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방문판매’ 문제 해결될까...

 
 
8월18일 개정방문판매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화장품 업계가 분주하다. 선두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후원방문판매로 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업계 대부분이 후원방문판매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번 개정방문판매법의 골자는 수년전부터 불거진 ‘무늬만 방문판매’ 문제를 해소하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후원방문판매가 도입되게 되면 방문판매업자로 신고하고 그동안 직판(신방판)으로 영업하던 대부분의 방문판매업자들이 후원방문판매업자가 되면서 적어도 화장품 업계에서 다단계와 직판, 방문판매(구방판)이란 모호한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후원방문판매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방문판매법이 실제 ‘무늬만 방문판매’ 기업들의 문제와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그동안 문제가 되어 온 화장품 업계의 ‘무늬만 방문판매’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인적판매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화장품 판매는 크게 고객이 직접 매장을 찾는 제도판매와 판매사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인적판매로 구분된다.

이 중 인적판매는 다시 기업이 기업에게, 또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1단계로 판매하는 방문판매와 판매사원이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가 다시 판매사원이 되는 2단계 이상의 판매 방식인 다단계로 구분된다.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그동안 일반적으로 방문판매는 다시 판매사원이 소비자를 직접 찾아 제품을 판매하는 전통 방문판매(구방판)과 다단계의 직급, 수당, 영업 형태 등을 전통 방문판매에 결합한 직판(신방판)으로 나누어진다.

다단계 역시 특수판매공제조합과 직접판매공제조합에 등록된 합법 다단계와 등록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불법 다단계로 구분된다.

여기서 사회적으로 ‘무늬만 방판’ 문제가 된 것은 방문판매 중 직판(신방판) 일부 기업들과 다단계의 불법 다단계들이다.

그동안 별도의 규제가 없었던 방문판매업을 신고만 한 뒤 실제 영업 형태는 다단계 형태로 운영하거나 공제조합 가입 없이 소비자들에게 강매, 또는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들을 의미한다.

비단 이러한 문제는 화장품 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동차, 정수기, 학습지 등 전 업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방문판매법 개정을 추진해 왔지만 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면서 무산되어 오다 지난해 후원방문판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방문판매법 개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법은 당초 공정위가 추진하려는 법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공정위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 모든 방문판매를 규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이 강력해지면서 연간 생산 제품 중 소비자 구매가 70% 이상인 기업들은 가격상한 160만원, 후원수당 38%, 보상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면제해주는 제도 등이 추가됐다.

일종의 합의가 이루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선두 기업에 국한될 뿐 개인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사업 생존마저 위협받는 법이 되고 있다.

사업자 등 경영자가 직접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생산 제품의 70% 이상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등은 중소기업들에게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후원수당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다. 당초 후원방문판매 도입은 큰 금액의 후원수당을 제공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부분도 중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동안 직판(신방판) 업체들이 사업자에게 제공하던 건물 임대 및 관련 유지비 등을 자료만 갖고 있으면 유지시켜 주는 것 등은 당초 취지와는 맞지 않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직판 형태는 그동안 후원수당을 다양한 각도로 제공해 왔다. 일례로 직접 판매자를 해외 본사로 불러 후원수당을 현금 또는 다른 물건으로 제공할 경우 단속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즉, 이번 개정법안은 ‘실제 영업은 다단계로 영업 하면서 무늬만 방문판매’인 업체들을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제공한 셈이다.

또한 아직 보상 보험 가입에 대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고, 새롭게 후원방문판매를 위한 공제조합 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핵심 규제인 소비자 구매가 70% 이상인 기업들은 가격상한 160만원, 후원수당 38%, 보상보험 가입 의무화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내년 8월18일까지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8월18일 이후 모든 개정방문판매법이 도입되어도 문제다. 제조 제품의 소비자 구매가 70% 이상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법 시행 후 새롭게 등록하는 업체들은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해 6개월에서 1년 간을 방문판매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그 6개월에서 1년간 말 그대로 무늬만 방문판매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공정위가 이들 업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거나 검찰이나 경찰이 고소 고발 사건으로 수사에 나설 경우에는 개정방문판매법 시행 후에 소비자 판매 70%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후원방문판매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후원방문판매를 위해 계약서까지 완벽하게 준비한 대기업들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들은 영업 전개 자체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 역시도 이번 법안으로 안전성을 보장 받았다고 할 수 없다. 불법 다단계는 여전히 음지에서 성행하고 있고, 화장품 분야는 후원방문판매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정수기와 학습지, 자동차 등은 여전히 방문판매 영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판매법 개정이 그동안 법개정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소송까지 진행했던 화장품 분야만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공제조합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해 이번 개정에 적극 나섰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도 있다.

사전적 의미로 규제의 반대말을 자유화다. 하지만 규제는 자유를 억압하는 장치가 아니라 올바른 시장 환경 조성과 소비자 피해 구제에 그 목적이 있다.

때문에 법 개정은 늘 본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스러워야하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문판매와 다단계를 분리하는 것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번 개정방문판매법 시행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이나 단체도 있지만 반대로 이익을 보는 기업이나 단체도 있을 것이다. 과연 이번 개정방문판매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기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jh96104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