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올 1월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에 선출된 조강훈 이사장을 만났다(사진=김재환기자)
▲ 본지는 올 1월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에 선출된 조강훈 이사장을 만났다(사진=김재환기자)
“자기반성 통한 열린 마음으로 한국미술의 위상을 바로잡겠다”

제32회를 맞이하는 '2013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문이 오는 11월말에 치러진다. 지난 6월에는 구상 부문 이 선정·전시되었다.

1961년에 발족된 한국미술협회는 민족미술의 발전과 국제교류, 미술가의 권익옹호 및 상호협조를 목적으로 발족한 후 지금껏 명실상부한 한국미술의 대표 단체였다. 하지만 다른 공연, 전시 예술 분야와는 달리 협회의 부조리와 개혁에 소극적이며 시대에 뒤처지는 그들만의 단체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올 1월 열린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에서 뒤늦게나마 협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자는 협회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강조되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사장의 임기 역시 4년으로 연장되었다.

선출된 조강훈 이사장 역시 이런 바람을 채찍 삼아 침체되어있는 한국미술의 위상을 되돌려 한국미술협회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열달이 지난 지금, 한국대표 화가이자 협회이사장인 조강훈씨를 만나 한국미술협회의 근황과 한국미술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꿈은 현재 힘들어도 정진해야만 한다”

이사장으로 선출된지 열달이 지났다. 요즘 근황과 현재 미술계는 어떤지

정말 정신없이 흘렀다. 여전히 한국미술시장은 척박하다. 척박하다 못해 슬프고 처절하다. 신문, 방송 지상에선 정재계 인사들의 재산 은닉, 비자금 등 비리사고에 겹쳐 나오는 단골손님으로 일부 대기업회장이나 고위인사들의 ‘귀족문화, 비리문화’로만 화자가 될 뿐이다.

정부의 지원도 6년 전부터 전액 삭감되어 협회재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소위 유명미술가 소리를 들으려면 수십년간의 경험과 자기 성찰이 필요하지만 요즘은 경제여건이 불안정한 상태로 젊은 작가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한국미술의 미래까지 걱정스럽다.

여론이나 대중은 이런 미술계의 문제점은 결국 미술계 스스로 자생력을 잃고 지원에만 의존하려는 행태라는 의견이 많은데

한국미술계 내부에서 문제가 시작된 것은 맞다. 특히 미술시장의 변화를 통한 발전보다는 지금까지 방식에 머물고 자기영역 싸움에만 급급했다는 의견도 인정한다. 협회내부조차 배타적이니 ‘짜고 헤먹는다’는 비리의 온상 같은 이미지 역시 떨쳐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럴수록 협회내부 구성원 스스로부터 새로운 미술시장을 만들어가는 반성과 실천이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공연예술단체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미술 분야는 소외됐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다양한 미술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당선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진행 상황과 특히 강조할 부분이 있다면

우선 이사장 임기부터 1년 연장된 4년이 되었다. 이전 협회체제 보다는 개선책을 시행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은 셈이다. 그런 만큼 더 의욕적으로 협회쇄신에 박차를 가해야하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늘어났다. 벌써 협회 예산부터 허리띠를 졸라 맨 상태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지금껏 미술인에 대한 협회와 사회의 배려가 부재한 것이 가장 아쉽다. 미술인들의 생계 및 처우개선에 우선 힘써야 한다. 예술인 카드나 전시관 건립 등 미술인들의 작품 연수나 문화지원, 전시를 통해 미술인이 미술에 전념할 수 있는 기본환경을 마련 중이다.

▲ 한국미술협회 조강훈 이사장은 61년 순천출생으로 조선대학교 서양화 학사와 불가리아소피아국립예술대학교대학원 회화 석사를 거쳐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사진=김재환기자)
▲ 한국미술협회 조강훈 이사장은 61년 순천출생으로 조선대학교 서양화 학사와 불가리아소피아국립예술대학교대학원 회화 석사를 거쳐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사진=김재환기자)

“특별한 날 우리가 와인을 선물하듯 미술작품을 주고 받는 저변을 만들겠다”

미술 대중화에 힘쓰겠다. 국제적 규모의 아트페어 개최와 접근성을 갖춘 아트마켓 개설도 기획 중이다. 정부나 지자체, 기업과 연계하여 미술저변확대의 길잡이가 되겠다.

이 밖에 협회 안에서도 회원 개개인의 소통과 화합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개선하여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강한 협회를 만들겠다.

현재 협회는 서울과 전국 15개 시도지회 약 3만여명의 회원을 통한 지역 네트워크 활성화 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특징에 맞게 정책, 기획을 종합하여 발전시켜 나가겠다.

학계와 재계 및 재단을 한데 어울린 ‘하모니’ 정책을 통해 작가의 저변을 확대하고 작품의 질 역시 향상시켜 미술 쇄신 등 개방적인 공감대를 마련하겠다.

미술대전의 위상을 되찾는 것도 시급하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만큼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예전의 권위를 되찾도록 하겠다. 심사위원에 화랑 대표와 미술평론가, 학예연구사, 기업인 등 각계각층 인사를 참여시켜 미술대전의 심사체계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꾸겠다.

미술협회를 지켜보는 분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미술은 혼자만의 예술이 아니다.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과 작품을 소장하시는 분, 그리고 모두를 공유하는 대중이 있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지자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국미술이 사회와 소통하고 화합하여 국제교류에도 힘써야할 때이다. 민화, 서예, 서각, 한지공예 같은 전통문화를 남북문화교류와 해외수출의 날 같은 국가적 교류에 적극 참여시켜 한국미술의 세계화에도 힘쓰겠다. 미술은 더 이상 벽 한 켠에 걸려 있는 그림이 아닌 지금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질타와 칭찬,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한국미술과 한국미술협회에 대한 관심도 부탁한다.

 

▲ 한국미술협회의 숙제는 너무 산재되어 있는 것 같다.하지만 협회와 조강훈 이사장은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은 조강훈 이사장의 대표작 중 하나인 '뛰는 소' (사진=한국미술협회)
▲ 한국미술협회의 숙제는 너무 산재되어 있는 것 같다.하지만 협회와 조강훈 이사장은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은 조강훈 이사장의 대표작 중 하나인 '뛰는 소' (사진=한국미술협회)

또래 아이들과 달리 미술시간 그늘진 맨홀 뚜껑에 놓여 있던 버려진 신문지와 라면 부스러기를 정신없이 그려냈던 어촌소년은 위축된 한국미술협회의 위상을 책임질, 어쩌면 그가 존경한다는 어느 예술가들의 작품처럼 ‘새로운 미술을 개척’하는 꿈을 향해 힘들어도 정진하는 ‘소’가 되어본다.

김재환, 서동철 기자   seo@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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