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내려놓는 자가 가질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헤르만헤세의 단편소설 <동방순례>의 주인공 레오(Leo)의 이야기를 빌어 “리더가 되려면 하인이 되라”는 말을 전한 바 있다.

하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힘(power)이나 돈(money)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가진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목을 뻣뻣하게 하는 사회적 지위나 권위를 내려놓고, 겸손한 자세로 남을 위한 봉사와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진 것 없는 하인이 되면, 그 순간부터 더 많은 것을 가질 자격을 갖춘다는 것이 소유의 역설이다.

이 말을 법정 스님의 무소유(無所有) 관점에서 본다면, 아무리 작은 소집단의 리더일지라도 전체 조직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불가의 큰스님인 법정은 이 무소유의 정신을 난초 화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으로 설명했다.

귀하게 애지중지하던 난초는 어느 순간부터 마음속에 하나의 짐으로 자리 잡게 됐다. 밖에 나가 있을 때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면 두고 온 난초를 걱정해야 했다. 번민의 시작이다.

법정은 그 난초를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했다. 자신이 가진 번민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난초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으면 난초를 죽일 수도 있기에, 또한 난초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겼기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난초를 무소유(無所有)하고 나니 갖는 것이 많아졌다. 자신은 번민에서 벗어나고, 인수자는 희락을 얻으며, 꽃은 더 큰 생명력을 가질 수 있으니 일거삼득이었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무소유(無所有)의 가르침을 전한 사람 중 근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이 이용규 목사다. 그가 2006년에 쓴 책 <내려놓음>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찾을 만큼 당대의 베스트셀러다.

이용규는 <내려놓음>에서 “행복해지려는 열망과 행복해질 권리를 내려놓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권리로 여기던 무엇인가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진짜 행복을 얻었다는 증거이자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내려놓음’을 아들 동연이의 ‘버즈’라는 캐릭터 장난감 사기로 설명했다. 두 살짜리 아들은 가게에서 장난감을 들고 나오면서 계산대에 내려놓지 않으려고 울기까지 했다. 당장 자기 손에서 떨어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장난감이 진정한 자기의 것으로 되기 위해서는 잠시 계산대에 내려놓고 바코드 판독기를 통과시켜야 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소중한 것을 내려놓기 전에는 진정한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직 어린 아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아이(성숙하지 못한 사람)는 내려놓으면 빼앗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움켜쥐려고 하고, 결국 진정한 것을 갖지 못한다”

이용규의 ‘내려놓음’은 당장의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판단을 흐리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에 대한 비판이다. 어린아이와 같이 욕심에만 가득 찬 리더들에 대한 경고다.

그것은 법정이 말한 ‘무소유’ 개념과 같다. 불교적인 관점이나, 기독교적인 관점 모두 가지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가질 수 없게 된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이용규가 아들 앞에서 ‘내려놓음’을 보여주었듯이 이제는 좀 더 가진 사람, 좀 더 힘 있는 사람이 ‘내려놓음’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 우리 사회의 리더들일수록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내려놓음’을 실천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세계 7대 부호인 31살의 저커버그(Mark Zuckerberg)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Priscilla Chan)이다.

그들은 첫 딸을 낳자 전 재산을 앞으로 세워질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주식 가치로는 450억 달러(약 52조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그리고 그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딸에게 공개편지를 썼다.

“우리는 모든 부모처럼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재단의 초기 사업은 맞춤형 학습, 질병 치료, 인간관계, 강한 공동체 만들기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이는 너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다음 세대 모든 어린이를 위한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

필자는 갓 태어난 딸 앞에서 한 그의 약속은 분명히 지켜질 것이라 믿는다.

필자 역시 1차 목표가 이루어지는 순간 모든 재산을 친지들과 사회에 내려놓을 것이다.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제부터는 ‘홍익인간을 위한 행복문화원 건설’을 위해 몸까지도 바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 필자에게는 “내려놓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진 리더가 많이 필요하다. 그것은 저커버그가 ‘강한 공동체 만들기’를 위해 재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같다. 오늘 필자에게는 사람이 재단이다.

필자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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