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무의식의 물건에는 A급이 있으나 의식이 있는 인간에게는 A급이 없다고 한다. 창조주인 신이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B, C, D급 사이를 오르내리는 그만그만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너나 나나 근본적으로는 비슷하다. 다만 어떠한 자세와 각오로 이 세상을 사느냐에 따라 B급 인간도 될 수 있고, D급 인간도 될 수 있다.

물론 A급에 도달한 완성체형 인간이 인류 역사상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른바 대성현들, 즉 ‘사람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나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난 부처, 사막의 예언자로 추앙받는 마호메트나 천하를 주유하며 인덕(人德)을 설파했던 공자와 같은 분들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지 오래다. 신(神)의 세계에 오른 지존의 대상들이다.

어느 사람은 모든 인생은 ‘C’라고 규정한다. 인생은 ‘B’(birth-출생)에서 출발해서 ‘D’(death-죽음)로 끝나기 때문이다. 결국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간은 바로 ‘B’에서 ‘D’로, 즉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가는 여정일 뿐이다.

다행히 신은 ‘B(출생)’에서 ‘D(죽음)’로 가는 인생길에 ‘C’를 넣어 주었다고 한다. ‘C’는 찬스(chance), 곧 ‘기회’를 의미한다.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 사람은 언제 어떠한 곤경에서든 ‘다시 태어남’으로써 ‘B’급 인간이 될 수 있다. 고난과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나 행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경우다. 반대로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D’, 즉 ‘죽음’으로 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는 직장에서나 사회에서 결국 실패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잡을 용기가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는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기회가 왔음에도, 그 기회를 보는 안목이 없기에 스스로 차버리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기회를 ‘절세의 미인’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은 만나고 싶어 하지만, 적극적인 용기로 도전해오는 사람만 만나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회는 그리 흔하게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사람들을 보면 늘 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산다.

내가 2001년부터 테헤란로를 돌며 불법 다단계판매, 방문판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도, 이를 가볍게 여긴 사람들일수록 아직도 그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나, 불나비처럼 스스로 ‘불법의 현장’을 찾아가는 현상은 아이러니의 극치다.

그래서 공자는 ‘깨달음’의 경지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깨달음이란 이른바 도(道)의 경지를 일컫는다. 제대로 모르고 있던 사물의 본질이나 진리 따위의 숨은 참뜻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때 사람들은 “깨달았다”고 말한다.

성인들이 말씀하시는 그 ‘깨달음’의 높은 경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깨달았다”고 무릎을 탁 치는 것을 바로 ‘기회의 인지’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앞에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아느냐, 모르느냐…, 그리고 그 기회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에 따라 공자가 지적하는 깨달음은 달라질 것이다. 공자가 구분한 ‘깨달음’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의 인간을 A, B, C, D형의 4개형으로 풀어보자.

공자는 첫 번째 인간형을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라고 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아는 사람이다. 예수나 석가, 마호메트, 그리고 그 자신인 공자와 같은 인물들일 것이다. 그들은 하늘의 뜻에 따라 기회를 안고 태어난, 즉 천기(天氣)를 타고난 사람들이다. A급 인간이 바로 이 경우가 아닐까.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어느 한 분야에서 만큼은 천재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베토벤이 음악에서, 피카소가 미술에서,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사인 볼트가 육상 100m에서 초인적인 재능을 보이는 것은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의 한 단면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경우이니 만큼 아무나 노력한다고 해서 그들과 같이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공자가 말하는 두 번째 인간형은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다. 배움을 통해서 다시 태어나는 사람이다. 바로 B(출생)형 인간일 것이다. 공자 자신은 제자들의 질문을 받고 “나는 배워서 알 뿐 나면서부터 깨달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 스스로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임을 강조했다.

그렇듯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항상 책을 들어 지식을 습득했다. ‘삼당사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밤을 새워 공부하고는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고등고시에 합격해 판검사 변호사가 되고, 의사고시에 합격해 의사도 됐다. 정신적인 스승을 한두 명 설정하고는 그들을 통해서도 성공의 비결을 배우려고 한 사람들이다.

세 번째 인간형은 곤이학지자(困而學之者)다. 가방끈 길게 석박사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체험을 통해서, 또는 숱한 시련과 고난을 통해서 배우며 기회를 포착하는 사람들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하여 철저하게 실패를 거울로 삼는다. 한국 경제계에서 사례를 찾는다면 현대그룹을 일으킨 정주영과 같은 인물일 것이다.

그들은 거친 들판에서 모진 비바람을 맞으며 우뚝 섰다. 그들의 성공담은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바로 찬스(chance)를 놓치지 않고 살려냈기 때문에, 그들의 스토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강하게 갖게 한다. 바로 그들이 C(기회)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인간형은 곤이불학자(困而不學者)다. 고난을 겪거나 뼈저린 실패를 하고서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널려있는 기회를 수없이 날리고, 인생의 실패자가 되어 파멸의 길로 가는 D(죽음)급 인간을 말한다.

이들의 특성은 똑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불법 다단계판매, 방문판매에 한 번 빠져서 큰 곤경에 빠졌다면 다시는 그 같은 실패를 하지 말아야 하건만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 실패의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실패의 책임을 주변 환경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돌리기 때문이다.

그 자신은 제법 똑똑하고, 사리판단이 정확하며, 소위 ‘마케팅’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하루에도 열두 번 ‘떼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행하는 법이 없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지 못하고 매번 실수를 되풀이하는 ‘찌질이’들이 바로 D(죽음)급의 곤이불학자(困而不學者)다.

이들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제각각이다. 말로는 자신이 천하를 알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며 헌신했다고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의 얄팍한 호주머니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어둠속의 배신이 기회가 된다.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수없는 배신을 되풀이하면서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몰골이다.

A급 인생인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B형 인생인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나 C형 인생인 곤이학지자(困而學之者)는 누구라도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충분히 될 수 있다.

하지만 D급의 곤이불학자(困而不學者)는 결코 되어서는 안된다. 그 단계에 가면 이미 그 인생은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죽음으로 가는 사람을 구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우리는 이 가을에 함께 기도해야 할 것이다. 홍익인간 정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노규수_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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