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화장품 역사…장수 브랜드 부재, 글로벌 발목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 육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로레알, 에스티로더, P&G, 시세이도 등 현재 세계 화장품시장을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들에 비해 스토리가 부족하고 오랫동안 사랑 받은 대표 브랜드를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 화장품 산업 발전 역사가 선진국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있어 철저한 육성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

▲ 시세이도는 올해 창립 140주년을 맞았다.
▲ 시세이도는 올해 창립 140주년을 맞았다.
실제로 올해 140주년을 맞은 시세이도를 비롯해 19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로레알, 올해 102주년을 맞은 엘리자베스아덴, 1911년 설립된 니베아 등 대다수의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 역사는 우리나라의 화장품 역사를 시작부터 함께 해온 아모레퍼시픽의 65년 보다 길다.

브랜드 역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로레알 그룹의 키엘이 160년이 넘었고, P&G가 론칭한 올레이도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M&A로 기업들을 인수해 브랜드를 강화한 결과지만 역사와 전통을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국내 브랜드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탄탄한 이야기와 아이덴티티를 보유한 다수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화장품 산업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친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른바 ‘명맥만 이어진’ 화장품은 있어도 30년 이상 장수한 스테디셀러 제품을 찾기 어렵다.

세계 최초의 마스카라, 세계 최초의 크림 등 화장품 업계의 족적은 고사하고 세계인들 머리 속에 각인된 브랜드가 없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도 1973년 출시한 진생삼미를 모태로 하고 있지만 사실 설화수라는 명칭으로 소개된 것은 1997년부터다.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인 이자녹스 역시 1995년 태생이며, 라끄베르는 1996년, 보닌은 1998년생이다.

우리나라 남성화장품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폈던 소망화장품의 꽃을 든 남자 스킨샤워도 1997년 첫 선을 보였다.

현재 브랜드 하나로 매출을 1000억원 이상 올리고, 20년이 넘는 브랜드는 1991년 아모레퍼시픽이 출시한 마몽드가 유일하다.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태평양과 락희화학공업사 등 모태 기업에서 출시한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노력들은 한바 있지만 전통을 구축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 니베아는 1911년 설립됐다
▲ 니베아는 1911년 설립됐다
글로벌 기업들의 역사는 친근감과 함께 탄탄한 브랜드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세계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고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한류 열풍과 함께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모을 뿐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수의 국내 브랜드들이 야심차게 진출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참패하며 저조한 성적표를 그리고 있는 것.

▲ 마몽드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유일하게 20년이 넘은 1000억원대 브랜드다
▲ 마몽드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유일하게 20년이 넘은 1000억원대 브랜드다
실제로 대한화장품협회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브랜드 인지도는 프랑스와 비교해 1/5, 미국과 일본의 1/2 수준에 불과해 세계무대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한류 열풍에 편승해 세계 시장을 진출하는 것은 하나의 교두보는 될 수 있지만 정작 현지에서 정착해 실질적인 매출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미 국내 화장품 제조 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브랜드 인지도와 히스토리에서 해외 글로벌 브랜드 보다 뒤처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히스토리를 구축하고,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통해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면서 “타 브랜드를 M&A 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이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 브랜드 관리만 잘 된다면 충분히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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