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편향 화장품 시장 형성, 무자료 거래 증가와 유사 제품 난립 등 문제

 
 
[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文公)은 성복(城)이라는 곳에서 초(楚)나라와 일대 접전을 벌이게 되었다. 그러나 초나라 군사의 수가 진나라 군사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병력 또한 막강하였으므로 승리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호언(狐偃)에게 물었다. "초나라의 병력은 많고 우리 병력은 적으니 이 싸움에서 승리할 방법이 없겠소"라고 하자 호언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예절을 중시하는 자는 번거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움에 능한 자는 속임수를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속임수를 써 보십시오."

문공은 다시 이옹(李雍)의 생각을 물었다. 이옹은 호언의 속임수 작전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다만 이렇게 말했다.

"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그 훗날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들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뒷날에는 잡을 짐승이 없을 것입니다(竭澤而漁 豈不獲得 而明年無魚 焚藪而田 豈不獲得 而明年無獸). 지금 속임수를 써서 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영원한 해결책이 아닌 이상 임시방편의 방법일 뿐입니다." 이옹의 비유는 눈앞의 이익만을 위하는 것은 향후 화를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최근 중국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모습은 갈택이어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2~3년 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불경기 등의 영향으로 대한민국 화장품시장은 크게 위축되었다. 평균 7% 이상 성장해 온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2년 이후 7% 이하로 감소했고, 국내 화장품 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찾은 해법은 바로 ‘중국’이었다. 한류 열풍과 함께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화장품의 중국 수출은 크게 늘었고, 최근에는 ‘중국이 없으면 한국 화장품은 죽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에는 중국을 잡기 위한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로드숍에서는 중국어가 가능한 판매사원이 포진되고, 매장 내에는 중국어 설명서가 즐비하다. 또한 히트 제품의 패키지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골드, 레드로 바뀌고, 중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 유사 제품들이 폭발적으로 출시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 집중한 결과 다수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큰 성과를 올렸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도 적지 않다.

화장품 브랜드숍의 경우만 보아도 네이처리퍼블릭은 중국 로드숍에 본격적으로 진출 전에 이미 모델이 엑소가 화제가 되고 온라인쇼핑몰에서 알로에 수딩젤이 인기를 얻으면서 올해 큰 성과가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해 500억원 매출 돌파로 돌풍을 예고한 잇츠스킨은 중국에서의 달팽이 크림 인기로 올해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과 함께 5위권 싸움에 나서게 됐다.

이외에도 바닐라코, 더샘, 홀리카 홀리카 등 후발주자들의 큰 성과가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리더스, 메디힐, 클라우드, 리젠 등 중소기업들의 폭발적인 매출 신장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대한민국 화장품의 중국 시장 공략은 너무도 조급해 보인다. 중국에 편향된 수출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인기로 짝퉁, 카피 제품들이 범람하고 있으며,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무자료 수출들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들어가는 무자료 거래 화장품들은 공식적인 중국 수출 규모 이상이다. 현재 국내에서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물론,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들도 무자료 거래로 공급되는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화장품 공급율도 크게 하락했다. 무자료 거래 제품들은 최대 20%에 공급되는 일들도 생겨나고 있어,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총판이나 대리점, 정식으로 제품을 수입하는 수입업자들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에 빅밴드를 보유한 도매업체들까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면서 한국산 화장품의 수출은 늘었지만 유사 제품 난립과 심각한 가격 경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제품의 질적 하락과 짝퉁, 유사 제품으로 인한 한국산 화장품의 신뢰도 저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시장 선점의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는 현상이다.

 
 
유통 질서의 혼탁만이 문제는 아니다. 최근 화장품 업계는 “중국이 없으면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정치적인 이슈 발생시 전체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여년간 한류가 뜨거웠던 일본에서 최근 반한류 감정 고조와 정치적인 이슈, 그리고 엔저 현상 등으로 한국산 화장품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향후 중국에서도 있을 법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들의 중국 편향의 투자 전략도 향후 내수시장에 위협이 될 공산이 크다. 최근 수출 보다 내수 시장 강화에 나선 중국과 달리, 한국의 화장품 시장은 모든 타깃이 중국에 맞추어져 있다. 중국 관광객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 투자, 매장 인테리어, 제품 패키지 변화 등으로 내수 보다는 중국인들에게 모든 것이 맞추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 고객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명동의 화장품 매장을 방문하면 한국인 고객들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매우 적다. 한국인 고객들은 일종의 방치에 가깝다. 모든 직원들이 중국어를 하고 중국인들에게만 친절하게 설명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화장품 대부분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검토하고 준비하면서 국내 내수 시장은 포기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몇몇 해외 인기 브랜드들이 국내 마케팅을 축소하고, 유통을 해외 시장에 집중하면서 1~2년만에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생존까지 위협 받은 사례들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도 향후 한국 화장품 시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우리나라 화장품 역시 유럽과 미국, 일본에 크게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들은 컬러와 향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모든 기술력에서 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한국에 진출한 해외기업들의 노하우를 습득한 것도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이미 중국의 로컬 기업들은 계속적으로 화장품 제조 및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하며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다.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랭킹에 중국의 로컬 기업이 우리나라와 같은 숫자인 3개를 기록한 것을 보아도 중국 기업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타결된 한중 FTA도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저조한 관세 인하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지금 대한민국 화장품 업계를 먹여주고,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중국’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늘 거품이 있고, 소비자들의 심리는 유동적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소위 ‘잘 나갈 때 잘 해야 한다는 것’을 그동안 수많은 경험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눈앞에 이익만을 생각하기보다 이제는 내일, 내일 모레, 1년 후, 10년 후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한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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