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인디 문화' 주름잡는 밴드를 만나다

 
 
최근 인디밴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인디(indie)란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약자로 ‘독립’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디밴드(Independent Band)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만을 만들기 위해 독립적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그룹이나 밴드를 일컫는 말이다.

인디 문화를 주름잡는 락밴드라고 하면 ‘시끄럽다, 정신없다’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그 틀을 벗어나 달콤한 매력으로 여심을 자극하는 바닐라시티를 만나 보았다. 그들의 음악은 대중과 신기한 교감을 한다.

Q. 바닐라시티 그룹 결성은 언제부터 어떻게 이뤄졌나? 첫 만남부터 소개해 달라

일규(드럼 이하생략): 나는 퓨전 국악밴드 ‘별마루’에서 드럼을 치고 있었다. 헥스(보컬 이하생략) 형과 만날 일은 거의 없었는데 우리 앨범에 퓨처링을 해주면서 객원 보컬로 활동하게 됐다. 별마루 팀에 남자가 별로 없어 헥스 형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친하게 됐고, 형도 솔로 활동으로 외로운 참에 같이 밴드를 결성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게 됐다.

헥스: 처음 멤버 구성은 드럼과 보컬, 그리고 지금은 군대에 있는 친구 기타 세 명이었다. 오디션을 봐서 태현(기타 이하생략)이가 들어왔고, 그 친구가 군대에 가면서 다훈(베이스 이하생략)이가 영입됐다. 다훈이가 복덩이라 점점 바닐라시티가 잘 되고 있다.

일규 : 보통 록그룹 보컬과 음색이 다른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R&B 싱어였기 때문에, 그게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록엔비다.

Q. ‘바닐라시티’는 어떤 의미인가

일규 : 어감 좋은 단어를 먼저 선택해서 뜻을 만들었는데 두 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는 ‘삭막한 도시에 바닐라 같은 달콤한 음악을 들려주겠다’라는 뜻과 두 번째는 반일록. ‘하루에 반을 록으로 살자’라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

Q. 바닐라시티의 음악적 색깔은

헥스: 록이라고 하면 ‘정신없다, 무겁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바닐라시티는 ‘팝록’이라고 해서 소프트하게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다.

일규 : 바닐라시티는 ‘무지개’라고 하고 싶다. 느린 곡도 있고, 빠른 곡도 있다. 무지개는 그 자체로 예쁘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 바닐라시티 역시 무지개 빛깔이다. 그래서 우리 팬클럽 ‘바닐리안’에 외국인 팬들도 많다.

Q. 그 동안 음악 활동에 대해 소개해 달라

▲ 바닐라시티 보컬 '헥스'
▲ 바닐라시티 보컬 '헥스'
태현 : 2008년 12월 24일 ‘나만의 전설’ 싱글 발매하면서 처음 바닐라시티라는 이름을 알리게 됐다. 2009년 5월 정규앨범 1집을 발매했고, 그 해 8월 동두천 록 페스티벌 본선 공연에 참가했으며 일반부 은상을 수상했다. 2010년 4월 정규앨범 2집을 발매했고, 7월 2010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실력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홍대 클럽에서 공연 기회가 닿는대로 해왔다.

일규 :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인디밴드에게 서포트해주는 기회가 있었다. 대중성과 비주얼을 겸비한 팀이다 해서 엠넷에서 방송활동을 많이 하게 됐다.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KBS DRAMA 뷰티의 여왕, Mnet 에이라이브 등 다양한 방송출연을 했다. 또 1박2일 오프닝, 옥택연이 찍은 다이나믹 DK 사이다 광고에 우리 음악이 BGM으로 들어갔다.

Q. 이번에 3집 앨범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헥스 : 그렇다. 어쿠스틱 느낌의 싱글도 발매될 예정이다. 3집 정규 앨범은 10월 발매 계획이다. 더 좋은 곡을 위해 버린 곳이 20곡 정도나 된다. 12곡을 다 만들어놓고 사장님과 회의를 하면서 앨범을 듣는데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게 최선인가?’라고 생각했다. 거의 마무리 된 단계고 앞으로 1~2곡만 더 나오면 된다. 3집은 사운드적인 면에서 좀 더 강해졌고, 멜로디는 더 팝스럽게, 글로벌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조금 더 탄탄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Q. 바닐라시티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포지션과 캐릭터가 있다면

▲ 바닐라시티 기타 '태현'
▲ 바닐라시티 기타 '태현'
태현 : 기타를 치고 있고, 멤버들 사이에 안주거리가 되고 있다. (웃음) 공연할 때 노래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멘트를 많이 연구하고 개그적 요소를 넣어 공연의 흐름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헥스 : 나이를 맡고 있다. 평균 연령 올리는 게 밴드에서 중요하다.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웃음) 보컬이고, 리더며, 진지함을 맡는다. (태현曰) 멤버들이 이야기하면서 산으로 갈 때가 많은데 중심을 잡아준다. 팀 내에서 벗기고 싶은 양파같은 남자다. 숨겨진 매력이 계속 나온다.

