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사회와 조직은 개혁돼야... 홍익인간 정신은 그 제도개선의 대안이다

▲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선거’를 ‘전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공천전쟁이 벌어지고, 선거전에 돌입하면 정당간 정책전쟁이 벌어진다. 현대 민주주의를 나타내는 가장 첨단의 문화현상이 바로 선거일 것이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파괴’를 몰고 온다. 수많은 인간이 파괴되고 문명이 파괴된다. 총칼을 든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도 인명살상은 물론 남북한의 주요 기간 시설들이 무참히 파괴됐다.

따라서 선거가 전쟁이라고 한다면, 상대당의 정책을 파괴시켜야 이길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적을 파괴하기 위한 무기개발과 군수물자 조달이 과학 발전을 가져오듯, 기존의 정치나 정책적 가치관이 도전받고, 잘못된 부분은 반드시 파괴되어야 국가 사회가 바른 길로 나갈 수 있다.

이제 선거철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도시의 목 좋은 빌딩들에는 온통 예비후보들의 대형 홍보 현수막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후보들 중에 페인트가게의 아들도 있다. 큰 도매상이 아니라면 페인트가게는 대부분 소상공인 업종일 것이다. 이런저런 페인트를 팔면서, 직접 페인트칠 공사도 해주어야 그럭저럭 벌이가 되는 직업일 것이다.

영세 가게여서 그런지 그 후보의 집안 살림은 보잘 것이 없었다. 월세로 방 세 개짜리 아파트로 여러 식구가 살다보니 부모는 매일매일 열심히 일해야 했다. 그래야 자녀들을 먹이고 가르칠 수 있을 테니까.

그 후보가 보기에도 부모의 벌이로 내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고작해야 아파트 월세 또는 관리비나 밀리지 않고 사는 것이 꿈이었다.

덕분에 그 후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삶이 얼마나 크게 고달픈지, 그것이 가족의 정서안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가난의 아픔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그 후보는 “더 이상은 안된다. 우리에게 ‘정치혁명’이 필요하다”며 외치고 나왔다.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현실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부의 대부분을 소수 개인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위 0.1%가 소유한 부가 하위 90%의 부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사회는 뭔가가 잘못돼도 대단히 잘못된 사회입니다.”

이렇게 열변을 토한 후보가 바로 지난해 4월30일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다. 1941년생이니 올해 나이 75세. 미국 동북부의 조그만 주 버몬트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이었다.

대세라는 힐러리에 도전장을 던졌을 당시 전국적인 지지율은 힐러리 클린턴 61.6%, 버니 샌더스 8.7%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 첫 프라이머리(primary)가 열린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를 대상으로 한 지난해 9월의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힐러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해 미국 시민사회를 놀라게 했다.

고작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74세의 무명 정치인에게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은 ‘샌더스 돌풍’이라고 했다.

물론 많은 선거 전문가들은 샌더스가 힐러리를 이기고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샌더스가 지적하고 나선 ‘0.1% 소수의 지배현상’이 파괴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큰 공감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샌더스가 쓴 책이 바로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홍지수 번역, 원더박스刊)이다. 0.1%가 아닌 90%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자서전의 형식의 빌어 주장하고 있다.

한 예로, 월세방에서 온 가족이 살던 시절을 잊지 않고 서민 임대아파트를 서민들의 공동작업을 통해 임차인의 소유로 전환했던 방식도 소개했다. 장기 거주자가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있다. 그는 또 아파트 주인이 부동산 전환을 하려면 적어도 2년 전에 예고를 하도록 하는 법률도 만들었다.

페인트가게 부모가 평생을 모아도 얻을 수 없었던 내집마련의 꿈을 그는 서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입법 활동에 힘을 모았다. 90%를 위한 정책들이었다. 그래서 ‘선거 전쟁’을 통해 기존의 ‘부익부 빈익빈’ 사회구조를 파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많은 박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유태인 출신이다. 그리고 시카고대학을 나왔다. 그 같은 성향으로만 보면 그는 분명히 0.1%에 소속되어야 할 사람이다. 미국의 부를 쥐락펴락하는 사람이 유태인들이고, 미국에서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만들어낸 대학이 바로 시카고대학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샌더스는 선거전쟁에 나서기 전 자신과의 전쟁에서 이긴 사람이다. 자기 자신의 기득권을 파괴시킨 사람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몸 구조를 만든 것이다.

90%가 0.1%를 이길 수 없다면 그 부의 편중현상은 당연히 파괴되어야 한다.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홍익인간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필자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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