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 해피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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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4일 KBS-1TV의 ‘6시 내고향’ 프로그램에서 전북 고창의 ‘초석잠’이 방송되자 네티즌들 사이에 초석잠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초석잠 수확기인 늦가을을 맞아 인터넷의 여러 매체들도 초석잠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으니, 친지들과 어울려 충청도 수안보 산골마을에서 초석잠을 채취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까지 나는 그저 무의식적인 표현으로 초석잠을 ‘재배(栽培)’한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 요즘은 초석잠을 ‘채취(採取)’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재배(栽培)라는 단어는 동물로 치면 ‘사육(飼育)’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내가 수안보의 초석잠을 마치 먹이를 주고 일일이 생장을 컨트롤하는 것 같은 뉘앙스여서 그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우리 초석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친지들과 어울려 심은 우리 초석잠들은 자기 힘으로 자라 왔다.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이다.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누가 성장을 도와주지 않는다. 반면 자연 속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경쟁자’들이나 ‘적’들을 스스로 물리쳐야 한다.

‘경쟁자’들은 당연히 주변의 다른 식물들일 것이다. 초석잠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잡초라고 해서 뽑거나 제초제로 제거하려 하겠지만, 우리는 잡초를 초석잠의 경쟁자로 보기 때문에 뽑아주거나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다.

보신용이나 약용으로 귀하게 쓰여질 것이어서 식물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꼭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적’들은 당연히 벌레들일 것이다. 초석잠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해충이라고 해서 농약으로 죽이려 하겠지만, 그 농약은 독(毒)이어서 오히려 우리의 초석잠까지 죽이거나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초석잠이 해충과 정면으로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응원할 뿐이다.

또 우리의 초석잠들은 하늘과 땅의 진리를 스스로 배워야 한다. 경쟁자들과 어떻게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지, 적들과 어떻게 싸워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바람과 별과 눈보라와 비바람이 전해주는 대자연의 섭리를 깨우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야생농법의 원리다.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 자연 생태계 속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란 우리 초석잠들의 약효는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안보 산골의 초석잠들은 경쟁자와 적을 이기고, 뜨거운 태양, 사나운 비바람과 함께 했기 때문에 자연의 힘 그대로 향기를 내뿜고 있다. 굳이 비유한다면 심신산골의 산삼(山蔘)이라고나 할까.

초석잠이 방송을 통해 화제가 되는 것은 기억력을 개선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약효 때문이다. 신경 전달물질인 콜린(choline)과 페닐에타노이드(phenylethanoid)라는 성분이 두뇌기능을 활성화시키고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또 부종이나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예부터 노인들이 망령기가 들거나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면 초석잠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선비들이나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 역시 초석잠을 일상의 식사에 부식이나 음료로 먹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현대 과학은 콜린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그 결과 초석잠의 콜린은 대부분의 미생물과 고등동물의 생장과 물질대사 과정을 아우르는 필수영양소라는 것이다.

즉 콜린은 인지질이라고 하는 지질의 한 성분이어서 세포막을 만들고, 아세틸콜린의 한 성분으로서는 신경작용을 조절한다. 또한 여러 물질대사 과정에 관여해 간에서 지방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콜린이 결핍된 동물은 출혈성신장염이나 간 지방 과다축적으로 고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본 초석잠은 청신(淸神)기능, 즉 정신을 맑게 해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파혈(破血)로 피가 돌지 않게 막혀 있는 것을 뚫어 준다. 산혈(散血)로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지통(止痛)으로 통증을 멎게 한다.

이것을 종합해 화오장(和五臟)이라고 했다. 초석잠이 오장의 기능을 정상화시킨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허파의 폐금(肺金), 콩팥의 신수(腎水), 간의 간목(肝木), 심장의 심화(心火), 지라의 비토(脾土)가 있어 인간과 자연이 상극(相克)을 버리고 상생(相生)하도록 이끈다.

바로 이것이 신선들이 추구했던 장수무병(長壽無病)으로 가는 오행균일(五行均一)의 원리다. 오장육부(五臟六腑)가 무병의 대전제로 삼은 것은 함께 살아가며 돕는 상생(相生)이었다.

초석잠이 바로 인체 내장 전체가 상생의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하는 신비의 약초다. 따라서 관절염 신경통 마비증 중풍 유중풍(類中風) 전신골절통 등을 우선 제거한다고 했다. 특히 기혈이 지나치게 왕성하거나 지나치게 쇠약한 데서 오는 기절 현상에는 초석잠이 으뜸이라는 것이다.

자료를 찾아가며 초석잠을 길게 설명한 것은 약초일수록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라도록 해야 약효가 온전하게 보존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약초를 귀하게 키운다고 해서 귀하게 되지 않는다는 자연의 섭리를 나는 수안보의 약초밭에서 배워야 했다.

FTA시대를 맞는 한국 농업이 양(量)에서 질(質)로 변화되기 위한 답은 야생(자연)농법이다. 농약과 제초제, 비료, 석유화학 물질에서 벗어나야 우리의 오장육부(五臟六腑)가 신선해지고, 우리의 농산품이 경쟁력을 갖는다.

더욱이 약초는 약이어야 하는데, 그 해답은 야생농법뿐이다. 그래야 땅에 두더지와 지렁이가 살고, 하늘에는 보라매와 종달새가 날 것이다. 그것이 상생(相生)이다. 추운 겨울에는 꼭 초석잠을 보약으로 드실 것을 독자분들께 권해 드린다.

글_노규수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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