다훈 : 시크를 담당하고 있다. 말을 안해서. (일규曰) 바닐라시티 멤버들끼리 반말하는 계기를 마련한 인물. “형들 말 놓으면 안돼요? 답답하게 이게 뭐야”라면서 (태현曰) 말 안하는 것 같은데 가끔 핵심을 찌른다.

일규 : 바닐라시티에서 드럼을 맡고 있고, 팀 내 긍정에너지 담당이다. 비주얼도 어느 정도 기여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웃음)

Q. 무대 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헥스 : 관객과 함께 즐겁자. 관객 모두가 우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흥겨워 보이고, 즐겁게 공연하면 관객들에게 그것이 보고 전달된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아무 반응이 없으면 공연을 망쳤구나, 했는데 이제는 그걸 넘어섰다.

Q. 공연 전,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어떻게 컨트롤하는지

일규 : 물론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 공연 힘들겠다’라고 생각하고 1곡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흥겨워진다.

헥스 : 예전에 무대 올라가기 전에 언쟁이 있으면 분위기가 안 좋았지만 이젠 멤버들 모두 프로페셔널해졌다. 언쟁이 있더라도 무대 위에서는 즐겁게 공연하고 기분이 누그러져 굳이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호흡이 잘 맞는다.

Q. 앨범에 따라 스타일 콘셉트는 어떻게 결정하나

일규 : 사장님과 함께 회의를 많이 한다. 가장 중요한 색깔 결정은 타이틀곡이나 앨범에 실리는 곡에 따라 결정짓게 된다. 1집의 경우, 갓 세상에 뛰쳐나온 듯한 발랄한 록밴드 느낌이었다면, 2집에서는 소년 같은 이미지를 위해 스쿨 룩을 입었다. 3집은? 기대해도 좋다. 태현이가 옷을 벗을 수도 (웃음)

Q. 멤버 각자 패션감각이 뛰어나다고 들었다

헥스 : 굳이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멤버들의 패션 감각이 남다르다. 현재 스타일리스트가 공석인데 전에도 메인 공연만 스타일링을 해줬고, 다른 공연은 각자 개성있게 알아서 입는다. 멤버들마다 각자 스타일이 있어 통일감을 주도록 색상을 맞추려고 한다.

Q. 음악을 하면서 본인들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스타일 색깔이 있어야 팬들에게 쉽게 눈에 띌 수 있기 때문. 각자 어떤 패션 스타일을 선호하나

▲ 바닐라시티 드럼 '일규'
▲ 바닐라시티 드럼 '일규'
다훈 : 이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떤 아이템이든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매치하면 그것이 하나의 새로운 패션이 된다. 그것이 스트리트 스타일인데, 나는 그러한 스타일을 즐겨한다. 매쉬캡에 스트리트 스타일의 티. 그리고 배지를 좋아한다.

헥스 : 고등학교 때 댄스동아리를 했었다. 춤추는 게 좋아서 내 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 동아리 선배가 “축제 때까지 주변 사람들이 네가 춤춘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라. 무대 위에서의 너와 무대 밑에서의 네가 다른 사람으로 비춰져야 멋있게 보인다”는 말이 아직도 뇌리 속에 남아있다. 평소에도 공연 때처럼 깔끔한 스타일로 입으려고 노력한다.

일규 : 워낙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스타일이 많다. 오늘은 달라붙는 스타일, 내일은 헐렁한 스타일. 매일 바뀐다.

태현 : (일규 曰) 태현이가 옷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원래 옷은 히피 스타일로 입었다. (태현 曰)미국의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John Fruciante)'를 좋아해서 스타일도 히피를 고집했다. 헐렁한 벙거지 스타일로 입었는데 어떤 계기로 완전히 바뀌게 됐다. 어느 날, 지하 작업실에 서 있다가 한 노숙자를 발견했다. 우린 눈이 마주쳤고, 나는 작업실에 들어가려는데 그가 따라 들어오며 “여기 자는데 아니에요?”라고 묻더라. (웃음) 그때 이후로 히피 아이템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댄디한 스타일이 좋다.

