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인 찾아 나선 나드리화장품 몰락은 결국 인재(人災)일지도...

 
 
최근 회상절차 중인 나드리화장품이 매각공고를 내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에도 수십 개씩 없어지고 다시 생겨나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생각을 때 나드리화장품의 오늘은 그리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의 역사가 100년도 되지 않는 한국 화장품史를 돌아 볼 때 한 시대를 풍미하며 10대 장업사에 이름을 올렸던 30년 전통의 중견기업의 몰락은 우리 화장품 업계에 많은 의미를 남긴다.

나드리화장품은 지난 1978년 호중화학공업(주)로 설립되어 국내 화장품史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며 성장해 왔다. 한때 주력 브랜드인 상황과 헤르본, 메소니에 등의 인기에 힘입어 나드리화장품은 연간 9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노센스는 1993년 첫 발매 이후 지속적인 인기를 얻었다. 1994년 출시된 이노센스 이센스UV트윈케이크의 경우는 국내화장품 역사상 단일품목 중 최다 생산ㆍ판매를 기록한바 있으며 발매 2년만에 ‘이노센스 단일브랜드 판매 1000억’ 돌파라는 신기원을 쓰기도 했다.

이외에도 나드리화장품은 1994년 나드리뷰티아카데미와 레브론테크니컬스튜디오를 개원해 화장품 교육의 장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95년 제1회 한국수퍼모델선발대회를 SBS와 공동으로 개최하였으며 대한민국화장품 우수디자인 공모전 개최, 융게라스헤어쇼, 미스변산 선발대회 등 각종 사회문화행사에 주최 및 후원으로 참여해 화장품 산업뿐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90년대 말 카드대란과 외환위기, 그리고 전문점시장의 몰락과 해외 유명 브랜드의 성장으로 위기에 몰린 나드리화장품은 시장 적응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6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대상그룹 계열사인 UTC인베스트먼트로 주인이 바뀌면서 ‘더 나드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변화를 꾀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2006년 이후 나드리화장품은 대대적인 인력 재편과 브랜드 통합, 두피 스파 사업 진출, 변정수와 홈쇼핑 전용 제품 개발 등 다양한 시도를 전개했지만 큰 성과 없이 끝났고 2009년 블룸즈베리에셋매니지먼트사에 인수되며 브랜드숍 사업 진출 등을 꾀했지만 경영 악화로 이마저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나드리화장품을 지켜왔던 장기 근속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나드리화장품이란 명성 역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조금씩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이제는 나드리화장품 제품을 쉽게 찾지 못하게 되었으며 신문 등에서는 광고가 아닌 매각 관련 기사를 통해 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나드리화장품의 오늘의 어려움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나드리화장품의 몰락을 ‘시장 적응 부족’에서 찾는다.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잡지 못해 히트 제품 개발에 실패했고, 전문점 위주의 영업 정책에서 새로운 유통 개척 시기가 늦었다는 것. 또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실패하면서 노후한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방문판매 중심의 기업이 된 점 등이다.

거기다 나드리화장품의 대표 유통이자 브랜드인 헤르본이 ‘무늬만 방판’이라는 언론과 소비자 단체의 뭇매를 맞으면서 사업 전개에 어려움이 따른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본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나드리화장품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 온 장기 근속자들이 나드리화장품에서 고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나게 되면서 전통이 사라지고 회생의 의지마저 꺾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일례로 나드리화장품의 연구소는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업계에 인정받는 곳이었다. 국내 한방화장품의 이론을 처음으로 체계화시킨 사람이 나드리화장품의 연구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드리화장품 연구소가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발표한 한방화장품 구분법은 현재에도 체계화된 이론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나드리화장품 연구소가 그동안 개발해 온 제품들은 국내 화장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제품들이 많다.

비단 연구소와 공장에 근무하던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케팅, 영업, 홍보 등 나드리화장품을 지탱하던 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나면서 나드리화장품의 신사업은 사공만 많은 배처럼 표류했다.

일례로 두피 스파 사업의 경우, 처음 아이디어를 냈던 직원이 퇴사하게 되면서 핵심 사업이었던 두피 스파 사업은 당초 계획과 달리 전개되면서 실패로 끝이 났다.

분명 이러한 문제는 나드리화장품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도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침체된 상황을 반전하는 것 역시 어렵다.

최근 한화이글스는 팀 침체 분위이와 함께 감독이 시즌 중 사임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베테랑 선수인 박찬호가 성수들을 소집해 독려하며 새로운 반전을 기대하게 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데 있어 경험 많은 선수만한 경쟁무기도 없는 셈이다.

무엇을 하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가 필요하고, 한 순간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에도 단계와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나드리화장품의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나라 전통의 화장품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가길 기대해 본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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