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연구·개발 부문

올 한해 한국산 화장품은 해외에서 잘 나갔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 수출 여건이 악화되면서 주력 수출품목들이 대부분 맥을 못 춘 가운데 떠오르는 수출역군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수출 대상국 및 품목의 편중현상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화장품 업계는 마스크팩, 비비크림, 쿠션 팩트, 마유크림 등의 제품들을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시장에 공식, 비공식 경로로 대량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미투, 카피 제품이 유난히 극성을 부렸다. 새로운 성분과 품목을 개발하고 알려 신시장을 개척하긴 보단 잘 나가는 아이템에 안주 혹은 편승한 것이다. 또 ‘캐릭터 화장품’ 열풍에서 볼 수 있듯 대체로 품질과는 무관한 트렌드를 쫓는 영업·마케팅이 만연했다.

신기술·신원료 개발의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훌쩍 커진 덩치에 비하면 아무래도 미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연구개발 투자 비중 뒷걸음질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이 2013년을 기준으로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기술은 선진국의 80.1% 수준으로, 4.8년의 격차가 벌어져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명실상부 세계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격차를 빠르게 좁혀야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내 최대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2013년 매출액의 2.7%를 연구개발 부문에 투자했다고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2014년에는 이보다 0.2%p 하락한 2.5%를 투자했고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9월 현재 이 수치가 2.1%까지 떨어진 상태다.

LG생활건강 또한 2013년과 2014년 2.4%였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이 2015년 9월 현재 2.3%로 소폭 하락했다.

원료·소재 기업과 OEM·ODM 기업들이 꾸준히 연구개발 부문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국내 화장품 산업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의 통 큰 투자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혁신적인 기술 발전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인다.

정부의 화장품 연구개발 지원 또한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지난 9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보건산업진흥원은 2011년 55억원이던 화장품 R&D 지원 예산을 2012년 69억원, 2013년 100억원, 2014년 120억원으로 늘렸다.

4년 동안 집행된 344억원 가운데 161억3,300만원은 화장품 기업에 지원했는데 업체별로 보면 △LG생활건강이 12억원 △아모레퍼시픽이 9억8,300만원 △코스맥스 8억400만원 △코리아나화장품 7억3,200만원 △내추럴솔루션 6억원 등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의원은 “R&D지원예산이 중소 벤처기업보다 큰 화장품 기업들에 편중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화장품 기업들이 지원을 받아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86개 연구과제 중 48개가 상품화에 실패했다는 사실도 문제로 드러났다. 연구과제가 상품화되면 보건산업진흥원이 그에 해당하는 기술료를 받아 R&D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는 구조를 감안하면 낮은 성공률이 결국 더 많은 투자를 가로막는 셈이란 것이다.

# 생산시설 확충 ‘양날의 검’

 
 

국내 화장품 기술의 질적 성장에는 다소 미흡한 면이 있지만 인프라 구축은 그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OEM·ODM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공장 및 연구소 설립 열풍이 분 것이다.

연초부터 비앤비코리아와 한국코스모화장품이 각각 인천 검단과 충남 천안에 새로운 공장 완공 소식을 알렸다. 콧데와 유로코스텍, 이지코스텍 또한 신축 공장을 가동했다. 이밖에 클레어스코리아, 셀렙, 내추럴솔루션, 그린코스, 코스온, 바이오랜드 등이 신공장 건설 혹은 기존 공장의 증축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중국 내 생산거점 확보 소식도 잇따랐다. 한국콜마는 베이징에 이어 우시에 중국 내 제2공장을 짓기로 했고 절강성 핑후시에 화장품 및 화장품 용기 공장을 세우기로 한 토니모리는 지난 11월 시 당국과 토지 사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나아가 한불화장품과 코스메카코리아도 내년 중 중국 공장 건설을 위한 첫 삽을 퍼 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생산시설 확충이 곧바로 기술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토대를 이룬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중국 특수에 변수가 생긴다면 급격한 공급 확대에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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