Q. 스타일에 관한 롤모델이 있다면

다훈 : MC몽! MC몽 스타일 은근히 많다. 스트리트 룩, 댄디 룩 등 모든 스타일을 소화를 잘 해낸다.

태현 : 난 예수님이 간지 나는 것 같다. 약간 존 프루시안테와 닮았다. (웃음)

헥스 : 난 잘 모르겠다. 딱, 이 사람이다! 라고 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어떤 스타일을 꼽자면 정장을 좋아한다. 내 모습을 봤을 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아! 영화 배우 중 ‘오션스 일레븐’ 주연의 섹시한 남자 ‘조지클루니’의 스타일이 좋다.

일규 : 롤모델은 없고, 스타일별로 있다. 빈티지한 것을 좋아했을 때는 모델 배정남 스타일이 좋았다.

Q. 3집 앨범을 발표하며 헤어스타일 변신이 눈에 띈다

일규 : 나는 그전에 투톤 컬러였다가 지금은 검정으로 염색했고, 태현이는 회색이었다가 지금은 갈색으로, 헥스 형은 펌을 했다. 다훈이는 블루 실버 색상으로 염색했다. 머리 길러서 장근석처럼 묶고 다닐 거다. 1년만 기다려 달라.

Q. 그렇다면 음악적 롤모델은

헥스 : 외국밴드 중 심플플랜(Simple Plan), 보이즈 라이크 걸즈(Boys Like Girls)가 롤모델이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색을 많이 표방하려고 한다. 하드코어적 록이 아닌 대중적 록으로 다가가는 음악을 추구하기 때문. 좋아하는 밴드는 함께 사운드시티 공연을 하고 있는 밴드민하와 치바사운드다. 어려울 때 만난 밴드라서 음악적으로도 친해졌다.

Q. 액세서리에 포인트를 준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일규 : 화려한 의상일 때는 액세서리를 자제하는 편이다. 목걸이는 하나씩 하는 편이고 태현이나 다훈이는 기타를 치기 때문에 메탈팔찌는 피한다.

Q. 타투를 다같이 한 것 같다. 계기가 있나

헥스 : 힘든 시기를 같이 겪으면서 전부터 우스갯소리로 바닐라시티 모두 타투 새기자고 했다. 일종의 보험이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 군대를 가야하니까. 나한테 벗어날 수 없어. (웃음)

일규 : 끝까지 함께 가자는 의미다. 타투는 평생 가는 것이니 모두 ‘바닐라시티’라는 글자를 새겼다. 액세서리 중 가장 소중한 것이다.

Q. 홍대를 대표하는 인디밴드로서 포부가 있다면

▲ 바닐라시티 베이스 '다훈'
▲ 바닐라시티 베이스 '다훈'
태현 : 진실로 홍대를 대표하고 싶다. (웃음) 일확천금을 얻는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공연으로 우리만의 방법대로 인정받고 싶다.

일규 :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 싸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한국의 록밴드 바닐라시티를 알리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태현 : 항상 관객들을 찾아가고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을 하고, 나아가서 세계로 찾아가는 ‘국제택배’같은 바닐라시티가 되고 싶다.

헥스 : 10월말, 3집 앨범이 나오고, 11월 중 단독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9월에는 사운드홀릭시티에서 미니 단독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일규 : 빠르면 내년 말쯤 군대를 가게 되는데 군대를 가면 헥스 형 솔로활동하게 만들어놓고 가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헥스 : 머지않은 시기에 3집 앨범이 나오는데 1,2집보다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려 노력했다. ‘바닐라시티’라는 밴드가 나왔을 때 기억해주고 관심을 가져달라.

 
 
인터뷰가 끝난 후 바닐라시티가 떠난 빈자리에 앉아, 그들이 한 말을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예상대로 유쾌한 그들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지만 음악을 얘기할 때는 진지한 면모도 엿볼 수 있어 신선했다.

“뷰티한국이 우리 인터뷰한 걸 잘했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간 바닐라시티는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묵묵히 열심히 하는 밴드다. 멋진 네 남자의 열정으로 미래가 밝은 ‘바닐라시티’, 앞으로 대중들에게 들려줄 음악에 대한 짝사랑을 오랫동안 품어 멋진 음악 오래오래 들려주시길!

사진 = 김세진 studiomandoo@gmail.com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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