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올해도 어김없이 수확의 계절이 왔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추석 연휴가 막을 내리고, 오늘부터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터로 돌아가게 됐다. 추석 이동차량으로 꽉 막혔던 고속도로도 뚫렸다는 소식이다. 

추석은 농경문화에서 살았던 우리의 선조들이 가을 추수를 마치고 하늘과 조상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전통 축제다. 

그래서 첫 수확한 햇곡식으로 송편과 각종 음식을 만들어 제물로 바쳤다. 그것이 차례(茶禮)다. 멀리 떠난 가족들도 고향을 찾아 부모형제와 함께 한 해의 풍년을 자축하는 의식이다. 또한 품앗이를 하며 함께 밭을 일구었던 이웃 간에도 화합을 다지는 날이기도 하다. 

그때 달에게 기원한 것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였다. 오곡백과(五穀百果)가 풍성한 가을의 넉넉함으로 매일 매일 부족함 없는 한가윗날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다. 또한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풍요로운 수확이 되게 하기를 기원할 것이다. 

하지만 한가위 풍요 속에서도 땅 한 평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감을 느꼈을 것이다. 양반과 상놈이라는 신분의 귀천을 따지고, 사농공상이라는 직업의 귀천을 따졌을 때는 그 같은 명절 축제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제한된 땅에서 보다 많은 수확량을 산출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되는 것은 필연적인 경제발전 과정이었다. 

그렇듯 조선에서도 농업혁명을 위한 책이 발간됐다. 세종 때 편찬된 ‘농사직설(農事直說)’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중국 의서(醫書)에서 벗어난 한국적 의학 이론이듯이, ‘농사직설’ 역시 중국의 농서(農書)에서 벗어난 한국적 농업이론이다. 

당시 정부가 도지사(관찰사)들을 통해 농작물 재배 경험이 풍부하고, 산출량이 높은 농업인들로부터 농업기술을 수집해 정리한 것이다. 그때까지 기존의 농서들은 대부분 중국의 땅과 기후에 적합한 이론들이었기에 한국 실정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10종의 주요 농작물에 대한 한국적 경작이론이 탄생됐다. 종도(種稻) 편에서는 벼의 재배방법, 종맥(種麥) 편에서는 보리와 밀의 재배법이 제시됐다. 

마찬가지로 종교맥(種蕎麥)은 메밀, 종대두소두녹두(種大豆小豆菉豆)는 콩과 팥, 녹두, 종호마(種胡麻)는 참깨, 종서속(種黍粟)은 기장과 조, 수수, 종마(種麻)는 삼, 종직(種稷)는 피의 파종과 재배, 수확의 방법을 기록했다. 

위의 것은 각론일 테고, 총론으로는 이듬해 파종하게 될 종자의 준비방법을 적은 비곡종(備穀種)과 파종 전에 경작지를 일구어 고르는 방법을 기록한 경지(耕地) 편이 있었다. 

이 같은 농업연구가 조선의 경제학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1772~1823)와 같은 사람들이 토지와 재배 농작물과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해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returns)’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다. 

이를 테면 땅 스무 마지기를 다섯 사람이 농사 짓은 것이 적당한 것이지 열사람이 농사짓는다고 해서 소출량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경제적으로, 수학적으로 체계화해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농업 이외의 분야에서 그 반대 이론이 등장했다. 바로 브라이언 아서(W. Brian Arthur, 1945~ )가 주장한 수확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s to scale)이다. 처음엔 지식 정보산업에서 적절하게 이 이론을 활용하더니 최근에는 유통분야의 최신이론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단언하면... 땅 파는 농부가 되지 말고, 고향에서 소 판 돈을 밑천 삼아서라도 쌀장사를 하라는 것이다. 농부와 회원(소비자) 중간에 서서 쌀 유통 매개자가 되라는 것이다. 회원이 회원을 부르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가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다. 제품도 없고 공장도 없는 이 회사가 ‘매개’를 통해 세상을 점령했다는 것이다. 2014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될 당시 시가 총액은 약 1,680억(한화 175조 원)이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돼 국제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인 임충성은 이를 책으로 썼다. 책 제목은 ‘매개하라’. 영어로는 ‘Go Between’... 혀 짧은 필자가 직역한다면 ‘중간으로 가라’다. 그 중간에 서서 자신의 회원을 많이 맞이하라는 얘기다. 

알리바바는 삼성과 현대가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인력과 자본을 투자해 이룬 것을 순식간에 따라잡아 버렸다. 생산하지 않고 중간에서 매개한 결과가 그렇게 크다. 앞으로의 세상은, 또한 미래의 기회는 ‘매개하는 자’에 있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분명 수확의 계절인 추석이 올 것이다. 금년 가을 수확량이 많지 않은 사람일수록 지금부터 당장 ‘프로 매개자’가 되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조선시대로 돌아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와 같은 가을 풍년가를 부른다는 것은 땅 없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경작할 땅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곡식 매개자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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