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만 바꾸어도 다른 화장품, 미투 제품은 어쩔 수 없는 흐름…제품력으로 승부해야

 
 
최근 화장품 업계에 미투 제품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오랜 노력으로 개발한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한편에서는 오랜 노력으로 개발한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문제가 있으며,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필요성을 강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제품, 다른 기술력, 다른 패키지의 새로운 제품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랜 연구 개발로 얻어진 제품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원조 제품에 대한 보호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본다면 향만 바꾸어도 다른 화장품으로 인정되어 온 화장품 시장을 생각할 때 미투 제품을 꼭 나쁜 쪽으로 볼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인 대량생산 시스템이 갖추어지며 이른바 ‘팔기 위한 상품’으로 탄생했다.

당시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유사 제품 형태로 만들어 내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며, 80년대 후반 화장품 수입 개발 이후에는 일본과 유럽, 미국의 유명 화장품을 카피하는 사례가 급격하게 늘었다.

실제로 처음 우리나라에 랑콤을 갖고 온 한국화장품, 시세이도를 가져 온 아모레퍼시픽, 고세를 판매한 코리아나화장품 등이 이들 브랜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수많은 색조 화장품들이 매년 일본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온 것도 화장품 업계에 근무해 온 이들이라면 잘 알고 있다.

더불어 오늘날처럼 국내 화장품 업계에 미투 제품이 봇물을 이룬 것은 화장품 원가 공개라는 컨셉을 내걸고 탄생한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OEM, ODM 생산을 일반화하면서 해당 시장이 성장하면서 부터였다.

누구나 OEM사를 통해 특별한 연구 개발 노력 없이 트렌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 제품 시장이 국내 화장품 업계의 성장에 밑거름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미투 제품으로 탄생된 제품들의 순기능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투 제품들은 늘 새롭게 업그레이드되어 왔다. 원료와 부자재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비비크림 등 트렌드 제품을 하나의 화장품 유형으로 만들어 내면서 대한민국에서 탄생한 화장품 유형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사건도 생겼다.

최근 원조 논란을 불러일으킨 마유 크림의 경우도 미투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제주산 마유라는 원료 국산화, 함량 표기 없던 제품에 함량 표기, 원산지 표기, 제품 가격대 감소 등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처음으로 제조 판매했거나 수입 공급해 원조라고 불리는 일부 중소기업은 좋은 제품력을 갖고 있음에도 대기업의 물량 공세에 밀려 시장을 내주거나 회사 문을 닫는 사례도 많은 것이다.

이제는 상황도 달라졌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은 지난 70년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며 아시아 맹주 자리를 차지했고, 기술력에 있어서도 이른바 화장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 미국, 일본의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히려 최근에는 우리나라 화장품을 카피하는 중국 등 다른 국가의 화장품들이 문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을 발전시킨 밑거름이 이제는 오히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은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해답은 제품력이다. 유통과 마케팅이 국내 화장품 시장을 움직이는 비중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재구매를 이끌어 내는 것은 제품력이기 때문이다.

이미 아모레퍼시픽의 레티놀 화장품과 쿠션 화장품이 수많은 미투 제품 속에서도 제품력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또한 한류 화장품 열풍을 이끌고 있는 리더스, 메디힐 등의 중소기업들 역시 미투 제품은 물론, 최근에는 짝퉁 제품들까지 나왔지만 제품력으로 독보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미투 제품의 홍수 속에서도 오랜 시간 화장품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제품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투 제품은 시대를 막론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또한 미투 제품은 그동안 다양한 측면에서 순기능으로 작용해 왔다. 그리고 그 순기능은 오늘날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만들어 냈다.

아이디어가 아닌 패키지를 그대로 도용하고 제품명을 비슷하게 표시해 같은 제품으로 오해하게 하는 것은 분명 명백한 범죄 행위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된 제품,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은 건전한 산업 발전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미투 제품에 대한 원망과 푸념 보다는 원조라는 자존심으로 고객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제품력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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