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 해피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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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해치는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땅은 스스로 살아간다고요!”

어느 농부의 외침!... 필자의 화두가 되고 있는 말이다. 2015년 양띠 설날의 새아침에 한국의 전통양식대로 조상님들께 제를 올리면서도 나는 곰곰 그 말을 생각했다. 그리고는 금년에도 우리 가정이나 직장 친지들의 가정에도 건강과 행운이 깃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세배를 겸해 올린 조상들에 대한 간절한 기원이라고 보면 그것은 인(人)의 힘이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일이 많고 많다. 아니 하늘의 뜻이 아니고서는 벼 한 포기, 물고기 한 마리도 제대로 키우거나 잡을 수 없는 일이니 그것은 천(天)의 권세다.

어디 그뿐이랴. 벼 한 포기, 물고기 한 마리가 자라는 곳이 땅과 물이니 그것은 또한 대지(大地)의 축복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마을 어귀에 장승을 세우고 설날은 물론 평소에도 잡귀나 질병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빌었다. 또 개인의 소원성취를 장승 앞에서 기원하기도 했으니 그것은 민속신앙의 일종이다. 그 신앙의 대상이 바로 천(天)의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고, 지(地)의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이었던 것이다.

필자가 충북 수안보 고운리에 자미원이라고 이름 지은 약초 야생농장을 개척한지도 금년이 이제 5년째다. 1천여 종의 약초를 심고 채취하고 있는데, 가끔씩 잡초를 제거해주는 일을 제외하고는 자연의 힘으로 키우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다.

그 같은 농사 방식을 우리들은 야생농법이라고 한다. 원시의 산이나 오래 묵은 밭을 개간한, 살아있는 땅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비료뿌리고 농약 친 채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미네랄과 비타민,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하늘의 권세(權勢)와 땅의 기운(氣運)을 빈 것이니 바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라는 음(陰)과 양(陽)의 부부 장승의 힘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이 제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늘과 땅이 인간에게 거짓말 할리 없기 때문이다. 오염된 땅에서는 오염된 곡식과 약초가, 건강한 땅에서는 건강한 곡식과 약초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환경은 수억 수백만 년 이상 변화해온 것으로 그 모든 장점을 스스로 갖고 있는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지구는 150만 종 이상의 동식물들이 서식하면서 토양과 공기의 똑같은 분자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그러면서도 대체로 균형이 잡힌 상태로 공존할 정도로 너무도 복잡한 행성이므로, 목적도 없는 섣부른 지식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일 경제학자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가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구 동식물이 살아가야 하는 땅을 더럽히는 행위들을 경계했다. 그는 인간의 ‘섣부른 지식’으로 땅이 개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표현했지만, 필자 같이 무식한 야생농사꾼의 입으로는 “개뿔도 모르는 것들이 땅을 망쳐놓는다”고 말하게 된다.

내가 충청도 수안보에 야생농장을 열기로 한 것은 땅이 위치한 고운리 자체가 산간오지인 때문이기도 하고, 남한강 상수원보호구역과 수안보온천이라는 환경보호 대상이 주변에 있기에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토질의 오염도가 적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이 글 서두에 쓴 “땅은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은 나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여류 농군 오영숙씨(포항)가 2013년11월 쓴 글귀다. 경제학자나 환경보호론자들의 말보다 훨씬 알아듣기 쉽다. 인터넷카페 ‘자연순환유기농업을 실천하는 사람들’ 게시판에 올라 온 다음과 같은 글의 일부분이었다.

“어제 친구들과 함께 올랐던 작은 산입니다. 무성한 숲과 나무, 하늘이 아름다웠습니다. 산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지요. 언제는 자연 숲과 같이, 자연이 순환하는 농업을 지향한다고 하시더니 발열퇴비가 없는 자연순환 유기농이 믿기 어렵다고... 이 산을 보세요. 누가 발열퇴비 가져다 부었나요? 아니면, 미생물배양액을 가져다 뿌렸나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땅과 숲이 스스로 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뭘 한다고 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땅을 해치는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땅은 스스로 살아간다고요”

원래 그녀가 오빠를 향해 쓴 글이었다. 그녀의 오빠는 “발열퇴비가 없는 자연순환 유기농을 믿기 어렵다”고 비료뿌리고 농약치는 관행농법으로 다시 돌아간 사람인 듯하다. 그녀는 동호회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다시 글을 이었다.

“이 곳을 자세히 보시면 흙바닥에 두더지 자취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자취에서 무엇을 읽으시나요? 땅은 스스로 자기를 살린다는 사실을 저는 읽었습니다. 인간은 소득을 조금 더 올리기 위해 이것저것 만들어서 덮고 뿌리고 한다지만, 자연은 스스로 충만하게 자기를 살려 나갑니다. 땅이 하는 일을 제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땅에서는 아름다운 순환이 반복될 것이고, 나날이 더 온전한 순환이 이루어지는 그런 땅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땅 살리고 몸 살리는 우리의 농사, 지구를 살리는 우리의 농사가 더욱 발전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녀가 본 산처럼, 또 그녀가 본 두더지처럼 우리의 땅에서는 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대지의 퇴비가 되고, 땅에서 기고 자라는 두더지와 지렁이가 죽어 미생물들의 먹이가 되고 거름이 되면, 그 미생물들이 다시 곡식의 뿌리를 건강하게 지키는 순환이 반복돼야 한다.

UN에서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해 2015년을 ‘세계 흙의 해(International Year of soils)’로 지정하고, 매년 12월15일을 ‘세계 흙의 날(World Soil Day)'로 정했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3월11일을 ‘흙의 날’로 제정하는 안건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농사 개시철인 3월은 천(天) 지(地) 인(人) 3원과 농업 농촌 농민의 3농을 의미하며, 흙 토(土) 글자는 열 십(十)자와 한 일(一)자가 더해졌기에 11일을 흙의 날로 제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내가 죽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땅은 깨끗이 보존되어야 한다. ■

글_노규수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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