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권인 명동은 특히 화장품업계에 있어 절대적인 곳이다. 천정부지의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들어갈 매장이 나오길 기다리는 브랜드들이 늘 줄을 섰다. 엄청난 임대료를 감당하고도 남을 만한 매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이미 포화라는 말이 돌았지만 화장품 매장 수는 계속해서 늘었다.

가공할 매출의 기반은 해외 관광객, 그중에서도 중국인이다. 그런데 지난 5월 20일 국내서 최초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나오고 이후 간염자가 속출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북적거리던 명동의 거리가 한산해 진 것이다.

각 매장마다 적게는 70%, 많게는 90%까지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중국어든 일본어든 척척 한다던 판매사원들이 예정에 없던 휴가를 다녀와야 했고 임차를 포기하겠다는 매장들도 생겨났다. ‘브랜드숍 1번지’로, ‘K-뷰티의 성지’로 빛나던 명동의 위상이 2개월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추락한 셈이다.

명동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관건은 역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달 초 정부 관계부처가 진행한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발생 이후 외국인 입국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6월 2주차부터는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6월중 방한 관광객 취소 규모는 13만명을 넘어섰고 6월 4주차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입국자 수가 줄었다. 입국 취소자의 7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다행히 메르스 공포가 잦아들면서 최근 들어 명동의 유동인구 수가 다소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사스가 발병했던 2003년 홍콩, 동북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의 일본은 급감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데 1년 정도가 소요됐다.

이를 단축시키기 위해 통상 겨울에 진행하던 코리아그랜드세일 행사를 다음 달부터 실시하고 시내면세점 개장도 올 연말로 앞당기는 등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두어 달을 허송세월한 명동의 화장품매장들은 당장의 생존이 절박한 상황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온다 해도 명동 내 화장품 소비가 예전처럼 늘지는 또 다른 변수들이 있어 의문점이 생긴다.

명동 유통가 관계자들은 ‘싹슬이 쇼핑’으로 대표되던 중국인들의 여행 문화에 진작부터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쇼핑 일변도의 여행 스타일이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문화로 차츰 바뀌면서 중국인들의 관광지가 제주를 비롯해 전국 곳곳으로 분화됐다는 것이다. 서울 내에서도 홍대와 이대, 가로수길 등 다른 상권들이 부상하면서 ‘필수 방문코스’로서의 명동의 위상이 진작부터 흔들리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중국 현지 직구몰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한 할인판매가 일상화되면서 굳이 한국에 와서 그것도 명동에 들러 화장품을 사들일 이유가 없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동의 한 화장품매장 운영자는 “화장품을 사려는 중국인들이 명동보다는 면세점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서울 시내에 신규 면세점들이 더 들어서는 것도 전체적으로 보면 관광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에겐 악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전과 같은 황금기를 다시 맞을 수 있을지는 여러 의문 부호가 붙지만 그래도 명동의 상징성만큼은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

새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모 화장품기업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매출 효율을 생각한다면 재고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마케팅 거점으로서 명동이 갖는 의미를 무시할 수 없어 좋은 자리를 계속해서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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