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화장품전문점 몰락 과정과 유사, 대응책 마련 필요

 
 
최근 소비재시장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표를 올리고 있는 화장품 업계에 위기설이 돌고 있다.

2002년 미샤 등장 이후 지난 10년 간 승승장구하며 고속성장해 온 브랜드숍의 최근 환경이 90년대를 풍미하다 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침체기를 겪다 이른바 ‘화장품 유통 뒷방’으로 물러난 화장품전문점의 몰락 과정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신규 브랜드숍 및 경쟁 유통 확장과 경쟁적인 매장 확장에 따른 로드숍 포화, 비슷한 콘셉트로 인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부제, 무리한 할인 경쟁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 정부의 규제 강화와 세무조사 착수 등 브랜드숍 환경이 화장품전문점 침체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화장품업계를 주름잡았던 화장품전문점들 역시 이러한 문제들로 결국 침체기를 겪게 되었고 2002년 미샤, 2003년 더페이스샵 등장 이후 점차 브랜드숍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으로 어려웠던 당시보다 최근 국내 경기가 더 어렵다는 예측들이 나오면서 브랜드숍들이 내년부터는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숍 업계는 해외시장 진출로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할 것이란 지적이다.

갈 곳 없는 브랜드숍, 확장 경쟁 과열 

 
 
최근 브랜드숍의 가장 큰 숙제는 매장 포화 현상이다. 화장품전문점이 정점을 찍었을 당시 매장 수는 2만개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 1만개 남짓한 브랜드숍 수는 적은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화장품 관련 로드숍이 화장품전문점이 유일했고, 경쟁 유통의 수도 많지 않았다는 것 등이 주된 이유다.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이 확고한 화장품 주력 유통으로 성장해 점유비를 높였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확장, 화장품을 판매하는 편의점과 약국의 확대, 거기에 화장품전문점이 여전히 5000여개가 성업 중이고, 2000여개의 헬스&뷰티숍이 등장하는 등 전체 시장 성장 보다 유통 성장이 더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연평균 10%대의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온라인과 홈쇼핑의 성장률은 이를 상회했으며 백화점과 대형마트 역시 매년 10% 이상이 성장세를 보여 왔다.

또한 현재 매장수는 1만개에 달하고 있지만 로드숍와 대형마트 등의 유통 경로에서 브랜드숍의 전체 외형 규모는 2조원에 달하고 있어 화장품전문점이 정점을 찍었던 90년대 중순 1조원과 비교해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브랜드숍 진출 브랜드들이 2004년 이후 매년 2~3개씩 늘어났으며 멀티브랜드숍까지 포함해 현재 20여개가 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 헬스&뷰티숍, 드럭스토어, 편집숍 및 멀티숍 형태의 화장품 매장 등을 더하면 로드숍을 운영 중인 화장품 관련 매장은 30여개를 넘고 있다.

올해만 해도 9월 초 현재 로드숍을 론칭한 곳은 브랜드숍 형태의 새라제나, 미스터킴, 버츠비, 비욘드 등 4곳과 헬스&뷰티숍 형태인 이마트 분스와 카페베네 디셈버24 등 2곳, 플래스십 스토어를 오픈한 클리오, 다시 브랜드숍 진출에 뛰어든 스킨79 등 8개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부터 로드숍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더바디샵, 그동안 직영만 고집해 왔지만 최근 가맹사업 전개를 선언한 바닐라코 등 세력 확장에 나선 브랜드숍들이 늘어나고 있어 브랜드숍 매장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더 이상 브랜드숍의 매장 확장 경쟁사는 브랜드숍에만 국한되지 않게 되었으며 특히 중심상권의 경우, 한정된 상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숍은 헬스&뷰티숍은 물론 약국, 편의점, 심지어 커피전문점과도 경쟁하게 됐다.

실제로 화장품 로드숍 최고 상권인 명동의 경우 대부분의 브랜드숍들이 매장을 오픈하고 있으며 현재 로드숍 매장 수만 80여개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헬스&뷰티숍과 드럭스토어 등을 더하면 화장품 관련 로드숍은 100여개에 달해 명동에 진출하려는 타 업종 프랜차이즈들과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심상권에서 같은 브랜드의 브랜드숍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분산되고 있어 같은 브랜드숍간 경쟁도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 타 멀티숍에 브랜드숍 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브랜드간의 경쟁은 유통간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 브랜드숍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숍 포화상태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이미 브랜드숍들은 대형 유통의 숍인숍 입점, 해외시장 공략 등으로 이러한 문제 극복에 나서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대형 유통 입점과 해외시장 공략에서도 브랜드숍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퇴출되는 브랜드숍들도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답 없는 할인 경쟁

 
 
최근 브랜드숍의 할인 경쟁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화두가 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킨푸드를 제외한 20여개 브랜드숍들이 매월 경쟁적으로 할인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브랜드숍이 할인하는 날이 할인하지 않는 날 보다 많을 정도다.

