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1923년 어느 날 시카고에 있는 에드워드 비치 호텔에서 그 당시 미국 최고의 부자라고 불리는 7명의 사람이 모였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의 전 재산을 모두 합칠 때 미국 연합정부의 국고를 능가할 정도라고 할 만큼 대부호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신문 기자가 시카고에 모였던 그 날로 시작해서 정확히 25년이 지난 후의 그들의 생애가 어떻게 되었는지 추적하여 1948년에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첫 번째 사람이었던 강철회사 사장, 챨스 휴업은 25년 후 무일푼의 거지가 되어 죽었습니다. 두 번째 사람인 알써 카튼은 밀농사로 거부가 된 사업가였는데 그 역시 파산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쓸쓸하고 고독한 가운데 혼자 임종을 맞이했습니다.

세 번째 사람인 리차드 위트니는 뉴욕 은행의 총재였지만 자기를 둘러 싼 여러 가지 상황이 잘못되어 감옥에서 고독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네 번째, 엘버트 홀은 미국의 재무장관까지 지냈지만 감옥에서 막 풀려나와 집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웰스프트의 회장이었던 J,C 리버모아는 인생의 끝을 자살로 마쳤습니다. 여섯 번째 사람인 국제은행 총재였던 리온 프레이져 역시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쳤습니다. 일곱 번째 사람인 이반 크루컬은 부동산 업계의 거부였지만 자살 미수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 같은 보도를 접한 미국인들은 그들의 인생이 미국인들에게 부(富)의 허무를 알려주는 커다란 충격과 교훈이 되었다고 한다. 돈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게 하는 생생한 교훈이다. 2001년에 읽었던 이동원 목사가 쓴 ‘짧은 이야기 긴 감동’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위에 열거한 ‘7인의 부자’들이 시스템 경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최대의 지분을 소유한 오너 경영인들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대부분 “내 회사 내 맘대로 하겠다”는 독단적 발상일 것이고, 그것이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면 회사는 파산하게 된다.

2000년대 초 나는 다단계판매의 폐해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판매원들을 곤란에 빠뜨리는 불법 사업주들을 척결하기 위한 시민운동에 착수했는데, 당시 ‘미국 7인의 부자 이야기’는 나에게 경제활동에 대한 시민운동 방법과 방향, 만족도를 곰곰 생각하게 하는 주제로 다가왔다.

미국 일곱 부자가 실패한 여파는 결코 자신의 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틀이다. 지난 1990년대 말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 사태가 IMF외환위기 사태를 불러왔듯이 어느 기업이나 기업가의 몰락은 주변에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위험을 최소화하고, 가치있는 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집합시킬 수 있는 ‘집단지성’의 방법이 무엇일까가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협동조합형 시스템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전통적인 협력적 삶의 형태는 계와 품앗이와 같은 상부상조의 구조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현대적 의미의 첫 협동조합 시도는 20년 전인 1994년5월 경기도 안성에서 연세대학교 의대생들과 지역주민들에 의해 탄생한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을 들 수가 있다. 환자를 ‘돈’이 아닌 ‘사랑’, 의술(醫術)이 아닌 인술(仁術)로 치료해달라는 외침이 “차라리 내 병을 내 손으로 치료하겠다”는 소비자 주권선언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병원 운영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환자들이 힘을 모아 병원을 설립 운영함으로써 모든 조합원들이 병원운영의 주체가 되는 시스템으로 현재까지 발전해오고 있다. 이 조합은 이후 1998년3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에 의한 지역화폐(LETS)운동과 1999년8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제정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후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소셜기업의 육성,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기존의 소비자형 협동조합 일변도에서 벗어나 생산자형 협동조합의 도입을 2012년12월부터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운영할 수 있는 리더들의 자세와 의사결정 과정이 문제가 됐다. 여기에서도 결과적으로 ‘7인의 부자’가 등장한 것이다. 북미 최대의 밀 협동조합인 캐나다의 휘트 풀(Wheat Pool)이 1996년 막을 내리게 된 것이 그 좋은 사례다.

1924년 밀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모인 밀생산자협동조합으로 출범, 70여년의 역사를 가진 휘트 풀(Wheat Pool)은 다국적 곡물기업의 도전과 농업시장의 변화에 탄력있게 대응하지 못했다. 농사꾼들인 조합원들로서는 주식회사 형태의 곡물회사들과 경쟁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출자액에 관계없이 1인1표라는 의사결정 구조는 주인없이 사공만 많은 배로 전락하기에 충분했다.

북미 최대 농협인 팜랜드(Farmland)도 2002년 파산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한때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에 속할 정도로 우수한 사업체였다. 대표적인 파산 이유는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수익성보다도 조합원의 정치적 요구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짐으로써 효율적인 사업추진이 저해되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협동조합형 기업운영은 조합원들이나 회원들이 각자의 작은 힘을 모아 큰 힘으로 발전시키고,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시스템임은 분명하다. 일반 기업이 1+1=2의 구조라고 한다면, 마력(馬力)의 원리가 적용되는 협동조합형 기업에서는 1+1=4도 만들 수 있는 시너지효과가 그 안에는 존재한다.

다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7인의 부자’와 같은 독단의 경영구조를 탈피하고, 휘트 풀(Wheat Pool)이나 팜랜드(Farmland)와 같은 비효율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벗어나면서, 조합원들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협동조합형 시스템은 무엇인가?

그것은 SNS 즉 세계적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계시키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앨빈 토플러 등 수많은 경영 학자들이 이미 예측했던 시스템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손꼽히고 있는 최윤식(미래연구소장)은 ‘앨빈 토플러처럼 생각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공동체경영 정신인 ‘집단지성을 활용할 것’과 ‘상호 보완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만들 것’을 권하고 있다.

나는 2011년 불법다단계추방 시민운동을 마감하면서, 이 같은 협동조합형 기업경영을 추진하기 위한 네트워크시스템으로 수안보에 시범농장을 만들었다. 나는 이것을 ‘협동기업’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고 있다.

금년 여름부터는 이 ‘협동기업’에서 자두와 같은 농산물을 SNS디지털방송을 통해 전국, 더 나아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이제 실시간으로 우수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품을 골고루 소비할 수 있고, 주변에 소개할 수 있다.

또한 농진청과 농업기술센터로부터도 자문을 얻어 전국의 회원조직인 지역문화원이 특산품을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소개해나갈 수 있는 SNS디지털방송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물론 내가 회원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협동기업’식의 농장운영과 유통 네트워크시스템이 현대경제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협동조합형 기업운영의 모범답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협동기업’이 하나의 새로운 대안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 방식은 또 회원들과 중소기업과 농어촌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이기에 더욱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가을에 분명 새로운 유통․생산시스템이 이 땅에서 결실을 맺게 될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노규수_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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