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동양화가 김혜숙 작가와 콜라보레이션 전시회를 진행한 정미순 조향사(오른쪽).
▲ 지난해 동양화가 김혜숙 작가와 콜라보레이션 전시회를 진행한 정미순 조향사(오른쪽).

정미순 조향사(지엔퍼퓸 대표)는 2015년 유독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지엔 퍼퓸 플레이버 스쿨'을 통해 조향사 양성에 힘쓰는 한편 '향기공방' 운영 13년만에 홍콩에 2호점을 오픈했고, 그의 오랜 꿈이기도 했던 '향수 박물관'을 지난 10월 서울 방배동 사이길에 문 열었다.

2013년부터 선보인 '맥앤로건' 향수는 온라인몰 판매량 기준 전년대비 2배 성장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미국 라스베가스, 베트남 등 해외 박람회에 꾸준히 참여한 결과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쁘게 움직인 만큼 기쁜 일 역시 많았을 것 같은 정미순 조향사에게 지난해 가장 의미있는 성과를 물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돌아온 답변은 예상 답안에 없던 '향기 시장의 성장'이다. 그 초점은 '지엔퍼퓸의 매출증가'가 아니다. 향수, 디퓨저 등 향기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후배 인재'가 많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향기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에 진입하는 감각 있는 젊은 조향사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젊은 조향사들의 활발한 활동은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한국에도 좋은 향기 제품이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홍보하는 좋은 기회가 됐죠.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거에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정미순 조향사는 향수 소비에 있어서의 다양성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분명 양적 성장은 이뤄냈지만 여전히 한국 향수시장은 일부 브랜드만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보통 유명한 브랜드 또는 마케팅을 잘 하는 제품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향사의 철학을 듣고 나를 정말로 만족시키는 제품을 찾는 소비풍토가 형성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니치향수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덧붙였다. 정 조향사는 "자국에서 니치향수로 인정 받지 못하면서 한국에서는 니치향수라고 홍보, 그 결과 하나의 붐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가 일부 있다"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상업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브랜드를 스스로 걸러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미순 조향사의 2016년은 어떤 모습으로 채워질까. 올해 가장 큰 목표는 고전 향수 알리기다. 오는 14일 향수 박물관에서 개최 예정인 '빈티지 향수전' 역시 그런 맥락에서 마련했다. 향수의 대중화가 니치향수와 나만의 향수 만들기 붐을 이끌었다면 다음 단계는 향수의 근원, 즉 뿌리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형성될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향기공방 지점도 늘릴 계획이다. 벌써 국내 2개 매장과 홍콩 1개 매장 오픈을 확정지었다. 베트남에서도 문의가 와서 협의 중이다. 2017년 론칭을 목표로 아로마테라피 스킨케어 브랜드 기획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향업계 트렌드세터죠?" 인터뷰 내내 함께 자리 한 최기영 마케팅 본부장이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옆에서 바라본 정미순 조향사는 당장 이익을 내는 것보다 후배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장을 개척하는 데 더 관심 있는 사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끄러운듯 미소짓고 있던 정 조향사가 한마디 덧붙였다. "아카데미 제자나 후배 조향사들이 고맙다는 전화를 걸어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또 14년 전부터 향기공방을 운영했는데, 그걸 지켜봐온 후배 조향사들이 공방을 차리고 저와 선의의 경쟁을 벌여주니까 그게 또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선배 조향사로서 향기 시장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 바쁘게 달려야겠죠?(웃음)" 

지난 10년도, 앞으로의 10년도 향기산업의 발전을 위해 바쁘게 움직일 정미순 조향사. 그의 행보에 응원을 보내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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