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주)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주) 대표이사)
“당장 밖으로 나가 아시아식품 전문점으로 가면 ㎏당 4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간단히 김치와 버섯 등을 넣은 ‘김치 에그스크램블’이나 ‘쇠고기 김치볶음’은 5대 식품 중 맛이 최고였다”

지난 2006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고정칼럼니스트 존 레이먼드가 쓴 김치 얘기다. 미국의 ‘아시아식품 전문점’에는 대부분 김치를 파는가보다.

당시 미국 건강전문 잡지 ‘헬스(Health)’가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했을 때 쓴 글이었다. 이 ‘5대 식품’ 사실을 뉴욕타임즈와 뉴스위크 등 세계적인 언론들이 보도했기 때문에 우리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김치가 왜 일본의 낫토(콩식품),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틸콩과 함께 ‘세계 5대 건강음식’에 선정되었을까. ‘헬스(Health)’는 김치를 “비타민 A, B, C는 물론 섬유질과 유산균이 풍부하고 항암 효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사진 찍을 때 ‘치즈’ 대신 ‘김치’라고 말할 정도로 이 음식을 좋아해 국, 부침개는 물론 피자와 햄버거에도 넣어 먹는다”며 “한국의 비만 비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고섬유질 저지방인 김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치의 ‘약효’에 대해서는 이미 2003년부터 세계의 매스컴을 탔었다. 당시 사스(SARS)가 중국 대륙을 강타했을 때, 이웃나라인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의 사스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를 김치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우리가 과학적으로 검증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MBC는 2005년 3월 ‘발효가 사람을 살린다’는 특별기획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발효는 한국의 음식, 특히 김치와 장(醬) 문화를 결정짓는 요소다.

결론은 미국 헬스(Health)지가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항암효과가 있는 김치를 소개한 것과 김치 때문에 한국인이 사스에 강한 것이라는 보도가 맞았다는 사실.

실험을 위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연구진이 김치의 활성물질을 추출해 돼지 유행성 설사병이 도는 돼지농장으로 갔다. ‘설사’는 돼지농가에는 치명적인 질병. 하지만 2주가 지난 뒤 김치 활성물질을 먹은 새끼 돼지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사욱 교수팀은 김치의 조류독감(AI) 퇴치 가능성을 확인했다. 샘플로 조류독감에 걸린 닭 13마리에게 김치균 배양액을 먹였더니 열흘 뒤 김치균 배양액을 먹은 닭들은 다시 활기를 띄고 살아났다.

그러니 일본과 중국이 한국의 김치를 그저 부러워할 리가 없다. 남의 일인 것처럼 강 건너 불 보듯 할 리가 없다.

약삭빠른 ‘일본의 김치침략’은 이미 1990년대부터 노골화됐다. 일본의 ‘기무치’를 김치의 국제식품 규격으로 등재하려고 은밀히 움직인 것. 다행히 우리 정부가 이를 감지해 재빨리 대응하면서 2001년에 식품 분야의 국제표준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가 일본의 기무치를 물리치고 국제식품 규격으로 승인받았다.

중국도 ‘김치의 원조는 중국’이라는 ‘김치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중국 쓰촨성 정부는 ‘중국절임식품 5개년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한국 김치는 1500년 전 한국으로 넘어간 중국 절임식품 ‘파오차이(泡菜 포채)’의 짝퉁”이라는 중상모략을 해대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도 이에 적극 가세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에게 다행인 것은 2013년 12월5일, 유네스코는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치’가 아닌 ‘김치 담그는 문화’라고 규정한 것이어서 무언가 2% 부족하다. 일본의 기무치와 중국의 파오차이가 “결코 김치를 몰아낼 수는 없다”고 안심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최소한 김치의 지위를 흔들려는 저들의 수작만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존 레이먼드가 말한 김치는 ‘한국식품 전문점’에서 파는 것이 아닌, ‘아시아식품 전문점’에서 파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의 김치를 지적한 것이지만, ‘아시아식품 전문점’의 김치는 우리만의 것이 아닌, 일본산 중국산 김치 종류가 더 많다.

어디 미국뿐이랴. 국내 식당에 올라오는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한다. 김치 자체는 아닐지라도 김치 주원료인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류도 대부분 중국 농수산물이라고 한다.

그러니 김장문화 자체가 어쩌면 사라질지 모른다. 젊은 세대에게 김치는 ‘공동체적 친밀감으로 함께 담가먹는 김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료품점에서 한 봉지씩 사다 먹는 음식일 뿐이다.

입동부터 김장철이라는 옛말처럼 지금은 김장철이다. 서울시는 올해 처음 ‘천만의 버무림, 대한민국 김장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로 지난 11월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김장문화제’를 열었다.

이것이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찰음식전문가 선재스님은 “내가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내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우리의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로 담근 김치를 우리가 받아들일 때라야 우리의 김장문화는 만들어진다. 기무치와 파오차이마저 수입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글_노규수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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