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 아닌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집중…남원북철(南轅北轍)의 우(愚)

 
 
[전국시대 위(魏)나라 왕이 조(趙)나라의 도읍 한단(鄲)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때마침 여행을 하고 있던 신하 계량(季梁)이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돌아왔다.

그는 왕에게, “저는 길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는 남방의 초나라를 향해 가고 있다고 하면서 북쪽을 향해 마차를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나라로 간다면서 북쪽으로 가는 까닭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 말은 아주 잘 달립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이 잘 달려도 이쪽은 초나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라고 하자, 그 사람은 ‘나는 돈을 넉넉히 가지고 있고, 마부가 마차를 모는 기술은 훌륭합니다’라고 엉뚱한 대답을 하였습니다. 왕께서도 생각해 보십시오. 그 사람의 행동은 초나라와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하고 말하였다.

계랑은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하였다. “왕께서는 항상 패왕(覇王)이 되어 천하가 복속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왕께서는 나라가 조금 큰 것만을 믿고 한단을 공격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왕의 영토와 명성은 떨칠 수 있을지라도 왕의 목표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만난 사람처럼 마음은 초나라로 간다고 하면서 몸은 마차를 북쪽으로 몰고 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는 고사성어인 남원북철(南轅北轍)의 유래다. 수레의 끌채는 남을 향하고 바퀴는 북으로 간다는 말로, 마음과 행위가 모순되고 있음을 비유하는 뜻이다.

최근 한국의 화장품 업계의 모습은 남원북철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나게 한다. 말은 글로벌을 꿈꾼다고 하지만 정작 가는 방향은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에 진출한 사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대한화장품협회가 관세청 자료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의 해외 수출은 전년대비 25.9% 증가한 12억3128만9000불이었으며 수입은 2.9% 증가한 12억7518만8000불을 기록했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 수출의 24.4%가 중국이며, 홍콩이 17.5%, 일본이 12.3%, 대만이 7.6%, 태국이 6.5%, 싱가포르가 3.3%, 말레이지아가 3.2%, 베트남이 3.1%로 아시아 수출은 전체 수출에 77.9%에 달한다.

화장품 수출국 상위 10위권 국가 중 아시아가 아닌 국가는 미국과 러이사연방뿐이며, 이들 비중은 각각 8.6%와 1.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럽은 아예 순위에 없다.

반면 화장품 수입은 전체 31.0%가 미국이며, 프랑스가 23.3%, 이탈리아가 4.9%, 영국이 4.4%, 독일이 3.3%, 캐나다가 3.0%, 스웨덴이 1.7%로 전체 수입액의 71.6%가 아시아 이외의 국가였다. 결국 말을 빌리자면 ‘돈 버는 곳과 돈 쓰는 곳이 다른’ 셈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올해 1~8월 우리나라 화장품의 중국 수출 성과는 전년 동기 대비 69.9% 증가한 것으로 전체 화장품 수출의 약 28%를 차지하며, 홍콩, 대만 등 중화권을 모두 포함할 경우 수출액은 전체의 55.3%에 달한다.

물론,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도 분명 수출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은 아니라는 소리다.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은 너무도 편향되어 있다.

 
 
유럽과 미국에 비해 짧은 화장품 역사,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편향된 수출 성과는 몇가지 중요한 부분을 시사한다.

한국산 화장품의 아시아 시장에서의 인기는 크게 3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한류 열풍이고, 두 번째는 수입 화장품에 비해 저렴하지만 좋은 효과, 세 번째는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다.

하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한류 열풍의 영향이다. 한류 붐은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동경을 만들어 냈고, 이는 다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판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과거 세계 모든 이들이 열광하던 홍콩 스타들의 오늘은 어떤가를...

달이 차면 기울기 마련. 분명 한류는 유효기간이 있다. 한류의 유효기간이 다 되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중국 로컬 기업들의 성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장품 제조 기술이 낙후되어 있다지만 언제까지 중국이 화장품 후진국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중국의 화장품 로컬 기업 중 3곳은 우리나라와 함께 전세계 화장품 100대 기업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는 정부차원의 지원은 물론, 중국 현지 진출 화장품사들을 통한 정보 획득 및 기술력 확대, 그리고 막대한 자본을 통한 우리나라의 중국 화장품 역수출도 대비해야 한다. 이미 중국의 거대 자본들이 최근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직진출 하려는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이다. 글로벌(global)은 말 그대로 ‘세계적’이란 의미다. 하지만 글로벌에는 ‘전반적’이라는 뜻도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국내는 물론 어느 한 지역의 편향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화장품 역사는 이른바 화장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에 비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와 달리 성장 속도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제는 기술력에서도 세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국내 화장품산업 해외직접투자(FDI)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화장품산업 지역별 해외직접투자는 아시아 지역에 가장 많은 6,901만 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92.8%를 차지했으며 국가별 해외직접투자에서는 중국이 3,494만 달러로 2012년 2위에서 한단계 상승한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2013년 대 중국 해외직접투자는 전반적으로 감소하여 전년대비 26.5% 감소한 48.0억불 기록했지만 화장품산업의 대 중국 해외직접투자는 전년대비 17.3% 증가했다.

이제는 글로벌이라는 말을 돈을 벌기 위한 ‘명분’이 아닌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그동안 한곳에만 집중하다 내외적인 사건으로 큰 낭패를 본 수 많은 사례들을 보아왔다.

대한민국 화장품 브랜드가 상징적인 의미의 매장 진출이 아니라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컬러로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를 향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보고 싶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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