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여야만 했다!

결점 없는 피부, 눈부신 외모의 완성은 메이크업이다.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압도하고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는 배우와 모델 뒤에는 그녀들의 ‘미’를 창조해주는 이들이 있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어 이끌어주는 그들.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고객과 만나는 현장에서 혹은 촬영장에서, 또 백스테이지에서 얼굴이라는 하얀 도화지에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의 릴레이 인터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주목받기 전부터 국내 메이크업 트렌드를 이끌어온 한 남자가 있다.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면 고개부터 젓고 보던 시절, 무수한 눈총과 오해를 뚫고서 세계적 화장품 기업의 한국 대표가 된 남자. 바로 랑콤의 최희선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만나 세계무대를 향한 꿈과 도전을 들어봤다.

# “너는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

시작하게 된 동기가 어떻게 보면 정말 특이하다. 여행사에 다니던 나는 메이크업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를 보고 “남자가 왜 그런 일을 하냐”며 놀려대곤 했다. 1993년 어느 날 친구가 잡지 촬영을 한다고 해서 모델을 보러 구경을 갔다. 그곳에서 유학파 헤어 디자이너였던 오세일 원장님을 만났는데 그 분이 나를 보더니 “너는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연찮게 여행사 근처에 메이크업 학원이 있었고, 원장님도 계속 메이크업을 배우라고 말씀하셔서 ‘일단 배워만 볼까?’라고 생각하고 3개월 간 메이크업 전문 학원에 다녔다.

오세일 원장님께서 패션 쪽에 들어가 일을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청담동에 있는 숍에 들어가서 7년 간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일을 했다. 화려한 패션무대에서 당당한 워킹을 선보이는 모델들의 빛나고 강렬한 메이크업은 나와 같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터치에서 나온 것. 그러나 보이지 않는 아티스트인 나는 그 무대나 광고, 잡지 촬영을 위해 개인적 시간은 전혀 허용되지 않은 채 모든 시간을 바쳐야 했다.

# 내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인정받은 ‘수석’이라는 타이틀

패션 관련 메이크업만 하다 보니 화장품 업계는 아티스트가 없는 줄 알았다. 화장품 업계에서 새로운 메이크업 룩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랑콤은 ‘화장품의 본고장’이라고 불릴만한 브랜드여서 랑콤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을 하게 됐다.

수석 타이틀은 3년 만에 달았다. 2007년 6월, 랑콤 프랑스 본사에서 열린 수석 디자이너 평가에 통과해 내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것. 전 세계적으로 랑콤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10명, 아시아에서는 3명밖에 없다. 한류 열풍으로 아시아의 메이크업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라 아시아 지역의 마스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 힘겨웠던 초보시절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전무했던 시절, 내 얼굴에 마스카라와 립스틱을 바르며 연습을 했다. 또 각각의 얼굴 형태에 맞는 메이크업을 연마하기 위해 온종일 압구정 거리에 앉아 지나가는 여성들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그들로부터 손가락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여성의 메이크업을 하고 나서 혹평을 받았을 때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복싱을 배우기도 했다. 복싱을 한 덕분인지, 일반 고객들이 내 메이크업 결과물에 환호를 보낸 덕분인지 금방 적응했고 또 자신감이 생겨 수석 타이틀도 금방 달았을지도?

처음에 백화점에서 일할 때는 여성 고객들이 왜 남자에게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냐며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한 편견이 없어져 다행이다.

# 신랑에게 멱살 잡힐 뻔 한적, 여성의 가슴을 잡아 오해를 산적도 있어

예전에 신부 메이크업을 하는데 신부되는 분이 스킨십이 강했다. 나는 신부와 도란도란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면서 메이크업을 해드렸는데, 그때마다 신부는 재미있다며 나를 손으로 치면서 웃거나 자꾸 쓰다듬는 게 아닌가? 밖에서 창문으로 신부가 메이크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신랑이 화가 나서 내게 달려와 멱살을 잡힐 뻔했다.

