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에 불과한 역사, 대안 마련은 끝나지 않는 숙제

 
 
1976년 일본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린 ‘엄마찾아 삼만리’는 9살의 소년 마르코가 돈 벌러 나간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여행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작은 어머니를 찾는 것이었지만 그 끝에는 어머니와 함께 소녀 피오리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소년 마르코가 내적인 성장이라는 값진 것을 얻는 결과가 있었다.

어려운 문제들과 난제들 속에서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 한 단계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숍을 보면 이 애니메이션 ‘엄마찾아 삼만리’가 생각이 난다. 짧은 기간이지만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난제들과 만나면서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가는 마르코의 여행이 화장품 산업의 오랜 역사 속에서 10여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아이덴티티를 찾아 온 브랜드숍의 여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02년 처음 탄생된 브랜드숍의 모습은 ‘화장품이 고가의 제품이 아니다’라는 콘셉트로 ‘원가 공개’가 화두가 되었다. 당시 많은 화장품사들이 화장품 원가 공개에 곤혹스러워했지만 브랜드숍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부터 브랜드숍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브랜드숍은 저렴한 화장품 가격을 넘어 자연주의 등의 콘셉트와 체계화된 프로모션, 짜임새 있는 인테리어 등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 화장품 유통 채널에서 확고한 시장을 형성했고, 여전히 전체 시장 규모는 성장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브랜드숍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저렴한 가격이 선호되던 소비심리가 합리적인 소비로 변화되어 가고 치열한 경쟁으로 브랜드숍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선두 그룹과 후발 그룹의 경계선이 나누어졌으며 시장에서 퇴출되는 브랜드숍도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많은 비용을 들인 스타 마케팅과 제품 다양화, 대대적인 할인 행사만으로는 빠르게 변화되는 소비 트렌드와 유통 시장에서 앞으로의 10년을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근 우리가 사는 삶은 빠르게 변화되어 간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은 시대가 변화되어도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것이 역사고, 그것이 전통의 힘이다. 때문에 역사와 전통이 부실한 것은 늘 허물어지기 쉽다. 때문에 브랜드숍의 최근 화두는 브랜드 아이텐티티가 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성업 중인 브랜드숍은 대략 20여곳이 되고 있지만 이중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곳은 많지 않다.

더페이스샵 이후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브랜드숍들이 우후죽순 늘어났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하거나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한 곳은 몇 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브랜드숍은 더페이스샵 이후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비욘드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1년 마다 이동하는 모델들로 브랜드를 확실히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선발주자인 더페이스샵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후발주자들에게 발목을 잡히고 있으며 미샤는 마케팅에만 의존한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브랜드숍은 푸드 코스메틱을 콘셉트로 내세운 스킨푸드, 공주풍의 저가 색조로 자리매김한 에뛰드하우스, 중가대 색조 브랜드 바닐라코 정도일 것이다.

저마다 자사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만약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아베다, 키엘, 록시땅 등 해외 유명 수입 브랜드들이 로드숍으로 진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이미 록시땅은 일본 등에 로드숍으로 진출해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결국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로드숍 진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국내 브랜드숍이 누리고 있는 성과에 비해 그들의 스토리는 너무도 빈약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찾아 가는 브랜드숍의 여정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어머니를 찾아가는 마르코의 순수한 마음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스스로가 어른이 된 이야기처럼 브랜드숍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오늘이,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이, 처음 브랜드숍이 찾으려 했던 합리적인 소비와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많은 고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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