물론, 최근 이러한 할인 경쟁은 유행처럼 번지면서 브랜드숍의 매출 상승에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새롭게 출시하는 제품의 소비자 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있으며, 제품 질 저하의 위기감까지 고조시키고 있다.

이미 소비자들은 할인 없는 날 브랜드숍을 찾지 않게 되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아예 제품 출시 전부터 할인을 염두에 둔 가격으로 소비자가격을 책정하는 등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는 상황.

실제로 할인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2011년 브랜드숍시장은 2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외형이 2조원 고지를 넘었고, 올해 역시 10%대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지만 매장당 평균 매출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할인 행사로 전체 외형은 커졌지만 할인에 따른 가맹점의 부담률이 매년 크게 늘고 있어 직영보다 가맹점이 많은 브랜드숍의 경우, 특정 수량 이상 판매하지 않을 경우 할인 행사가 늘어날 수록 매장당 매출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미 중심상권을 포함한 전체 브랜드숍 매장당 평균 매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숍들은 헬스&뷰티숍 혹은 타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전환을 검토 중인 사례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과거 화장품전문점이 개별 전문점별로 무리한 할인 경쟁하거나 타 유통으로 제품을 넘기는 편법들이 있던 것과 달리 브랜드숍은 본사에서 철저하게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리한 할인 경쟁은 결국 제품이 타 유통에서 판매되게 되는 위험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할인 경쟁이 과열되면서 브랜드숍의 주력 제품들은 오히려 소비자 가격은 상승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할인에 따른 가맹점 분담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외형은 성장했지만 매장당 평균 매출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화장품 원가 공개를 통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브랜드숍의 원 취지마저 의심받게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세무조사 착수, 산 넘어 산!

 
 
최근 지자체를 비롯한 정부의 대형 유통에 대한 영업일과 수수료 규제들이 브랜드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세청이 브랜드숍을 타깃으로 세무조사에 나서게 됨에 따라 브랜드숍 위기감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이미 미샤를 비롯한 일부 기업의 경우는 앞서 진행된 국세청 세무조사로 추징금을 부과 받았으며 최근 국세청이 브랜드숍 앞으로 ‘매출자료 제출 요청서’를 보냄에 따라 향후 대대적인 세무조사 착수가 예고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상황은 98년과 99년 화장품 업계에 불어 닥친 대대적인 세무조사 상황과 유사해 브랜드숍들도 당시 큰 타격을 받은 화장품전문점에 버금가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명동 등 해외 관광객들이 몰린 상권의 경우 현금 결제가 많고 일부 지방 상권의 경우 브랜드숍 가맹점들이 자체적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해 문제 소지가 있기 때문.

또한 최근 일부 브랜드숍의 경우 특판 영업을 확대하면서 중국 등 해외에 특판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무자료 거래 등의 사례가 적발될 경우 큰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과거 화장품전문점은 도매와 온라인쇼핑몰 등과 연계된 개별적인 무자료 거래 등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자체적인 할인 행사 등으로 자료 근거가 미약했던 것과 달리 브랜드숍들은 본사 차원의 관리가 진행돼 당시보다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전문점들이 마진이 낮음에도 브랜드숍으로 전환했던 이유 중 하나는 트렌드적인 요소도 있지만 세금 문제 등을 대비한 거래의 투명성 확보도 이유였다”면서 “이번 국세청의 매출자료 제출 요청과 향후 있을 세무조사는 브랜드숍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보호 유무를 시험하는 하나의 시험무대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멀티브랜드숍을 포함한 전체 브랜드숍 매장은 올해 1만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매출 외형은 지난해 20%대 성장 보다 크게 줄어든 10%대로 2조6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미샤와 더페이스샵이 3000억원 이상으로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이 1000억원대 이상 매출을 기록했고, 이외에 아리따움, 뷰티플렉스(보떼), 뷰티크레딧, 네이처리퍼블릭, 잇츠스킨, 더샘, 홀리카홀리카, 더바디샵, 바닐라코 등 20여개 이상의 브랜드숍이 현재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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