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한국 신원경 기자] 퇴근길 직장인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한 구로디지털단지. 그 북적이는 거리를 벗어나 시흥사거리 쪽으로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장어구이 집이 하나 있다. ‘향 민물장어구이’란 글자가 크게 박힌 말끔한 간판만 보면 이제 갓 문을 연 새내기 식당 같지만 구로에서 잔뼈가 굵은 민물장어구이 집이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도 손 꼽히던 장어구이 집이 시흥으로 옮겨 온 것이다. 장소가 전보다 더 외진 듯하여 호기심에 말을 건네보니 무심히 돌아오는 한마디가 걸작이다. “그래도 올 사람들은 다 오더라구요.”

식당 안을 차지한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건네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까다로운 샐러리맨들의 입맛을 오래도록 사로 잡았던 그 세월이 역시 예사는 아닌 것 같다.

장어를 내오기 전 깔리는 밑반찬들이 맛이나 그 모양새가 정갈하다. 딱 먹기 좋게 익은 파김치부터 슴슴하면서도 담백한 된장국, 숨이 살아 있는 부추무침까지 장어가 나오기도 전에 뱃속을 채워 나간다.

허기가 가라 앉을 때쯤 잔잔한 불길이 살아 있는 꽤나 훌륭해 보이는 참숯과 함께 두툼한 장어가 등장한다. 구이의 참 맛이 불과 재료에 있다고 봤을 때 그 두 가지 만으로도 이 집의 장어 맛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국내산 100% 장어를 사용하는 것은 나름 좀 한다는 장어구이 집이라면 기본인 시대이다. 그 중에서도 차이를 만드는 건 좋은 숯과 장어를 굽는 손길, 그리고 장어의 두께이다. 좋은 숯이 아니면 장어의 향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장어를 잘 굽지 못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장어의 식감이 제대로 살지 못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완벽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툼한 장어 살은 필수이다.

시흥 맛집 향민물장어구이의 장어는 이 세 가지의 궁합이 꽤나 완벽하다. 입 안에 넣었을 때의 그 바삭함과 씹었을 때의 부드러움이 가히 아름답다. 장어구이가 느끼해서 싫다고 하는 사람도 쉬이 장어 한 판을 뚝딱 해치울 정도로 참숯 위에서 기름기를 쫙 뺀 장어구이는 그 맛이 꽤나 담백하다. 아마도 참숯과 주인장의 노련한 굽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잘 익은 파김치에 장어를 둘둘 말아 고창 복분자와 한잔에 곁들이니 제대로 된 장어 삼합이 완성된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을 차지하고 있는 넥타이 부대들의 이동이 수긍이 된다.

어느 순간 나의 혀 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더욱 믿게 된 요즘 오히려 외진 곳을 찾아 떠난 그 자신감이 대단해 보이는 맛있는 장어구이집 이였던 것 같다.

향 민물장어 : 02-863-0592 / 서울 금천구 시흥동 112-1 1층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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