이익을 우선한 나머지 대부분 화합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직논리에서 보면, 몽골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며 장사를 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다핵 의사결정의 ‘세력전 협동조합’ 형이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두 몸 한 뜻’이어서, 잘해야 ‘한 마음 한 뜻’의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본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입체전 주식회사’ 형이 유리할 것이다. 그것은 최후의 순간까지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한 몸 한 뜻’의 구조로 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일수록 주주들과 경영자(CEO)가 한 부부가 되어 한 이불을 덮으려 한다. 그럴 때 부부싸움은 늘 칼로 물 베기가 된다. 부부가 부모를 섬기며 아이를 생산하듯 그런 기업들은 자신들의 DNA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아름답게 펼칠 수 있다. 홍익인간 정신은 ‘한 몸 한 뜻’의 화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노규수_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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