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문제로 DIY 화장품 판매 불법 규정했다 화장품 육성 정책에 꺼낸 카드

 
 
최근 식약처가 맞춤형화장품 판매를 일부 허용해 시범사업으로 실시한다는 발표에 국내 화장품 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고객들의 피부 타입, 또는 기호에 따라 원하는 제품을 바로 만들어 공급한다는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완벽하지만 정확한 기준 없이 너무 빠르게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앞서 식약처는 안전성 문제로 직접 화장품을 만드는 DIY 화장품 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으며 고객이 원할 경우 줄기세포 배양액을 활용해 화장품을 제조, 공급하는 것도 강력하게 규제한 바 있어 형평성 논란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재 화장품법 제15조7항에 따르면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비위생적인 조건에서 제조됐거나 정부가 지정한 시설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시설에서 제조된 화장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수입·보관 또는 진열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생산 시설이 아닌 경우 화장품 제조가 진행될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맞춤형화장품 판매 시범사업 전개 발표와 함께 이를 사실상 허용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3월 11일 발표했다. 법 개정 전에 사업 전개를 먼저 발표한 셈이 된 것이다.

또한 2007년 식약처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일명 DIY 화장품 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해 강력하게 단속한 바 있어 앞서 단속된 기업이나 개인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명 찬성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맞춤형화장품은 이상적인 형태다. 개인의 피부 상태와 기호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선재 조건들이 필요하다. 우선 현재 화장품법을 개정해야 한다. 화장품 제조 공장 이외에 화장품을 제조하는 형태를 불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범사업이라는 면죄부만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두번째는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맞춤형화장품 판매 대상을 향수, 코롱 등 4개 방향용 제품류와 로션, 크림 등 10개 기초 화장용 제품류, 립스틱 등 8개 색조 화장품 제품류 등을 정했지만 조합 원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분명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조합 원료를 고시 원료들로 할 것인지 이미 일부 판매되고 있는 형태처럼 앰플을 섞을 것인지 등 각 원료에 안전성을 검증하고 섞을 수 있는 배합 한도도 지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포인트 메이크업 제품과 네일 컬러에도 어떤 것을 배합할 수 있는지 각 유형별 기준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 성분의 경우 배합을 잘못할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적합성 실험을 거쳐야 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 성분도 있기 때문에 기준을 정확하게 하지 않는다면 분명 안전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맞춤형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고객의 피부 측정이 필요하다. 현행법 상 미용기기가 없고, 측정기기 대부분이 의료기기로 되어 있어 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용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피부 측정기기 역시 미용기기로 인정하는 법 마련이 필요하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자체 개발한 피부 측정기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이 될 수도 있고, 오랜 시간 의료기기의 화장품 매장이나 에스테틱숍, 헤어 살롱 등에서의 사용을 반대하는 입장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피부 측정을 병원에서만 하게 될 경우 화장품 산업 육성을 위해 시행된 맞춤형화장품이 오히려 병원을 위한 정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도 생각할 부분이다. 식약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통해 '그간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그 제조‧수입한 화장품 등을 혼합․판매하는 자도 화장품법상 판매자에 해당함을 명확히 규정함'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그동안 불법으로 규정했던 DIY 화장품 판매를 합법화하겠다는 내용이지만 그렇게 단정하기에는 판단 기준이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로 모호한 규정이 당분간 유지될 공산이 크다.

분명한 것은 맞춤형화장품 정책은 국내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때문에 특정 기업만이 가능한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조사와 업계 의견 수렴,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앞서 불법으로 규정했던 것을 합법화 시킨 것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

 
 
맞춤형화장품 논의는 최근 정부가 화장품 산업 육성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표면화된 것이다. 결국 사전에 충분한 업계 조율이나 사업 진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나 연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시범사업 진행 이후에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이나 가능성이 표면화될 것이다. 과연 이 사업이 실효성이 있는지, 소비자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어느 선까지 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인지, 형평성 문제는 없는지, 법 개정에 문제는 없는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