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SS 서울패션위크 마무리 후 일상 인터뷰

▲ Yang's by Hee Deuk/양희득 패션 디자이너
▲ Yang's by Hee Deuk/양희득 패션 디자이너
사람을 마주하면 감성이란 것이 있다. 마음이 생긴 모양, 눈빛에서 전달되는 메시지. 백 스테이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한 디자이너의 열정이 런웨이에서 빛을 발했다. 양희득 디자이너, 경력 20여년 차 베테랑 디자이너다. 작가에게 필체가 존재하듯 디자이너에게도 색깔,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다. 그에게는 ‘보헤미안’이라는 수식어가 함께한다. 의도치 않아도 본연의 색에서 출발하는 고유 개성이라는 것은 조종이 아닌 자력의 힘이다. 양희득 디자이너에게 보헤미안이란 곧 자신의 감성인 것이다. 이번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를 동대문 두산타워에 위치한 Yang's by Hee Deuk 매장에서 마주했다.

#런웨이에서 빛난 봄과 여름의 지구 방랑자

▲ 국내 최초 선보인 양희득 디자이너만의 '손주름'으로 완성된 룩
▲ 국내 최초 선보인 양희득 디자이너만의 '손주름'으로 완성된 룩
지난 10월 27일, 2013 SS 서울패션위크에서 그가 선보인 작품의 테마는 ‘지구를 여행하는 달’이다. 소통을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그에게 지구, 별, 우주는 또 다른 소통의 공간일 것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달이 움직이듯 패션을 중심으로 삶이 풍요롭기 바라는 그의 마음이 이번 런웨이에서도 반짝 빛났다. 특히 전문 모델과 함께 미스코리아 15인을 무대에 세워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 “디자이너는 늘 소재에 대해 갈구한다. 좀 더 새롭고, 세련되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디자인은 소재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며 “보헤미안이라는 감성과 어울리는 시폰 소재를 좋아한다. 어떤 시즌이든 사용가능하며 손으로 주름을 잡았을 때 매번 변화되는 자연스러움이 시폰의 매력이다.” 실제 그는 국내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손주름’을 의상에 접목시켰다. 구기거나 잡아당겨, 수작업 아니면 표현해 낼 수 없는 느낌을 양희득 디자이너만의 감성으로 탄생시켰다. 선호하는 컬러는 다홍과 로열블루, 블랙이다. 이유는? 소재와 잘 어울려서! 얼마 전에는 태국공주가 방문해 의상을 여러 벌 구매해 갔다고 한다. 그의 고급스러운 소재와 특별한 손주름, 보헤미안 감성은 태국공주도 반하는 걸로!

#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은 고마움이다

날씨에 민감한 사람은 흔하지만 모든 날씨에 감사한 사람은 분명 특별하다. 양희득 디자이너는 날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향기, 풍경, 감성에 늘 감사하다고 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날씨는 분명 있다. 비가 내리면 어디든 가야한다. 눈치 챘겠지만 비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비가내리는 날 한강 벤치에 드러누워 온몸으로 비를 맞았던 적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너무 기뻐 양손을 놓고 잠시 즐기다 크게 다쳤던 적도 있다”며 “비뿐만 아니라 모든 날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장마 때 유별나게 좋긴 하지만”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양희득 디자이너의 라이프스타일은 항상 어디든, 어느 때이든 디자인과 연결시키는 것이 습관적인 관찰이자 교감이다. 사물과 사람을 보고 영감을 받는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물으니 주저 없이 ‘동물의 왕국’이라고 답한다. 자연 아니면 표현해 낼 수 없는 컬러, 움직임에 따라 변화되는 동물의 골격과 유동성은 당장 그를 작업실로 끌어당기는 힘이 된다고. 양희득 디자이너의 취미 역시 감성적인 그와 잘 어울리는 여행이다. 무작정 야간산행을 떠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고요한 상태의 적막, 오감으로 전해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양희득 디자이너에게 롤모델이자 영감, 힘의 원동력은 바로 가족

▲ Yang's by Hee Deuk/양희득 패션 디자이너
▲ Yang's by Hee Deuk/양희득 패션 디자이너
멋이란 무엇인가, 트렌드를 주도하는가,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란 고질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결국 무대가 끝나면 아쉬움을 토로한다. 만족은 없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됐다는 안일함은 디자이너에겐 치명적인 독이다. 대신 과한 욕심을 중화시켜주는 이가 있으니 바로 양희득 디자이너, 그의 아내다. 가족을 말할 때 눈빛이 따뜻했고 목소리는 고조됐다. 기자의 지루한 질문에 고역이었을 텐데 아내와 자녀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화색이 돈다. “내 인생의 멘토이자 친구며, 스승인 사람이 바로 아내다. 내 자신에 대한 벽에 부딪힐 때마다 나를 잡아주며 일으켜 주는 사람이다”라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언젠가 딸에게 아빠는 28살에서 멈춰있는 젊음이라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그날 이후로 내 생일 케이크엔 항상 28개의 초가 꽂혀있다. 가족들조차 진짜 나이를 잊을 정도로 우리 넷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지고 애정이 두터워지는 친구 같은 사이다.” 아내의 자리, 아빠의 역할, 자녀의 의무 같은 획일화된 경계가 없는, 이해에서 비롯된 진짜 가족과 함께하는 그의 삶은 풍요로워 보인다. 이런 평안함과 애정 넘치는 시선이 양희득 디자이너의 의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스코리아, 양희득디자이너의 보헤미안과 만나 더욱 눈부신 런웨이를 수놓다

▲ 2013 SS 서울패션위크, Yang's by Hee Deuk 미스코리아 15인이 무대에 함께해 더욱 뜻 깊었다
▲ 2013 SS 서울패션위크, Yang's by Hee Deuk 미스코리아 15인이 무대에 함께해 더욱 뜻 깊었다
서울패션위크의 묘미는 패션디자이너의 고뇌와 번민의 결정체를 입고 당당하게 워킹하는 그 형태에 존재한다. 런웨이에서 전문 모델이란 전문 디자이너만큼 중요한 요소다. 이런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미스코리아 15인을 모델로 기용,  무대에 세운 양희득 디자이너의 행보는 어쩌면 의외일 수도 있는 선택. 이에 대해 그는 “전문 모델이 의상 느낌을 잘 살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스코리아와 인연이 되어 패션쇼에 세운 것에 만족 한다”며 “전문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미스코리아들과 함께 무대를 채울 수 있어 기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모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옷에 너무 과한 요구를 하지 않았나 싶다. 공부가 많이 됐다. 더 예쁜 모습으로 무대에 세울 수 있도록 미스코리아를 위한 옷을 만들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양희득 디자이너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과장되거나 꾸밈없는 모습에서 진심이 다가 왔다. ‘본인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이라는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서 잠시 망설이던 그는 “과욕”이라며 짧은 대답을 했다. 이유는 욕심이 많기에 부족하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기 때문이라고. 지금 기자의 상상 속의 그는 비를 맞으며 힘들게 산행을 한 뒤 가뿐한 마음으로 짧은 여행의 종지부를 찍고 있을 듯하다. 또 다른 보헤미안을 위해...

사진=김세진 studiomandoo@gmail.com
박솔리 기자 solri@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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