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제품 난립, 상표권 분쟁 봇물…판매 목적 앞에 장인 정신 있어야 명품

 
 
최근 화장품 업계가 호황이다. 경기 침체와 내수 시장 부진에도 중국 특수에 힘입어 국내 화장품 업계의 외형은 크게 성장 중이다.

메르스 여파와 중국의 화장품 규제 강화 등으로 기업 간 희비는 엇갈리고 있지만 화장품 관련 주가 상승과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화장품을 주목하면서 최근에는 너도 나도 화장품 업계에 진출하고, 다양한 화장품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 화장품은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 왔고, 70년이란 역사에도 불구 100년이 넘는 유럽과 미국, 일본이란 화장품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시장 외형은 세계 10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화장품 브랜드 인지도는 수 많은 해외 글로벌 기업들에게 밀리고,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화장품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선두 화장품 기업들이 브랜드 명품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제 막 시작된 단계로, 한류 열풍 등으로 중국 등 아시아 맹주는 멀지 않아 보이지만 화장품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명품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무엇보다 중국 특수에 취해 제품 개발 보다 트렌드 중심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모습은 내일에 대한 기대감 보다 불안감을 더 주고 있다.

 
 
“장인은 없고 쟁이만 가득하다”고 했던 어느 화장품 업계 관계자의 푸념만큼이나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는 모래성 같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화장품 브랜드숍 탄생 이후 국내 화장품 업계에는 돈만 있으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OEM 생산이 일반화됐다.

그리고 2008년 선밤과 비비크림 이후 국내 화장품 업계에는 이른바 대박 제품이란 것이 등장한다. 단일 품목으로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화장품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하루 방송으로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홈쇼핑이 대중화되면서 품목 하나로 대박을 노리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이후 국내 화장품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졌다. 향만 바꾸면 다른 제품이 되는 화장품의 틈새를 노려 다수의 유사 제품들이 난립하게 된 것이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소위 대박 제품으로 인기를 모은 제품을 비슷하게, 또는 더욱 화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면 광고와 마케팅으로 원조 제품의 아성까지 무너트릴 수 있다.

그렇게 무너진 회사가 그동안 수백개에 달하고 그렇게 성공한 기업도 수백개에 이른다. 물론 대박을 한번 냈다고 해서, 원조 기업을 이겼다고 해서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기업은 많지 않다.

그만큼 화장품은 누구에게나 유혹적인 사업이지만 그렇게 만만한 시장도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장이와 쟁이의 차이를 확연하게 확인 할 수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일반적으로 장이는 전문가를 말하지만 쟁이는 사기꾼에 가까운 이를 말하는 접미사로 사용된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 장이 보다 쟁이가 더 많다는 것을 꼬집기 위해서 꺼낸 말이 아니다. 어느 산업이든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 진정한 의미의 장인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전문가, 장인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모았던 쿠션 화장품과 마스크팩, 마유 크림 등이 대규모로 국내에서 짝퉁으로 제조된 것이 적발된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연일 중국 특수와 함께 국내 기업 간의 상표권, 특허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화장품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의지도 없는 기업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화장품 기업을 인수하고, 화장품 신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외형은 계속 성장해 왔지만 내실은 점점 더 부실해 지고 있다. 원부자재는 여전히 일본 등 해외에 의존도가 높은 상황. 연구개발 보다 소비자 판매를 목적으로 트렌드 제품 생산에만 매진하는 상황은 장기적인 안목과 분명 거리가 있다.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제품들이 있다. 이들 제품 역시 어느 공장에서 대량으로 OEM 생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명품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오랜 전통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전부가 아니다. 막대한 자본을 통한 광고 홍보, 좋은 인력 구성, 유통망 등도 전부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제품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이를 통해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겠다는 장인 정신이 있다. 어쩌면 과거형일 수 있지만 있었던 기업도 있다. 결국 출발부터가 다르다는 것이다.

한개 성분을, 한가지 제품을 지켜가고 발전시켜 가고, 이를 통해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에 앞서 제품 하나에 가치를 두는 자부심이 있다.

물론 이러한 브랜딩에서 세계에서 명품이라고 불리는 화장품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기업, 브랜드, 제품 등이 우리나라에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이를 위해 쟁이가 아닌 장인들이 더 필요하다.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이러한 가치를 브랜딩하는 기업. 주가를 높이기 위해 무늬만 화장품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준비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기업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이 있을 때 우리나라에도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가, 제품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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