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완벽했던 '지킬',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무한 감동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배우 박은태는 다른 두 명의 '지킬'에 비해 나이가 가장 어리다. 그러나 그가 선보이는 '지킬'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3월8일 일요일 오후, 너무나도 화창한 날씨에 박은태의 '지킬'을 보기 위해 블루스퀘어를 찾았다.

1막 초반, 블루스퀘어 공연장의 특성 때문인지 평범한 대사 톤은 정확한 대사 전달이 잘 안됐었다. 다소 높고 깊은 톤의 대사들만 잘 들렸다. '지킬'역의 박은태의 대사 역시 초반 연약한 말투로 인해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

극 흐름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걸 알고 있기에 참고 기다렸다. 나 혼자 그런 느낌을 받은 건지 궁금해 주변을 살펴봤다.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함께 이곳을 찾은 지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끼며 졸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 졸림마저 날 기다리고 있을 찰나에 '한 방'이 터졌다.

'지금 이 순간'. 너무도 유명해서일까? 혹시 배우가 실수라도 해서 실망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미안하게 만들어버렸다.

극 초반 연약하고 무기력했던 '지킬' 박은태는 묵직하고 깊은 울림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자신의 감정을 비롯해 관객의 감정마저 완벽히 압도하는 모습에선 환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나에게 전해진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소름 끼치도록 강렬한 전율'이었다.

선과 악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선보인 '지킬'과 '하이드'는 2막을 마무리하기 전에 전 보다 강한 '한 방'을 터트린다.

넘버 '대결'이다. 한 장면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순간순간 빠르게 변화하며 두 인격의 대립을 보여주는 '컨프론테이션' 장면이다. 두 인격의 불꽃 튀는 대립을 두 인격의 목소리로 표현한다.

사실 넘버 '대결'은 설명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다. 그 짜릿한 전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1막 '지금 이 순간'과 2막 '대결'은 공연보다 더 유명한 넘버이기도 하다. 그 만큼 관객의 기대치도 높다. 그리고 이날 박은태는 넘버가 담고 있는 감성을 200% 이상 소화해 냈다.

이 공연을 본 후 약 2년 전 샤롯데시어터에서 관람했던 '두 도시이야기'가 생각났다. 당시 윤형렬 배우의 '두 도시이야기'는 나에게 가슴 속 깊은 전율을 남겨줬었다. 그날 이후 수많은 공연을 관람했지만 나에게 이런 감동과 전율은 전에 있지 않았다. 2년 만에 느껴 본 새롭고 강렬한 전율을 박은태 배우가 남겨줬다.

박은태 배우의 '지킬'은 최고의 감동을 전해줬다고 감히 이야기해본다. 물론 박은태 배우 외에 '루시'역의 린아, '엠마'역의 조정은 배우도 빼어난 연기와 넘버를 소화하며 관객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그녀들도 진정 최고였다.

90%에 육박하는 높은 유료관객 점유율을 선보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그와 함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공연이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뮤지컬 팬이라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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