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앞 상권에 막대한 이익...학교와 학생들은 불편에 몸살

▲ 부활하고 있는 이대 앞 상권
▲ 부활하고 있는 이대 앞 상권
1900년대 말부터 화장품 상권을 구축하기 시작하며 한동안 ‘이대 앞에 없는 브랜드는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속설이 생길 정도로 번화했던 이대 앞 거리는,  백화점과 면세점, 브랜드숍 상권이 밀집한 명동과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피플과 함께 화장품 매장들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지역으로 성장한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 밀리며 차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침묵을 지키며 침체됐던 이대 앞 상권이 최근 다시 북적거리며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신촌과 이대앞 화장품 매장을 찾는 중화권 관광객들 덕이다.

▲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버스들
▲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버스들
최근 이화여대 부근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에는 매일 30여대가 넘는 관광버스가 수백명의 관광객들을 실어 나를 정도로 이대와 신촌 거리는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한국 여성들의 패션과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중국의 젊은 여성들은 대학생들이 활동하고 쇼핑몰과 화장품 매장도 밀집된 이대 앞과 신촌 거리를 빼놓지 않고 들르고 있다.

현재 이대에는 명동의 절반 수준인 30~35개의 화장품 매장이 들어서 있으며 이들은 중화권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을 사용한 매장 인테리어를 도입하고 원활한 쇼핑을 돕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직원들을 채용중이다.

또한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대앞 매장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웬디 로웬’과 손잡고 론칭한 코스매틱 브랜드숍 VDL은 가로수길에 이어 이대앞에 매장을 오픈했으며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아이소이’도 이대앞에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도 이대 아리따움 매장 2층에 고객 체험관인 ‘스킨랩’을 오픈하고 운영하는 등 이대앞 중화권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대 앞 화장품 매장들
▲ 이대 앞 화장품 매장들

▲ 이대 앞에서 쇼핑 중인 관광객
▲ 이대 앞에서 쇼핑 중인 관광객
실제로 9월 오픈한 라네즈 매장의 심은희 매니저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오픈했던 매장이지만 현재 방문하고 있는 고객의 90%는 중화권 관광객이다. 명동에서 쇼핑을 하고 이대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아 중화권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모든 직원을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이대 앞 상권의 부활은 인근 매장들의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인근에 위치한 이화여대는 외국인 관광객 덕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이화여대를 방문해보면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화여대를 찾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이 리화(lihua)로 중국어로 ‘이익이 생기다’라는 뜻의 리파(梨發)와 비슷한 발음이기 때문에 중화권 관광객들 사이에 ‘이대에서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

더군다나 중화권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이대와 신촌 거리를 필수 관광코스로 들리면서 가까운 이화여대에 들러 사진을 찍고 학교를 방문하는 중화권 관광객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학교를 방문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일부 관광객들이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강의실을 몰래 촬영하고 수업중인 강의실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열람실 인근에서 크게 소음을 내는 등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문제다.

▲ 이화여대를 방문한 관광객들
▲ 이화여대를 방문한 관광객들
이화여대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1학년에 재학 중인 최송희씨는 “지금은 시험기간인데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공부하는 건물에서 뛰어다니고 시끄럽게해 학업에 방해가 된다. 학교 측에서 통제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학교측은 지난 2월부터 열람실이 위치한 이화캠퍼스센터의 출입문을 통제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이 몰래 학생들을 따라 들어오기도 하고 열람실이 위치한 이화캠퍼스센터는 상업 시설이 위치한 개방공간으로 다른 출입구를 통해 출입이 통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이화캠퍼스센터 입구에 비치된 경고문
▲ 이화캠퍼스센터 입구에 비치된 경고문
실제로 이날 이화여대 캠퍼스에서는 중화권 관광객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으며 정숙을 요하는 안내문이 출입구에 비치됐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고 어린 아이들과 열람실이 위치한 건물을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관광객은 “신촌과 이대거리가 쇼핑과 관광명소로 소개되어 있어 이화여대에 들리면서 화장품도 구입하려고 한다. 이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는 소리가 있어 사진도 찍고 왔다”고 말했다.

학교 보안 관계자는 “ECC건물 앞에 중국어로 된 출입금지 안내문과 가장 왕래가 잦은 2번 출입구 등에 학생증을 찍고 들어가는 장치를 설치했지만 학교를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들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명동과 홍대 등에 관광객이 집중되며 침체됐던 기타 상권들이 중화권 관광객들 덕분에 다시 활력을 얻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앞선 이대의 예처럼 관광객들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거나 관광객들을 위한 화장품매장에 잠식돼 전통문화 거리의 명색을 잃고 있는 인사동처럼 그 부작용 또한 이득에 비례해 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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