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에서부터 이뤄지는 언어파괴의 현실

▲ 강한 반발에 제목을 변경한 KBS 드라마 '착한남자'(사진=KBS홈페이지)
▲ 강한 반발에 제목을 변경한 KBS 드라마 '착한남자'(사진=KBS홈페이지)
KBS 2TV의 수목드라마 ‘세상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가 송중기를 비롯한 주연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중이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밀도 있는 감정연기가 어우러져 또 하나의 명품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실 처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드라마 ‘착한남자’의 포인트는 다재다능하고 매력 넘치는 송중기의 캐릭터도, 당차고 멋진 캐리어우먼으로 이미지 변신을 한 문채원의 미모도 아니었다. 문법을 파괴하는 ‘차칸남자’라는 초기 제목이었다.

▲ 드라마 '착한남자'(사진=KBS홈페이지)
▲ 드라마 '착한남자'(사진=KBS홈페이지)
드라마의 담당 PD는 “공영방송에서 맞춤법이 틀린 드라마 제목을 선택해 주변에서 변경하라는 권고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차칸남자’라는 제목은 드라마의 이미지와 연관돼 있어서 고민 끝에 그대로 가기로 했다”라고 한글을 파괴한 제목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논란의 중심이 됐던 드라마 제목은 한글학회와 시민단체들의 ‘한글파괴’라는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KBS측은 ‘차칸남자’가 2회를 방영한 상태로 드라마제목을 ‘착한남자’로 변경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 등 아직 논란거리는 남아있다.

드라마가 2회까지 방영되는 동안 드라마제작팀의 ‘창작정신의 존중’이라는 주장과 시민단체들의 ‘한글파괴’라는 주장은 팽팽하게 맞섰으며 그동안 문제가 됐던 다른 작품들에 대한 논란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처음 한글을 파괴한 제목은 영화 ‘말아톤’이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 마라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인식시킨 ‘말아톤’이라는 제목은 대중들에게서 인정을 받았고 논란거리도 되지 않았다. 허나 이런 한글파괴가 공중파 TV에 등장하면서 대중들은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드라마 '닥치고 패밀리'(사진=KBS홈페이지)
▲드라마 '닥치고 패밀리'(사진=KBS홈페이지)
최근 KBS는 ‘차칸남자’말고도 ‘닥치고 패밀리’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드라마 제목으로 시청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한 시청자는 ‘닥치고 패밀리’라는 제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렇듯 시청자들이 한글파괴 제목에 민감한 이유는 이런 제목의 드라마들을 방영하고 있는 KBS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KBS의 경우 KBS1 채널에서 ‘우리말 겨루기’라는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번 한글날에도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현재까지 바른말과 순 우리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한글파괴를 한 제목의 드라마가 공영방송인 KBS에서 가장 먼저 방영된 것도 충격일 것이다.

▲ '뿌리깊은 나무'(사진=SBS홈페이지)
▲ '뿌리깊은 나무'(사진=SBS홈페이지)
반면 SBS는 2011년 세종시대 훈민정음 반포와 관련된 사건를 그린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역을 맡았던 송중기가 ‘착한 남자’에 출연중이기도 하다.

10월9일은 한글의 날이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로 많은 이들이 한글날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으며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은어와 비속어들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한글파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제는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에서까지 비속어가 등장하고, 한글파괴가 시작되고 있다. 다시 돌아온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우수성을 인식함은 물론이고 우리의 언어생활도 함께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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