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땅이 많은 사람은 땅땅거리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자산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대기업이 갖고 있는 에버랜드 땅도 소중할 것이고,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산을 일구어 일류 골프장으로 개발해낸 모 기업의 스포츠레저 땅도 소중할 것이며, 어느 산골 구석진 골짜기에서 감자밭을 일구는 촌로 부부의 자갈밭도 소중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듯 모든 땅은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내가 저 땅들의 등급을 매긴다면, 구석진 골짜기 땅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을 수확하는 촌로의 자갈밭이 더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인간이 밥만 먹고 사는 동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곡식과 채소, 축산물, 수산물에 의해 에너지를 얻고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기에 이들 땅들은 우선 보호되어야 한다.

그래서 일부 농민들은 ‘야생농법’으로 자신이 일구는 땅을 온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 역시 수안보 산골에서 그렇게 땅을 보호해 약초를 가꾸고 있다.

땅은 흙들이 모여 사는 하나의 생명체 집단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곳에서 미생물과 유기물질들이 흙속의 미네랄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따라서 야생농법 농민들은 마치 애완견을 키우듯이 그 땅이 다치거나 아프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땅에게 필요한 먹이도 준다.

이것은 바로 1970년대부터 노르웨이의 아느네스(Arne Naess)와 같은 사람들이 주장한 ‘생태철학-T(Ecosophy-T)’와 같은 시각이다.

인간과 땅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야생농법이나 생태철학의 중요한 명제다. 그것은 공허한 철학이 아니다.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후손을 아우르는 삶의 현장이다.

자연이 훼손되고, 땅이 생명을 잃으면 인간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생태철학의 절박한 호소다. 인간은 결코 만물의 영장이 아닌, 자연에 종속된 미미한 존재일 뿐이라는 자각이다.

생태철학자들이 인간 중심의 생태주의, 즉 인간을 모든 가치의 원천으로 삼고, 자연환경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유용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곳만 보존하려는 인간중심의 이기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 1973년이었다.

그들은 산업혁명 이후 1960년대까지 경제적 호황기에 번성했던 환경개량주의와 기독교적 자연관, 즉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이 자연보다 우월해 모든 생물을 다스릴 수 있도록 창조했다”는 인간중심적 성경 해석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서 선진국의 산업폐기물이나 핵폐기물이 후진국에 버려지는 실태, 또 그 같은 산업시설을 자연이 보존된 후진국으로 이전하려는 ‘오염수출’에 반대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고자 탈(脫)인간중심적 심층생태론(深層生態論)을 제기했다.

땅이 살아야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땅과 생명체는 물론 지구와 우주까지 모두 전체적인 환경(Relational Total-field)에 의해 지배되는 상호 관계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Ecosophy-T(생태철학-T)’에서 T는 바로 Total-field(전체 환경)의 표시다.

이 ‘T’에서는 땅과 같은 무생물도 당연히 생명체와 똑 같은 대우를 받는다. 인간과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이 모두 등가성을 갖는다. 인간과 자연생태계가 결코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배적인 역할을 겸손히 축소하고, 생태계 내에서 상호 의존하는 관계들의 복잡한 그물망(web)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자는 뜻이다. 소셜(social)의 원리다.

기업경영을 놓고 보자면, 주주와 경영자 및 임직원, 회원, 고객이 서로 각자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동일하다. 생태경영학이라고나 할까. 모든 개체의 존재들이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지구가족(Earth Household)이라는 말이 탄생된 계기다.

생태철학에서 출발한 야생농법의 이념은 바로 “대자연을 존중하여, 그 섭리의 규범에 순응한다”는 것이다. “흙을 살림으로써 살아 있는 흙의 위대한 능력을 발휘시킨다”는 원리다.

이것은 193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유기농법을 보다 발전시킨 개념일 것이다. 땅의 활력이 회복되면 작물 자체에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자연적으로 생기게 된다는 생각을 배경으로 한다.

일부에서는 야생농법에 따라 농작물을 키우는데 비료도 주지 않고, 농약도 뿌리지 않아 병충해도 방제하지 않으면, 과연 전인류가 먹고살 수 있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 대량생산해야 하는 것은 공업에서뿐만 아니라 농업도 마찬가지인데 야생농법의 농민이 과연 그렇게 농사지어 처자식 거느리고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이의를 제기한다.

물론 중요한 지적이다. 하지만 땅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야생농법이나 생태철학의 이념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대량생산’의 원리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농업에서는 야생농법에 의해 품질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나는 수안보 농장에서 친지(회원)들과 함께 철저한 야생농법으로 약초를 재배하고 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오염되지 않은 땅이다. 비록 대량생산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약초의 효력을 더 크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자랑 같지만, 그 약초들을 원료로 나는 친지들과 함께 먹을 수 있고, 고객들에게도 자신있게 전달할 수 있는 건강식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들이 직접 재배하고 있기에 조금도 주저함 없이 권할 수 있다.

나와 친지들이 벌여나가고 있는 이 야생농법이 한국의 농업과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21세기 문화운동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

글_노규수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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