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이 얼어붙은 모든 세상을 스르르 녹여 주고 있는 요즘, 필자는 가슴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과 같은 여자 2명을 만났다. 필자를 찾아온 두 명의 여성은 '마음의 감기'라고 말하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고객이었다. 

부부가 함께 방문해 행복한 마음으로 산전, 산후 마사지를 받고 가는 일반적인 고객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면 왠지 가슴이 저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출산 후 15개월 간 시체 놀이하듯 문 밖 출입도 하지 않은 채 방안에만 누워서 지냈다는 지영 씨. 30대 초반으로 첫 출산인 지영 씨는 친정 엄마와 아기랑 함께 필자를 방문했다. 

우울증, 무기력, 불면증, 불안감, 자괴감 등과 함께 외모 컴플렉스로 인해 생겼다는 대인 기피증까지, 그녀가 찾아낸 몸과 마음의 증상은 참 많았다. 지영 씨가 지난 17개월 간 남편에게 이혼요구를 하고 죽고 싶다는 말을 노상 되풀이하는 탓에 친정 엄마는 같은 아파트로 이사까지 해 아기를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필자를 찾아온 또다른 여성, 민영 씨는 첫 출산이며 남편과의 갈등으로 인해 임신 중 태교는 커녕 출산 후 몸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식은땀과 산후 풍 등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수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가슴은 단단한 돌덩이처럼 굳어 열이 나고 있었고 눈동자는 혼이 반쯤 나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두 여성 모두 현재 병원을 다니고 있는 듯했다.

현장에 몸 담고 있는 필자가 최근 7~8년간 임산부 고객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산후 우울증은 지친 심신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자가 출산하기 전까지의 살아온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학교를 다니면서 입시에 시달리고 취업을 하면서 직장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남녀교제로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에서 마음과 몸 고생(밤새 나누는 톡이 지친 몸으로 만들어 간다)을 하고 결혼을 하면 내가 살아왔던 방법과 다른 시댁과 적응해야 하며 준비 없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경우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출산을 하고 밤낮으로 잠도 못자고 육아에 시달리다 보면 지친 몸은 더 치쳐 우울증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필자를 찾아온 두 여성 모두 쉴 시간이 없었다. 준비 없이 부모가 된 그녀들에게 아기는 잠시 꿈과 같은 행복일 수 있었을 것이다. 초보엄마들은 누군가 옆에서 출산을 도와주지 않으면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때 남편마저 육아에 협조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 속에 지치고 방치된 느낌이 들면서 초라하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서서히 우울함에 허덕이게 될 것이다.

심하지 않은 초기 산후 우울증에는 '힘들 때 등을 토닥여주는 엄마'와 같은 포근하고 부드러운 마사지 터치가 도움이 된다.

편안하고 따뜻한 마사지 터치는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기를 출산한 산모에게서는 릴렉싱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강한 마사지가 필요 없다. 릴렉싱 호르몬을 이용한 산후 마사지는 통증이나 산후 풍에 아주 빠르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아로마 향를 이용해 행복 호르몬과 엔돌핀 호르몬이 나올 수 있도록 마사지를 하는 것도 좋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휴식과, 에너지, 엔돌핀은 자신감을 안겨주며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마사지는 우울한 마음을 보듬어주고 가슴에 가두고 있던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하도록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산후 우울증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마사지를 받은 후 얼굴빛이 환해지고 생기가 돌며 눈동자가 변하기 시작하는 것을 많은 임상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필자에게 마사지를 받기 시작한 지영 씨와 민영 씨는 어느 날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기와 남편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느끼며 행복해 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만날 때면 필자는 "잘 잤어? 오늘은 뭐 먹었어? 맛있는 간식 해줄게"라며 그들에게 응원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위대한 엄마처럼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에 메시지'로 용기를 주고 싶다. 준비 없이 처음 경험하게 되는 출산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 건 당연할 일이다. 필자는 아기보다, 아기 엄마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산후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는 사랑이 필요하고 누군가가 옆에서 그를 위로해주는 지원군이 필요하다. 필자의 손길과 격려가 힘들고 지친 초보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

 
 

글_오경희
메디스파 스토리W 전문점, 청주피부관리실 '미드림' 대표로 결혼 전 '따뜻한 몸 만들기'와 임신 중 마사지, 출산 후 회복 관리 등에 주력하고 있다. 오경희 대표는 '건강한 엄마는 한가정과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오늘도 고객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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