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헌신적인 한 남자의 이야기

 
 
 
남녀가 다투는 소리가 옆집에서 들려오고 한 남자는 방안을 서성거리며 고민을 거듭한다. 옆집에서 들리던 소음이 잦아들고 이윽고 무언가를 결심한 남자는 옆집의 문을 두드리고 말을 꺼낸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 것 같은데요...”-영화 '용의자X'- 

'용의자X'는 천재수학자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주제로 한 미스터리 멜로영화이다. 미스터리와 멜로의 결합이 낯설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이보다 더 어울리는 장르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석고의 사랑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내가 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던 류승범은 그가 했던 말을 영화 속 연기로 우리에게 이해시킨다. 또한 “사실 원작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X의 헌신’이라는 제목이 스토리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방은진 감독의 말처럼 헌신이라는 단어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지독하면서도 완벽한 사랑을 그대로 표현해낸다.

▲ 완벽한 사랑을 보여준 석고(류승범)
▲ 완벽한 사랑을 보여준 석고(류승범)

살인범을 밝혀내려는 기존의 미스터리 장르와는 달리 '용의자X'는 한 남자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화선(이요원)과 조카 윤아(김보라)와 그들을 보며 행복을 얻는 옆집 남자 석고(류승범)의 앞에 전남편 김철민이 나타나면서 그들의 행복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자신과 조카의 행복을 다시 한번 짓밟으려는 김철민에게 반항하다 그를 죽이게 된 화선,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인 화선을 위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는 석고, 그리고 화선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서서히 궁지로 그녀를 몰아가는 형사 민범까지 세명의 주인공들은 석고가 세운 알리바이 안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신뢰하고, 연민한다.

▲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조진웅
▲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조진웅
영화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인물은 조진웅이 맡은 민범이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용의자X’는 실제 원작인 ‘용의자X의 헌신’에서 등장하는 천재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두뇌싸움보다 완벽한 알리바이와 그 배경인 완전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때문에 물리학자와 형사의 역할을 합친 민범이라는 캐릭터의 역할이 축소되었고 석고와 화선의 멜로라인이 강화되었지만 민범역을 맡은 조진웅은 특유의 개성 있는 연기로 배역의 존재감을 끌어올린다.

조진웅이 직접 밝힌 것처럼 그가 연기한 민범은 치밀한 두뇌싸움과 날선 감각으로 냉정한 수사를 하는 원작의 형사의 모습보다는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한 남자, 그리고 자신의 친구가 하는 지독한 사랑을, 아니 그가 보기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조차 의구심이드는 행동을 보면서 함께 괴로워하고 갈등하는 역할로, 치밀하면서도 매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 깊은 내면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은 류승범
▲ 깊은 내면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은 류승범
방은진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고 “드디어 내가 할 수 있는 멜로가 생겼다”라고 대답했다는 류승범의 말처럼 그의 연기변신은 관객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이다. 기존 영화들에서 시종일관 명랑하고 언제나 힘이 넘치던 류승범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는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그는 항상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하고 논리적인 행동이라면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다. 또한 한 여자를 위한 완벽하게 헌신하는 모습은 이제 류승범의 대표연기로 멜로연기를 생각나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영화를 제작한 방은진 감독은 오로라 공주에 이어 ‘용의자X’로 미스터리 장르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면 영화가 끝나기 10분전까지 전혀 스토리를 짐작할 수 없다. 특히 그 이후에 찾아오는 마지막 반전은 관객들의 예상을 완벽하게 뒤집으며 그 충격만큼의 감동을 안긴다.

▲ 파이팅을 하는 '용의자X' 팀
▲ 파이팅을 하는 '용의자X' 팀
10년 만에 처음 보는 류승범의 멜로연기다. 거기다가 조진웅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까지 합세했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랑이 간절해지는 계절인 가을,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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