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담동 뷰티살롱 '스타일플로어' 임진옥 대표원장(사진=김세진)
▲ 청담동 뷰티살롱 '스타일플로어' 임진옥 대표원장(사진=김세진)

- 미용, 결코 힘들지 않았다

유행의 메카, 최고급 명품숍이 즐비한 청담동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찾는 뷰티숍 ‘스타일플로어’를 운영하고 있는 임진옥 원장.
 
청담동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여전히 청담동 미용실하면 왠지 주눅부터 들기 마련. 그러나 편안하고 가식 없이 반겨주는 임진옥 원장을 만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스로도 시골 출신이라고 말하는 그는 전남 보성이 고향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상경, 화장품회사의 경리사원으로 일하던 중 촬영현장에 따라갔다가 메이크업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메이크업에 따라 사람 얼굴이 바뀌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당장 배우고 싶어 다음날 바로 학원에 갔더니 수강료가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헤어 쪽으로 마음을 돌렸죠. 헤어디자이너가 되면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혹하기도 했고요.(웃음)”

학원을 다니면서 미용사 자격증을 딴 후 유명 미용실인 헤어뉴스에 스태프로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당시만 해도 미용실의 막내 스태프라 하면 허드렛일도 도맡아 해야 할 만큼 눈물 나게 빡셌다.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뇨. 농사짓는 것보다 쉬었어요.”라고 한 마디로 정리하는 임 원장. 워낙 긍정적이고 쿨한 성격 탓에 고생도 기꺼이 즐기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과정에 희열을 느꼈다고.  

단 한 가지, 너무 힘들었던 것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온전히 내 것으로 습득되지 못했던 순간이 올 때였다. 배움에 대해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러한 치열한 열정 탓에 남들보다 빨리 헤어디자이너로 승급한 그는 청담동 박준뷰티랩에서 6년 동안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쌓게 된다. 단골 고객도 많았고 돈도 꽤 벌었지만 늘 마음은 공허했고 불안했으며 탈출구를 찾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 헤어디자이너 생활 접고 일주일 만에 영국 유학 길 떠나

그러던 중 영국 비달사순아카데미 강사들의 세미나를 볼 기회가 생겼는데, 이제까지 본인이 쌓아온 모든 것이 다 초라하고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단다. 그리고 일주일 후 짐을 챙겨 2년간의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웃음) 그런데 그 때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저는 자존심만 셌지, 자존감은 없었던 사람이었더라고요. 2년 동안 영국 비달사순아카데미에 다니면서 헤어만 공부한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좋았어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있다 보니 시야도 넓어졌고요. 그래서 지금도 저희 숍 직원들이 유학 간다고 하면 대환영이에요. 혈혈단신 홀로 있으면 나 혼자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한 뼘 더 성장하게 되니까요. 단, 아직 여물지 못한 스태프가 가는 건 말려요. 겉멋만 들기 쉽거든요. 잘하는 디자이너라고 해도  유학을 다녀와서는 더욱 노력해야 하고요. 언제든 어디서든 열정이 없으면 안 됩니다.”

▲ 201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심사위원을 하게 되면서 인연을 맺은 미스코리아 진 김서연과 진행한 뷰티화보(사진=김세진)
▲ 201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심사위원을 하게 되면서 인연을 맺은 미스코리아 진 김서연과 진행한 뷰티화보(사진=김세진)

- 이보영, 문근영, 전도연, 배두나, 김주혁 등과도 오랜 인연 이어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임진옥 원장은 이희헤어앤메이크업에 적을 두었다가 청담동에 ‘스타일플로어’라는 자신의 뷰티살롱을 오픈하기에 이른다. 전남 보성에서 농사일을 돕던 소녀가 청담동 뷰티살롱의 주인장이 되고 이보영, 문근영, 김주혁, 전도연, 2PM, 비, 배두나, 김남길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의 머리가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니 이만하면 성공한 셈. 특히 한 번 인연을 맺은 연예인들과는 오래가기로 유명한데, 그 비결을 물어보니 “입이 무겁고 한결 같아서”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헤어스타일의 기본인 커트를 마음에 들어 하기 때문이라고.

라인과 각도가 살아있는 비달사순의 클래식한 커트를 동경하는 임진옥 원장은 커트를 잘 하기로 유명하다. 고객이 “아”하면 “어”할 정도로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커트를 해주니까 한번 온 손님은 대부분 단골이 된다.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패션쪽 종사자나 독특한 멋을 추구하는 개성 넘치는 일반인들도 자주 찾는다.

올해로 미용계에 입문한 지 꼭 20년이 된 임진옥 원장. 솔직히 지겨울 때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난 세월은 그저 일이 재미있고 좋아서 견뎌왔던 것 같아요. 만약 성공을 좇았다면 벌써 포기했을지도 모르죠. 20년 쯤 되고 보니까 진짜 이 길이 나의 길이구나 싶어요. 그동안 이 길을 열심히 닦아왔다면 지금부터는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힐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헤어 테크니션으로서 뜻 맞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도 도모하고 싶고,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어쨌든 끝까지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는 게 가장 큰 꿈입니다.”

▲ 이보영, 문근영, 김주혁, 전도연, 2PM, 비, 배두나, 김남길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의 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는 '스타일플로어'
▲ 이보영, 문근영, 김주혁, 전도연, 2PM, 비, 배두나, 김남길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의 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는 '스타일플로어'

- 커트의 달인 임진옥, 아티스트를 꿈꾸다

임진옥 원장은 연말쯤 비달사순 출신의 헤어디자이너들과 함께 획기적이고 재미있는 헤어쇼를 준비 중이다. 또 중국 진출을 위한 별도의 팀을 만들어 현재 중국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헤어&메이크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들은 다 힘들다고 하는 미용을 농사보다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그. 헤어디자이너 임진옥의 인생 이야기는 시골소녀가 도시에 상경하여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열정적이고 즐겁게 살아가는 휴먼드라마이기에 주인공도 시청자도 기분 좋고 유쾌하기만 하다.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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