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정치인의 패션 전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함으로써 18대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등 3자간 치열한 대결구도로 펼쳐지게 됐다.

각자 너무나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는 3인 후보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됨에 따라 그들의 패션과 스타일 또한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패션도 전략’이라는 말은 정치인에게 있어 더욱 그러하다. 정치인의 패션은 그 자체가 정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헤어스타일은 물론, 의상, 심지어 제스처 하나까지도 유권자들에게는 특정한 이미지나 하나의 메시지로 어필되기 때문에 T.P.O에 맞는 스마트한 패션 전략이야말로 당락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 상대방 후보에 비하여 자신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커버할 수 있는 패션으로 ‘최고의 후보’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다면 유권자들의 무의식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35대 미국 대선 때 닉슨과 케네디의 운명을 바꾼 TV 토론회 일화는 유명하다. 그날 케네디는 짙은 감청색 슈트를, 닉슨은 회색 슈트를 입고 등장했는데, 시청자들의 눈에 회색의 닉슨은 나이 들고 지쳐보였고, 감청색의 케네디는 젊고 활기차 보였다. 결국 국민들은 활기 넘치는 케네디에게 표를 던졌고, 패션의 중요성을 잘 알았던 정치 신예는 결국 이변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강력한 대선 후보 3인의 패션 스타일은 어떨까? 또 그 속에 숨어 있는 패션 전략은? 대선이 점점 가까워져옴에 따라 여야주자들의 패션이 더욱 영리하고 치밀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이번에는 기대해도 좋을까? 스타일리시한 대한민국 대통령을….
 
# 업스타일, 바지 정장, 아이라인으로 대변되는 박근혜 스타일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고 기품 있는 스타일에 주력하는 박근혜 후보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고 기품 있는 스타일에 주력하는 박근혜 후보
우선 여성인 박근혜 후보의 스타일을 살펴보면 ‘보수’와 ‘품격’으로 요약된다. 그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랫동안 고수해온 올림머리이다.
 
故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 헤어스타일은 몇몇 중요한 날을 제외하곤 셀프 스타일링 작품이다. 10개가 넘는 실 핀을 꽂아 일체의 잔머리도 흘러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하니, 박근혜 후보의 꼼꼼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의상은 주로 바지 정장을 고집하는 편으로, 특히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는 치마보다 ‘전투복’이란 애칭의 바지 정장을 입었다.
 
평소 어두운 계열의 정장을 즐겨 입어 왔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도 눈에 띈다. 청재킷이나 반팔 집업 점퍼 등을 착용함으로써 편안한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
 
의상이 소박하고 어두운 반면 브로치나 굵은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로 패션의 강약을 조절한다. 또 핸드백은 의상과 컬러를 맞추는 편인데, 대부분 국산 제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2일 SBS ‘힐링캠프’ 출연 당시 박 후보의 가방이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의 가방은 ‘몽삭’이라는 브랜드의 이태리소가죽 서류가방으로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이 가방을 구매하기도 했다고 한다.
 
메이크업 역시 색조는 최대한 자제한 채 피부 표현에 중점을 둔다. 나이에 비해 피부 좋다는 말을 듣는 그는 레몬수를 이용해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박 후보의 메이크업에 있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아이라인. 언제 어디서나 절대 번지지 않는 또렷한 아이라인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메이크업 전문가들은 점막 부분에 좀 더 밀착되게 그린다면 완벽한 아이라인이 될 것이라 조언한다.
 
# 지적이고 차분한 학자 패션의 문재인 스타일
 ▲ 신중하고 현명한 이미지의 그이지만, 최근에는 젊은 패션 감각을 뽐내기도 한다
 ▲ 신중하고 현명한 이미지의 그이지만, 최근에는 젊은 패션 감각을 뽐내기도 한다
문재인 후보는 평소 소탈하고 수수하게 입는 것을 좋아하지만, 민주당 내 경선 때부터 코디네이터를 두고 있을 정도로 패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전문 스타일리스트는 아니지만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문 후보의 의상에 대해 의견을 모아 ‘블랙 앤 화이트’라는 확실한 콘셉트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해왔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를 벤치마킹해 셔츠는 주로 흰색으로, 양복은 검정이나 회색으로 입었다는 것.
 
그는 훤칠한 키와 적당한 체격 조건, 시원한 이목구비의 소유자로 어떤 의상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특히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반백 머리는 인자해보이면서도 신중하고 현명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
 
넥타이는 그린이나 블루, 심플한 스트라이프 패턴을 즐겨 매고, 중요한 자리에는 따뜻한 컬러를 선택하여 열정적이고 액티브한 느낌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 가끔은 노타이 차림으로도 나타나는데, SBS 힐링캠프 출연 당시 레드 컬러의 카디건을 입어 젊고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도 했다.
 
간혹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야구나 유도 등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특전사 출신임을 강조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남성답고 역동적인 모습은 좋으나 수위 조절에 있어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2대8 가르마, 세미 정장으로 편안함을 추구하는 안철수 스타일
 ▲캐주얼이나 세미 정장 착용 시, 단추 한 두개쯤은 풀 줄 아는 센스를 지닌 안철수 후보
 ▲캐주얼이나 세미 정장 착용 시, 단추 한 두개쯤은 풀 줄 아는 센스를 지닌 안철수 후보
안철수 후보는 그야말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소유자다. 평소에는 거의 넥타이를 매지 않고, 세미 정장에 백팩을 착용하고 다니기도 한다.
 
기성 정치와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안 후보는 패션도 약간 촌스러움이 느껴지는 순박한 스타일로 ‘때가 묻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그는 평소 와이셔츠보다는 남방이나 셔츠를 자주 입는데, 블루 톤의 스트라이프 셔츠에 다크 그레이, 블랙, 네이비 컬러의 슈트와 매치하는 편이다. 이 때 단추는 반드시 한두 개를 풀어 자연스럽게 연출하는데, 이 또한 자유롭고 진취적인 느낌을 줘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에 좋다.
 
안 후보 역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넥타이를 매는 편으로, 블루 컬러를 주로 선택한다. 정치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블루는 신뢰감을 주는 컬러로, 설득과 공유의 힘을 강조할 때 힘을 실어주는 컬러이기도 하다.
 
안철수 후보 하면 떠오르는 복고풍의 2대8 가르마 헤어스타일은 약간씩 길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기본 스타일은 오랫동안 변함이 없다. 스타일링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부드럽게 내려오는 앞머리는 한쪽 눈썹을 자연스럽게 가려주어 여유로운 인상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종종 흘러내려온 앞머리를 쓸어 넘기는 안 후보의 제스처는 이젠 제법 익숙한 장면이 되기도 했다.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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