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논란, 안전성 문제 대두, 제도 변화 영향 등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올해 국내 화장품시장은 역대 최악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정부의 규제 강화로 고가의 이른바 럭셔리 유통 채널인 백화점과 방문판매 유통 매출이 감소하고, ‘갑의 횡포’ 논란으로 시장이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올해도 어김없이 화장품 안전성 문제와 화장품 표시 광고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수입화장품의 다른 국가 보다 비싼 가격 논란, 화장품 업계에 대한 동물실험 반대 요구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오송 세계 뷰티 화장품 박람회 개최를 시작으로 지자체의 화장품 육성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왔으며, 화장품법 개정 발효에 따른 시장 외형 성장, 후원방문판매 도입으로 건전한 방문판매시장 기대감, 대표 화장품 OEM사들의 중국 진출 가속화 등은 2013년이 남긴 화장품 성과 중 하나다.

제품으로도 지난해 진동파운데이션 이상의 히트 제품은 없었지만 상반기 CC크림이 시장을 주도하며 좋은 성과를 올렸고 아모레퍼시픽의 특화된 제품이었던 에어쿠션 제품들도 스킨케어의 하락세 속에서 선방했다.

본지는 2013년 국내 화장품시장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올 한해 이슈가 되었던 화장품 업계 이슈를 모아 보아 보았다.

1. 화장품 업계 갑의 횡포 논란

 
 
올해 대한민국 화장품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갑의 횡포’ 논란이었다.

올해 7월15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국내 화장품 가맹본부 더페이스샵(LG생활건강),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위에 고발합니다’란 제목으로 공정위의 화장품 가맹사업 전반에 걸친 즉각적인 실태조사를 촉구한 것을 시작으로 촉발된 화장품 업계의 갑의 횡포 논란은 국내 화장품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헌정역사상 처음으로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은 물론,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가 착수되었고,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으며 토니모리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거론된 화장품 브랜드숍과 방문판매 기업에 대해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갑의 횡포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가맹사업법 개정과 함께 대리점의 협의 단체 구성이 내년부터 가능해지면서 가맹점과 가맹본부, 본사와 대리점 간의 마찰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 화장품 안전성 문제 또 다시 부각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장품 안전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화장품 샘플 판매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자났음에도 여전히 인터넷에서 화장품 샘플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시작으로 화장품 업체들의 표시 광고 위반 사례 급증, 유기농화장품에 대한 정확한 법적 근거 없이 유기농화장품으로 표시하는 행위, 배합금지 성분 함유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발생, 배합한도 지정 성분의 함량을 다량으로 함유한 문제 등 안전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SBS 방송을 통해 공개되며 문제가 된 마리오 바데스쿠사의 ‘힐링크림’의 스테로이드 성분 검출과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들어간 유명 네일 브랜드 제품의 국내 시판, 중금 속 립스틱 판매와 수은 검출 필링 제품 판매, 소셜커머스의 짝퉁 화장품 판매 문제 등이 있었다.

특히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한 회수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처벌 규정 강화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 마련이 거론되고 있다.

3. 화장품 업계 관련법 개정에 따른 시장 변화
올해 국내 화장품 업계는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화장품법 개정 발효에 따라 화장품 제조업과 제조판매업자 분리, 제조판매관리자 선임은 업계에 주요 이슈가 되었으며 후원방문판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방문판매법 개정안 발효로 인적판매가 크게 방문판매와 후원방문판매, 다단계로 세분화되었고, 후원방문판매 등록 여부도 큰 관심사가 되었다.

또한 편의점, 치킨, 피자, 커피전문점 등 프랜차이즈에 대한 모범거래기준 마련으로 거리제한 등 가맹점 입장의 정책들이 나오면서 화장품 로드숍에 대한 거리제한 문제도 거론되었고,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근접 매장 오픈 금지, 협의 단체 구성 인정 등으로 내년에도 화장품 업계 관련 법 개정 등이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4. 백화점, 방문판매 등 고가 화장품 매출 하락

 
 
올해 화장품 유통 분야의 눈에 띄는 변화는 백화점과 방문판매 등 이른바 고가 화장품 유통의 마이너스 성장세다.

지난해 말부터 매출이 감소하며 위기설이 대두되었던 백화점은 올해 역시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샤넬을 제외한 상위 10대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의 매출이 급감했다.

또한 방문판매의 경우도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매출이 올해 상반기부터 감소하면서 주춤했으며 하반기에도 큰 반등 없이 하향세를 이어가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중저가 화장품 유통 채널인 온라인쇼핑몰과 홈쇼핑이 선전하고 화장품 브랜드숍이 성장률을 떨어졌지만 성장세를 이어갔다.

5. OEM사 중국 진출 확대

 
 
올해 눈길을 끈 사건 중 하나는 국내 선두 화장품 OEM사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다.

이미 국내 화장품 OEM 업계 1~2위를 다투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 가운데 3위 업체로 꼽히는 코스메카코리아가 소주에 임대 공장 건립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선언했고, 제닉 역시 상해 임대 공장의 인허가 절차를 완료하고 중국 진출을 본격화 했다.

