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반에 걸쳐 90년대식 첨단 복고가 핫 트렌드

▲ 90년대 감성의 부활을 촉발시킨 영화 <건축학개론>과 <써니>, 드라마 <신사의 품격>
▲ 90년대 감성의 부활을 촉발시킨 영화 <건축학개론>과 <써니>, 드라마 <신사의 품격>
# 왜 90년대 복고인가?

대한민국은 현재 20년 전 추억에 잠겨 있다.

올 상반기에 개봉해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건축학개론>을 시작으로 40대 초반 꽃미남 4인방이 등장한 <신사의 품격>, 그리고 90년대 ‘빠순이(열광적 팬)’ 문화에 대한 향수를 그린 <응답하라 1997>에 이르기까지 온통 90년대의 감성이나 추억을 자극하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문화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했던 90년대의 아이템들이 다시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중고 시장에서도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옥션 등에서는 <응답하라 1997>에 등장했던 게임기, 만화책, 패션 아이템들의 매출이 최근 45%까지 급등했으며, CJ오쇼핑은 자사의 소셜커머스 ‘오클락'을 통해 ‘응답하라 1997’의 감독판 OST 앨범 1000장을 7시간에 모두 완판 시키기도 했다. 또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90년대에 사랑받았던 책'을 주제로 기획전을 열었고,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지난달에 비해 60% 늘어났다고 한다.

▲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그렇다면 2012년인 현재, 왜 1990년대식 복고가 핫하게 떠올랐는가?

올해 6월 LG경제연구원은 ‘문화와 소비를 주도하는 대한민국 3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사회 중진세력으로 자리한 386세대들의 뒤를 이어 397세대(30대·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로서 주목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구성작가나 PD 감독 등이 모두 비슷한 연령대라는 점도 90년대 추억을 주요 모티브로 삼는데 한몫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90년대 학번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더욱 디테일있게 묘사할 수 있으며 이에 크게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

LG경제연구원의 분석처럼 9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들은 이제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나이에 진입했다.

90년대의 청년들은 정치적 이념적 속박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문화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표현한 세대로, 당시 10~20대 시절을 보낸 현재의 30~40대가 사회의 주소비층이 되면서 과거의 추억과 관련된 문화상품을 적극 소비하고 되었다.

특히 90년대는 격변의 시기였던 만큼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되는 창의적 콘텐츠가 수없이 쏟아졌으며, 콘텐츠가 매우 다양하고 퀄리티 역시 높기 때문에 2012년에 와서도 왕성하게 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문화의 르네상스 시대로 불리던 90년대의 다양한 추억들이 30, 40대에게는 잊고 있던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신세대에게는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 90년대 문화, 2012년에 새롭게 태어나다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사실 거의 사라진 용어이다. 강남스타일은 강남과 강북 패션스타일이 확연하게 구분되던 1990년대 주로 쓰던 표현으로, 90년대 강남스타일은 압구정을 중심으로 미국이나 유럽 패션의 영향을 받은 유학파나 부유층 젊은이들의 패션을 의미했다.

또 최근 커뮤니티마다 ‘17년 전 PC프로그램'이란 게시물이 화제다. 이 게시물은 플로피디스켓, PC통신 접속 프로그램 ’새롬데이타맨‘, ’한메타자교사‘등 도스 시절의 프로그램 사진으로 구성 돼 있다.

12일 컴백한 아이돌 그룹 비투비는 중독성 강한 1990년대 감성의 댄스곡 ‘와우’를 타이틀곡으로 택했다. 90년대 국내외를 휩쓸었던 고고 계열의 튀는 리듬 패턴을 접목시킨 음악 스타일인 ‘뉴잭스윙’을 들고 나왔는데, 당시 국내에선 듀스·언타이틀·유승준 등이 선보여 인기를 끌었던 음악 장르이다.

▲ 고소영 앞머리와 눈가에 붙이는 스티커 등 90년대 패션아이템으로 복고 콘셉트를 살린 오렌지캬라멜
▲ 고소영 앞머리와 눈가에 붙이는 스티커 등 90년대 패션아이템으로 복고 콘셉트를 살린 오렌지캬라멜
같은 날 신곡 ‘립스틱’으로 컴백한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캬라멜 역시 ‘90년대 복고’를 메인 콘셉트로 정해 고소영 앞머리, 눈가에 붙이는 스티커 등 90년대의 대표 유행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특히 비비드한 오렌지와 블루 컬러를 활용해 사랑스러운 느낌을 부각시켜 눈길을 끈다.

