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별 매출 악화, 기초화장품 성장세 감소 반면 메이크업류 성장 등 98년 상황과 비슷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국내 화장품 업계가 98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대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최근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 국내 화장품 산업의 반등을 전망했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국내 화장품 주요사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남양유업으로부터 촉발된 ‘갑의 횡포’ 논란이 화장품 업계를 강타하면서 위기설들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최근 화장품 산업 및 화장품 주력 유통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를 비롯해 국내 헌정사상 처음으로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의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사상초유의 사건이 벌어지는 등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국내 화장품시장은 지난해부터 위기설이 돌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계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 대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화장품 주력 유통인 방문판매와 백화점 매출이 크게 감소한데다 그나마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화장품시장을 주도했던 화장품 브랜드숍들도 올해 들어 과도한 할인 경쟁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소비심리 악화로 기초화장품 판매가 줄고 있고 반면 마진율이 기초화장품에 비해 낮은 메이크업류의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사실상 효율면에서는 더욱 더 시장이 어려워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은 98년 외환위기 당시와 흡사한 부분이 많아 올해 화장품시장 성장을 어둡게 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화장품 업계 성장률 감소

 
 
올해 화장품 업계의 위기설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화장품 주력 유통들의 매출 감소 문제다.

국내 화장품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는 방문판매와 백화점, 브랜드숍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백화점은 지난해 말부터 매출 감소 현상이 눈에 띄게 커졌다. 지난해부터 주춤하던 성장세가 올해 7월 10%대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는 것.

올해 상반기 백화점 상위 브랜드 중 백화점 매장이 늘어난 샤넬을 제외한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데다 7월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매출이 전년대비 -10% 이상을 기록했다.

국내 브랜드들 역시 신규 론칭 브랜드 몇 개를 빼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백화점 화장품 경기는 당분간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방문판매와 후원방문판매, 다단계로 구성된 인적판매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 감소 현상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되었으며 7월을 기점으로 전년대비 두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방문판매 업계는 경기 침체, 후원방문판매 도입, 갑의 횡포 논란 등의 여파 위기설이 돌고 있을 정도다.

 
 
또한 지난해 국내 화장품시장을 주도했던 화장품 브랜드숍도 올해는 전년만 못한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0%대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화장품 원브랜드숍은 과도한 할인 경쟁 등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 20%대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그마저도 이니스프리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2~3개의 브랜드숍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과도한 할인 정책으로 매장당 효율이 떨어지고, 일부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숍들의 신규 매장 오픈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가맹 본부의 효율도 감소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98년 국내 화장품 시장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국내 화장품시장을 주도했던 화장품전문점들은 90년대 중순부터 불붙기 시작한 할인 경쟁과 국민들의 무리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증가 등으로 성장률이 감소했던 것이다.

이후 새로운 유통 형태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2003년 현재의 브랜드숍 형태 매장이 오픈하며 국내 화장품시장의 유통 상황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메이크업 제품 선전으로 매출 올랐지만 효율 감소

 
 
올해 국내 화장품 제품 트렌드 모습도 98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국내 화장품시장은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전 유통 분야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고, 화장품전문점의 과도한 할인으로 인한 시판 시장 붕괴, 카드대란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인한 인적판매 시장이 답보하는 현상을 보였다.

특히 화장품 샘플 생산 감소 등으로 전체 생산량이 줄었고, 기초화장품류 생산량을 감소한 반면 메이크업류 생산량은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정확한 통계 자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경기 침체로 올해는 기초화장품류 생산량을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반면 CC크림 등 베이스류 제품 강세로 메이크업 제품류는 상승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메이크업류 제품 판매 비중은 올해 상반기 크게 증가해 최저 20%, 최대 40%까지 확대되었으며, 기초화장품 전문 브랜드들 역시 베이스메이크업 제품 강세로 메이크업류 제품 판매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일례로 올해 상반기 에어쿠션의 판매 증가로 에어쿠션 한 개 품목이 전체 매출의 20~25%를 차지하는 브랜드가 다수 있을 정도다.

외환위기 당시인 98년의 경우 생산량과 생산금액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생산량은 12억8242만8975개로 97년 13억6613만6762개 보다 6.1% 감소했으며 생산금액도 2조8001억1013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12.7% 감소했다.

기초화장품류의 경우 98년 생산량은 7억2543만9195개로 전년대비 4.7% 감소, 생산금액도 1조1390억8754만3000원으로 전년대비 8.8% 감소한 반면 메이크업류는 생산량 1억671만9310개로 전년대비 21.5% 증가했고 생산금액도 1067억1931만원으로 전년대비 7.1%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색조 화장품이 잘 팔린다는 속설을 그대로 증명한 것으로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국내 화장품시장 동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최근 국내 화장품시장에는 과거에 없었던 메이크업베이스류의 제품인 BB크림과 CC크림, 진동파운데이션 등의 제품이 새롭게 생겨나며 기초화장품 영역까지 확대됨에 따라 생산량과 생산금액 차이는 98년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메이크업류 제품은 용기 등 부자재 단가가 높은 반면 최종소비자 가격이 기초화장품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기업의 마진율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최근 메이크업베이스 제품류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할인 경쟁 등으로 제품 가격대가 내려감에 따라 매장당 효율은 물론, 사실상 해당 기업들의 효율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98년 당시 국내 화장품시장은 외환위기와 함께 화장품전문점의 과도한 할인으로 인한 효율 감소, 신용불량자 확산으로 인한 방문판매와 시판시장의 어려움 가중, 부도 기업 속출로 인한 OEM 및 하청 업체 연쇄 부도 등 전체 시장을 어렵게 했었다”면서 “최근 국내 화장품시장의 경우 피부로 느끼는 시장 상황은 98년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99년 국내 화장품 업계가 반등에 성공하며 2006년까지 큰 성장세를 이어 온 것처럼 성장 발판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국내 화장품시장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화장품전부개정안 및 방문판매법 발효, 가맹사업법 개정 등 정부의 규제 강화, 과도한 할인 경쟁, 화장품 안전성 문제, 일본의 한한류 분위기와 원전 사고, 화장품 업계의 ‘갑의 횡포’ 논란 등 직간접적으로 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반면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 게임, 브라질 월드컵, 지자체 선거 등으로 경기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화장품시장의 반등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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