또한 한국화장품제조와 새롭게 화장품 OEM 사업을 선언한 코리아나화장품이 잇달아 중국 기업과 OEM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에서의 한국 대표 OEM사 간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6. 수입 화장품 가격 거품 논란 지속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분기별로 수입 화장품 가격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었다. 소비자 단체들은 물론 국회에서 수입 화장품 가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싼 부분들이 대두되며 수입 화장품 가격 인하 요구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일부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하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백화점 수입 화장품의 매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팝업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로 로드숍에 진출하거나 타 유통에 제품을 공급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백화점 수입 화장품들의 제품 가격대는 큰 변화가 없었으며 일부 기업의 경우는 오히려 제품 가격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7. 화장품 브랜드숍 할인 경쟁 과열

 
 
올해는 그 어느때 보다 화장품 브랜드숍 할인 경쟁이 치열했다.

경기 침체로 매출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할인이 일반화되면서 브랜드숍들이 앞 다투어 더 많은 기간, 더 큰 할인 규모로 할인 경쟁을 전개 한 것.

이와 함께 그동안 할인 행사를 전개하지 않았던 더페이스샵과 헬스&뷰티숍들까지 할인 경쟁에 뛰어들면서 스킨푸드를 제외한 모든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기 할인 행사 외에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해 사실상 1년 내내 할인하는 상황이 이르렀으며 방법도 월말과 월초를 겹치거나 회원 가입 조건 및 온오프라인 연계 등 다양하고 폭 넓어졌다.

하지만 할인 경쟁은 결국 제품의 질 저하, 최종 소비자 가격 인상 등에 대한 의혹을 남기고 가맹점주들의 마진율도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로 작용했다.

8. 지자체 화장품 육성 가속화

 
 
올해는 유독 지자체들의 화장품 분야에 대한 육성 노력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3일부터 5월26일까지 충북 오송에서 개최된 ‘2013 오송 화장품·뷰티 세계 박람회’를 시작으로 9월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경기도의 ‘2013 대한민국 뷰티박람회’ 등 지자체들의 화장품 뷰티 산업 육성 노력이 큰 관심을 받은 것.

충북은 박람회가 끝난 후 화장품・뷰티산업 발전은 물론 지역 연계를 토대로 균형 발전까지 고려한 화장품・뷰티 전문 산업단지 조성, 화장품・뷰티산업 연구개발 및 전문인력 육성 등 7개 사업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관 내 화장품 기업들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매장을 오픈하기도 한 인천시는 인천테크노파크를 통해 중소기업이 천연생물자원으로 개발한 기능성 화장품의 중국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중화권 홈쇼핑 유통 바이어 초청 수출 상담회’를 개최했으며 제주도 역시 관내 화장품 기업들을 위해 제주도 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한 유기농소재 활용 천연화장품 개발 과제로 ‘제주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9.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요구, 법개정까지 이어져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요구 목소리도 올해 화장품 업계에 기억되는 장면 중 하나다.

3월11일 EU가 화장품의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효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우리나라 역시 화장품 업계 동물실험 반대 움직임이 거셌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을 필두로 국내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화장품사들이 확대되었으며, 최근에는 식약처가 기능성화장품 심사 시 안전성에 관한 자료에 대한 동물대체시험법 인정을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기도 했다.

10. 히트 제품이 없는 올해 CC크림과 에어쿠션이 선방

 
 
올해 초 화장품 업계의 가장 큰 이슈 제품은 CC크림이었다. 지난해 말 BB크림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소개되며 화제가 되었던 CC크림은 백화점과 브랜드숍, 홈쇼핑 등 전 유통으로 확대되며 BB크림 아성에 도전장을 냈고,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는 국내 화장품시장을 리딩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CC크림은 올해 메이크업류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이 제조되고 판매된 제품으로 브랜드숍의 인기 CC크림은 기본 30만개 이상 판매되었으며, 하반기에 히트 제품 개발에 실패한 화장품 기업들 대부분이 하반기에도 주력 제품으로 CC크림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의 특허 기술로 많은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지는 못했지만 에어쿠션 제품들도 선전하며 메이크업베이스 시장 성장에 일조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은 전 브랜드에 걸쳐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며 기초화장품 브랜드의 메이크업류 제품 매출 비중을 30% 가깝게 끌어올리기도 했다.

한편 이외에도 올해는 화장품 사업 육성을 위한 '정부 화장품 G7 육성 발전 계획' 발표, 일본 가네보 미백화장품 백반증 피해자 급증, 세계 다단계 1위 기업 에이본 국내 철수, 카페베네가 론칭한 헬스&뷰티숍 디셈버24 시장 진입 포기, 롯데그룹의 헬스&뷰티숍 롭스 오픈, 한국콜마의 기업 분할, 코리아나화장품 OEM 사업 진출, 유통별 PB 및 전용 제품 개발 확대,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의 국내 모델 발탁 증가 등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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