90년대가 ‘한국 가요의 황금기’였던 만큼 90년대 노래 리메이크가 잇따르고, 90년대 스타들이 함께하는 기획 무대도 늘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K2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고(故) 서지원의 ‘아이 미스 유’,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 리아의 ‘눈물’ 등 90년대 히트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해서 화제가 되었다.

▲ <응답하라 1997>의 주연인 서인국과 정은지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주제가 'All for you'로도 사랑받고 있다
▲ <응답하라 1997>의 주연인 서인국과 정은지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주제가 'All for you'로도 사랑받고 있다
또 최근 서울 올림픽홀에서는 김종국·DJ DOC·쿨·R.ef 등 9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총출동한 공연 ‘청춘나이트 콘서트’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댄스, 발라드는 물론 인디, 힙합, 전자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고루 사랑 받으며 발전했던 90년대의 음악을 마음껏 추억할 수 있는 자리였다.

# 패션, 뷰티계에도 90년대 스타일이 점령하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대중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60년대, 70년대 복고에만 천착하던 패션계에서도 90년대 패션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웬만해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청청패션’(청재킷 혹은 청남방에 청바지를 함께 입는 패션)은 90년대의 대표적 유행 스타일. 여기에 힙합의 유행과 함께 사랑을 받은 긴 소매 셔츠에 반팔 셔츠를 겹쳐 입는 ‘레이어드 패션’과 강렬한 원색의 백팩, 단순한 디자인의 스니커즈 등 90년대 스타일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90년대에 한국에 처음 등장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던 배꼽티는 크롭트 톱(Cropped Top)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유명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종종 등장하고 있으며, 셔츠나 속이 비치는 시스루 아이템과 겹쳐 입기도 한다.

또 당시 스웨터나 셔츠를 어깨에 숄처럼 걸치거나 허리에 묶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최근 패션쇼에 종종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올여름 다소 길이가 긴 셔츠와 블라우스의 앞자락은 하의에 집어넣고 뒷자락은 빼는 스타일링도 90년대 크게 유행했었다.

헤어는 90년대 유행했던 ‘투톤’ 헤어스타일이 뜨고 있다. 투톤 스타일은 두 가지 색상을 조합한 개성 있는 스타일로 가수 지나와 투애니원 씨엘 등이 선보이며 화제가 된 바 있다. 투톤은 어떤 컬러를 매치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지는데, 올 가을에는 밝은 바이올렛 핑크와 라이트 브라운의 조합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메이크업 역시 또렷한 눈매, 짙은 입술, 매끄럽고 입체감 있는 피부 표현으로 압축되는 ‘1990년대식 화장’이 부활하고 있다.

▲ 올 가을 메이크업 트렌드의 핵심은 '버건디' 컬러이다. 사진=MAC
▲ 올 가을 메이크업 트렌드의 핵심은 '버건디' 컬러이다. 사진=MAC
최근 미국의 한 언론에서도 할리우드 스타 드루 베리모어가 와인 계열 메이크업으로 눈매와 입술선을 강조한 옛 사진을 보여주며 ‘그리운 90년대식 화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90년대 메이크업이 부활한 2012년식 가을메이크업의 핵심은 버건디 컬러에 있다. 자연스럽고 두껍지 않는 피부 표현에 아이 메이크업이나 입술에 버건디 컬러로 포인트를 주면 된다. 무엇보다 깨끗하면서도 두껍지 않은 피부를 연출하는 것이 관건.

청청패션에 투톤 헤어, 여기에 버건디 립스틱이라...분명 쉽지 않는 조합이긴 하지만, 2012년 감성에 맞게 새로운 해석으로 태어날 90년대식 복고 패션을 기대해본다.

▲ 원빈의 청청패션이 90년대식이었다면, 이종석의 청청패션은 2012년식 버전이다(사진=온라인커뮤니티, 잠뱅이)
▲ 원빈의 청청패션이 90년대식이었다면, 이종석의 청청패션은 2012년식 버전이다(사진=온라인커뮤니티, 잠뱅이)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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