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신라호텔 ‘2013년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서 귀국 세 번째 패션쇼 열어

# 한류기회 살리지 못하면 아시아패션의 주도권 중국이 가질 것 

‘귀국 디자이너 양해일’이 패션 디자이너로서 본격 행보에 나선지 1년 만에 ‘모델라인’에 의해 ‘올해의 디자이너(Designer of the Year)’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가까운 프랑스 파리 생활의 관록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여실히 입증시킨 것. 

▲ 쉰이 넘은 나이에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유턴한 양해일. 귀국 2년차인 2013년에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그는 한국 패션의 세계화라는 스스로의 과제를 추구하고 있다.
▲ 쉰이 넘은 나이에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유턴한 양해일. 귀국 2년차인 2013년에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그는 한국 패션의 세계화라는 스스로의 과제를 추구하고 있다.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창작 활동과 작품성을 보여준 탑 디자이너에게 수여되는 ‘올해의 디자이너’ 상은 향후 국내 패션계의 풍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따라서 2013년 양해일의 등장은 한류 패션의 세계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아시아 문화콘텐츠의 중심에 ‘한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아시아 패션을 리드할 시기가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시아 패션의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우리 패션업계에 다가온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의 패션 키워드는 바로 한국과 한국문화. 이를 살리기 위해 섬유산업의 기초 인프라가 부족한 프랑스가 세계 패션계를 리드하고 있는 ‘노하우’를 한국이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비한다면 프랑스는 ‘소재’ 자체가 부족한 나라라는 것. 그런 프랑스가 현재 세계 패션을 선도하는 배경은 패션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양해일은 국내 패션산업은 이탈이아나 프랑스를 능가할 만한 자원과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1960년대부터 다져온 섬유산업과 봉제기술은 세계 정상급이고, 아시아를 쥐락펴락하는 한류문화의 대중성과 패션소비 감각은 결코 그 어떤 패션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부족한 것은 국내 소비자들의 외국 브랜드 선호현상과 패션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다소 미흡하다는 점. 

# 프랑스서 한국으로 무대 옮기고 ‘HEILL’ 브랜드로 세계화 추진 

국내 소비자들의 외국브랜드 쏠림현상을 문화 사대주의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 것도 주원인이라는 것.  

▲ 9월26일 수원에서 열린 "제50회 수원화성문화축제"에서 양해일은 '정조의 화성행궁’을 주제로 한 패션쇼를 개최, 전통과 모던의 앙상블로 갈채를 받았다. 12월19일 신라호텔에서 개최되는 2013년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에서 그는 단독 메인 패션쇼를 열 예정.
▲ 9월26일 수원에서 열린 "제50회 수원화성문화축제"에서 양해일은 '정조의 화성행궁’을 주제로 한 패션쇼를 개최, 전통과 모던의 앙상블로 갈채를 받았다. 12월19일 신라호텔에서 개최되는 2013년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에서 그는 단독 메인 패션쇼를 열 예정.

정책당국의 패션산업 지원방향에 대해 양해일은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을 육성 지원하기 위한 정부와 대기업들의 스폰서십이 탁월하다. 그런 기반에서 다카다 겐조, 이세이 미야케, 요지 야마모토와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여기에 강대국 중국이 막강 자본력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육성 프로젝트를 가동시키고 있다. 그 대상자들이 최근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필립 림, 알렉산더 왕과 같은 디자이너들이라는 것.  

따라서 양해일은 한국의 패션산업에서 ‘삼성’과 같은 국제브랜드가 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디자이너들이 공동 노력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류’를 활용하면 일본과 중국에 비해 더 큰 가능성이 한국에는 있다는 것이다. 베르사체나 프라다, 발렌티노, 샤넬, 루이뷔통, 구찌 등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몇몇 브랜드들이 그 나라 경제를 살리듯이 한국도 이젠 ‘명품만들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 

“패션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전자 자동차 선박 철강산업과 같은 막대한 시설투자가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미 한국은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급히 필요한 것은 유능한 디자이너 양성이다” 

양해일이 지난해 그의 이름을 딴 ‘HEILL(해일)’ 브랜드를 들고 귀국했을 때 사람들은 “50이 넘은 나이에 한국서 다시 시작하기엔 늦지 않느냐?”는 염려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패션은 시대적인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안목과 숙련된 경험, 예술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키는 감각과 노하우가 절대적인 분야이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고 밝혔다. 

▲ ‘제50회 수원화성문화축제’의 ‘정조의 화성행궁’ 패션쇼
▲ ‘제50회 수원화성문화축제’의 ‘정조의 화성행궁’ 패션쇼
그는 프랑스 에스모도(ESMODO) 출신이다. 정부가 매년 젊은 패션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열고 있는 대한민국패션대전에서 최고에 입상한 단 한 명에게만 국비유학 특전 기회를 부여하는 바로 그 대학이다. 이후 또랑또 오뜨뀌뛰르, 막스이 리브라티 테드라피듀스, 장클로드 지투아, 파코라반 등의 프랑스 의류업체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적인 명품인 모르간(Morgan)과 제휴해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ODM방식으로 공급했으며, 일본의 벨크로제, 노드수드, N9 및 미국의 비전, 하트&힙스 등의 브랜드들과 공동 작업을 해왔다. 

그가 패션․의상과 교수, 스타일리스트, 패션전문기자단에 의해 ‘올해의 디자이너(Designer of the Year)’로 선정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의 한국문화 표현력.  

9월27일부터 10월1일까지 열린 ‘제50회 수원화성문화축제’에서 그가 연출한 ‘정조의 화성행궁’을 주제로 한 패션쇼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으며, “정조의 능행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국문화의 정수를 패션으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국내에서 ‘HEILL’ 브랜드를 출범시킨 것은 고작 1년 전인 2012년 후반. 이후 금년 4월 (주)펄스온생명공학(회장 이은재)과의 제휴로 서울 하이아트 호텔에서 ‘HEILL’의 런칭 패션쇼를 개최함으로써 탄탄한 ‘30년 내공’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12월19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2013년 베스트 드레서 시상식’에서도 메인 패션쇼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향후 그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유승철 편집위원 cow242@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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