또 백화점에서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뷰티 클래스 쇼를 진행할 때이다. 메이크업을 받는 고객의 앞에 거울이 있는데 한 고객이 자신의 얼굴이 궁금해 자꾸만 메이크업을 받는 도중 거울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그러던 중 앞으로 고꾸라져 내가 잡아줬는데, 바로 고객의 가슴 쪽으로 손이 간 것이다. 그때 그 고객이 부끄러워 80만원 어치의 제품을 사고 도망가듯 뛰쳐나갔다. 매장에서 나를 보면 “많이 잡아주세요”라고 한다고. (웃음)

# 사람의 얼굴에서 영감을 얻는다

 
 
사물에서 메이크업 영감을 받는다고 말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많은데 나는 다르다. 사람의 얼굴에서 메이크업 영감을 받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이 어떤 메이크업을 하면 어울릴지 끊임없이 연구하다보니 사람 얼굴을 뚫어지게 보는 버릇이 생겼다. 얼굴 형태, 피부에 따라 메이크업이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개성에 따라 메이크업을 연출하는 것. 교과서적인 메이크업에서 탈피하고 개성에 맞는 메이크업을 한다면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다.

또 트렌드를 연구하기 위해 계속 잡지를 보고 있다. 사실 잡지책 세 권만 봐도 올해의 트렌드를 알 수 있고, 그것을 반복하다보면 내년에 유행할 컬러까지 알 수 있다. 그것을 적용해 본인만의 메이크업 룩을 개발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

프랑스 본사에 가서 유럽 트렌드를 익혀오지만 아시아 메이크업과는 거리가 멀다. 원 컬러를 중요시하는 강렬한 유럽 스타일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선호하는 국내 성향에 맞는 메이크업을 끝없이 개발해야 했다. 일러스트를 그리고 색상을 입히며 작업을 해 그것으로 메이크업을 연습해 보고, 완성된 메이크업 룩을 300명가량의 모든 직원들에게 교육을 하는 일을 한다. 각종 백화점 메이크업 쇼와 에스모드 학원 강의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얼마 전에 태국 메이크업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메이크업의 새 기술과 트렌드를 연구한다.

# 항상 겸손해라. 배움은 끝이 없다

미용학과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자신만만해 하더라. 거만한 자세로 앉아 강의를 듣는 친구들도 그렇고. 대부분 졸업만 하면 수석 메이크업이 되는 줄 안다. “항상 겸손해라, 너보다 뛰어나게 메이크업 잘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 직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메이크업은 끝이 없다. 본인의 목표는 갖되 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직원들의 목표는 나처럼 되는 것이지만 나도 내 손으로 세계를 물들이는 날을 빨리 앞당길 수 있도록 늘 연구한다. 나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끔 도움을 주신 오세일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브랜드 소속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됐다고 했을 때 미쳤냐고 하시던 그 분이 지금은 잘됐다며 “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하신다.

# 올 가을, 겨울은 로즈 퍼플 컬러!

 
 
올 가을, 겨울 레드와 퍼플의 경계에서 더욱 깊이감 있는 여성성을 표현해주는 로즈 퍼플 컬러, 연말 각종 모임에서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을 레드와 골드 컬러의 조화가 메인 컬러다. 로즈 퍼플 컬러는 립스틱 하나만으로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그러나 고혹적인 립 컬러에 깊이감을 더해주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자연스럽게 빛나는 피부 표현이 가장 중요! 번들거리지 않으면서 매끈한 피부 표현을 해주는 베이스 제품을 사용한다. 여기에 펄이 가미된 컬러 아이라이너로 터치해 주면 완벽한 FW 메이크업이 완성된다.

메이크업은 기초가 가장 중요. 피부 표현이 제대로 됐으면 눈썹만 그려도 예뻐 보인다. 기초가 제대로 되지 않은 메이크업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오후가 되면 들뜨는 법. 피부를 항상 촉촉하게 해야 하는데 내 피부가 건조하다 싶으면 솜에 스킨을 흠뻑 적신 다음 얼굴 전체에 2분 정도 올려 뒀다가 메이크업을 한다.

 
 
미라클 파운데이션 로제 아우라(P-02호) : 한국 여성을 위해 개발된 컬러로 노랗고 칙칙한 피부 톤에 자연스러운 장밋빛을 더해 화사하고 생기 있는 피부 톤을 연출한다.

이프노즈 돌 아이 마스카라 : 속눈썹을 길고 매끄러운 ‘인형 속눈썹’처럼 표현해 눈이 커 보이는 효과를 주며, 특허 받은 브러시가 눈 가장자리의 숨어있는 속눈썹까지 컬링해준다.

압솔뤼 누드 립스틱 : 입술의 주름과 노화를 방지해주며, 빛나고 자연스러운 입술 톤을 연출해 준다. 그 중 311호 로즈 퍼플 컬러는 유혹적인 입술을 완성해 강력 추천한다.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사진 = 김세진(studiomand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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