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프래그런스 편집숍 에브리센트 양은영 대표

참 신기하다. 다른 매장에서는 판매원의 접근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오히려 판매원을 찾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한 바퀴 빙 도는 데 30초면 충분할 만큼 협소한 공간이지만 고객 1명이 평균 머무르는 시간은 20분 남짓. 제품 하나하나가 보는 재미에 듣는 재미까지 만족시키니, 지난주 방문 고객이 '새로 들어온 제품은 또 없는지' 문의하는 것도 예삿일이다.

'에브리센트'는 이같은 이유로 최근 유통업계 주목을 받고 있는 홈 프래그런스 편집매장이다. '눈 높고 콧대 높은' 백화점 MD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6월 분당에 프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이후 10월 현대백화점 천안점, 11월 AK플라자 평택점·분당점에 차례로 입점, 빠른 속도로 고객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숨은 보석같은 향기 소개하는 홈 프래그런스 등용문 

화장기 없는 앳된 얼굴의 양은영 대표. '에브리센트' 설립 계기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인이 결혼선물로 유명 브랜드의 '파라핀 캔들'을 선물했는데, 그 캔들을 켜자 남편이 코를 흘리고 눈을 긁어대기 시작한 것.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해당 캔들로 인해 간지럼증은 물론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 즉시 사용을 중지했고, 이와 동시에 남편의 불편한 증상들도 마법같이 사라졌다.

호기심이 발동한 양 대표는 천연원료를 사용한 소이캔들을 써보기로 했다. 요리 후 음식 냄새를 없애는 데 캔들만 한 게 없기도 했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남편에게 아무런 증상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 뒤로 천연캔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대중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좋은 원료를 사용한 좋은 향기 제품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됐죠. 품질은 기본이고 예쁘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도 많았어요. 제 경력을 살려(양 대표는 광고회사에 근무했다) 이런 좋은 제품들을 세상에 알려야 겠다 생각했죠(웃음)."

현재 한국 홈 프래그러스 시장은 일부 수입 브랜드가 앞선에서 이끌고 있는 구조다. 그중에는 안 좋은 원료를 사용하면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도 존재한다. 인터넷이나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 중인 제품 중에도 '믿을 수 없는' 제품은 많다.

현 상황이 안타까웠다는 양 대표는 "에브리센트의 목적은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청년 예술가에게 판매 채널을 제공하고 대중에게 알리자는 것"이라며 "청년 예술가에게는 판매채널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질 좋은 제품을 소개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니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입회, 제작 규정 준수한 정직한 제품만 공급

에브리센트는 탄생 비화에서 예상할 수 있듯 좋은 원료를 사용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취급한다. 저가 파라핀 대신 천연 왁스 사용, 프탈레이트 미함유를 기본 규정으로 자체 공방에서 제작하는 100% 핸드메이드 제품만을 거래한다. 대량 생산의 경우는 에브리센트 자체 공장인 인천과 분당 Lab을 통해 생산한다. 특히 양은영 대표가 직접 만드는 PB 상품의 경우에는 전세계 1위 향료회사 스위스 지보단 오일을 사용한다고.

또다른 특징은 모든 브랜드 제품이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디자인페어, 리빙페어, 플리마켓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사업자의 사업철학을 듣고 품질을 기본으로 특색 있는 제품만을 선별해 모았다"고 강조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두가 '숨은 고수의 작품들'이다.

예를 들어 도자기 캔들 브랜드 '머그워트 앤 갈릭'은 도예가 황경천 작가와 동물보호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유기견, 유기묘 1:1 후원 캠페인 일환으로 탄생했다. '물고리를 품은 소이캔들'은 캔들을 태우면 그 안에서 금붕어가 나타나는 독특한 콘셉트의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목공예가가 완성한 차량용 디퓨저 '크래프터'는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들었다가 상품화하게 된 제품. 밀폐된 공간에 적합한 향기만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차량 방향제라는 한우물만 파고 있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양은영 대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국내 좋은 향기 제품만을 선별해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 좋은 제품을 알리자는 것이 첫 번째 이유, 최선의 향기를 제공하기 위함이 두 번째 이유다.

"홈 프래그런스 열풍과 함께 한국에도 리빙 편집숍이 많이 생겨났어요. 하지만 보통 수입제품 위주고 이렇게 내추럴 핸드메이드 제품만을 모아놓은 곳도 없었습니다. 자연소재는 아무래도 향이 변질될 우려가 있어요. 수입 브랜드 내추럴 제품이라면 한국에 수입되고 유통경로를 거치는 동안 변질될 우려가 존재하죠. 에브리센트는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향기를 선물하자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이를 위해 최선의 내추럴 향을 제공하는 환경을 구축해 놓은 셈입니다."

양 대표는 "에브리센트가 홈 프래그런스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홈 프래그런스가 단순히 '향기 제품' 또는 '인테리어 소품'을 넘어 개인의 삶을 유익하게 만드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 홈 프래그런스 시장이 건강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양은영 대표. 그가 이끄는 에브리센트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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