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통 ‘샤넬 No.5’보다 고객의 안전 먼저 생각하는 유럽을 보니...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 산하 화장품안전성 평가위원회(SCCS)가 시트랄, 쿠마린, 오이게놀 등 12가지 원료의 농도를 0.01% 이내로 제한할 것과 ‘샤넬 No.5’와 ‘미스 디오르’에서 독특한 나무 향이 나게 하는 나무이끼와 참나무이끼 사용의 전면금지를 집행위에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9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프랑스 대표 향수 ‘샤넬 No.5’의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 권고 안이 통과될 경우 샤넬 No.5를 비롯해 디오르, 겔랑 등 100여개 향수가 제조법을 변경해야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이들 재료가 사용이 제한 될 경우 향수를 만들 수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양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0년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굳이 향수의 역사를 대표하는 이들 제품의 제조법을 바꾸어야 하냐는 의견과 역사 보다는 단 한명의 소비자라도 안전성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논란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프랑스 정부를 비롯한 유럽연합 역시 샤넬 등의 대표적인 향수의 종말을 고하는 것에 아쉬움과 안타까움 갖고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유럽을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들의 제조법을 바꾸라고 권고한 것은 단 한명의 국민이라도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연합의 최근 행보는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인지 모른다. 글로벌 기업으로 매년 큰 수익을 내며 해당 국가의 재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기업이며 브랜드 자체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과감하게 지적하는 모습은 분명 우리나라 관련 부처들이 배워야할 부분일 것이다.

역사와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이를 지켜가기도 힘들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되면 역사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른바 ‘역사는 오늘의 거울’이라는 법칙이 성립되는 것이다.

즉, 역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뒤돌아보고, 한 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9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것이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 또는 미래를 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역사는 오늘, 이 순간 새롭게 쓰여 져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화장품과 생활용품, 식품 등에서 중금속을 비롯한 유해물질 함유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청을 비롯한 정부의 발표와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금 당장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앞으로 이것이 어떤 형태로 인체에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살아갈 내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7년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 화장품 회사의 공장장과 인터뷰했던 내용이 생각난다. 당시 그 공장장은 화장품을 만드는 기술자가 아닌 과학자의 입장에서 오늘이 아닌 내일을 생각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당시 그는 “유아용 화장품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그 화장품이 지금은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이 공장에 있는 한 유아용 화장품이나 임산부 화장품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은퇴했고 해당 기업은 그가 은퇴한 이후 유아용 화장품을 만들었다. 그는 과학자의 양심은 지켰지만 그가 없는 기업은 실익을 생각했고, 이 결정의 옳고 그름은 앞으로의 역사가 증명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일이 될 수도 있고, 향후 90년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그 과오는 바로 잡아야 될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때로는 진실이 아닐 경우가 있다.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야하는 정부 관련 부처의 눈은 늘 과거와 현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이나 개인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P&G의 다우니 사건이나 농심의 너구리 사건처럼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르게 왔다갔다하는 정부 관련 부처의 행정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대목이다.

결국 진실은 국민들 개개인이 사실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얻는 것이지만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정부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면 그 전달 역시 명확한 시각에서 정확하게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유럽연합의 향수 관련 논란은 우리 정부와 기업, 국민들에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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