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이가 구원의 절규로 외친 ‘엄마’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모든 어른들일 것이다.

▲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올해 총선은 정책의 실종이라고 한다. 여야 각 당이 후보등록 직전까지 공천문제로 집안싸움을 하는 바람에 노인복지나 어린이보호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민생정책을 개발할 여유나 시간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쓰러져가는 인간의 심성을 내가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되살리겠다”고 나서는 심성의 후보가 있을 리 만무다. 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국민(유권자)보다는 나 살기 우선인 것이 힘 있는 자들의 처신이다.

인간은 정말 오묘한 동물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걷는다고 하지만 인간은 걷지 못한다. 인간이 다른 포유류 동물들처럼 다산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태어나면서부터 걷지 못하는 약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어린이는 우선보호 대상이다. 인간을 널리 사랑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의 출발은 바로 어린이와 같은 약자에 있다. 그 정신이 노인복지까지 이어져야 한다.

UN아동권리협약에 따른 아동의 기준은 18세까지다. 초등학교 어린이들만이 아니다. 청소년까지 모두 아동이다. UN은 보다 광범위하게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성인들에게 부과하고 있다.

금년 1월에 터진 ‘부천 초등생 토막시신 사건’이나 3월의 평택 ‘원영이 사건’ 등 최근 우리 주변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친부모에 의한 ‘살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 인간들에게 이미 경종을 울린 사건이 동물의 세계에서 발생했다. 사진작가 제니 로스의 작품. 지난 2009년 11월 작품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캐나다 허드슨 만의 처질 마을로부터 약 300㎞쯤 떨어진 곳에서 북극곰이 어린 곰을 잡아먹는 사진이다.

아마 독자들 중에도 그 사진을 접한 분이 꽤 많을 것이다. 자연 생태계의 변화를 고발한 사진으로 워낙 유명하다보니 많은 매체에서 그 사진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충격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사진이었다. 큰 곰이 어린 곰의 몸체를 모두 먹어 치운 후 피투성이 된 머리만 물고 있는 사진이다.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다.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자연생태계가 파괴돼 먹이를 구하지 못한 북극곰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저지른 '동족 살육의 비극'이라는 진단을 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육식동물의 대표 격인 사자나 호랑이도 죽인 새끼를 먹지는 않는다. 같은 종족을 먹이로 섭취할 경우 그 속에 있는 병원체에 좀 더 공격당하기 쉬운 질병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포악한 육식동물일지라도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종족이 더 많이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본능이기에 자신의 종족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행동을 억제하도록 진화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제니 로스의 사진으로 그 법칙이 의심받게 됐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부모에 의해 살해된 아동들을 볼 때 마치 북극곰을 보는듯해서 더욱 충격적이다. ‘부천 초등생 토막시신 사건’의 부모들은 자식의 시체를 두고 치킨을 배달시켜 먹기까지 했다.

최근 경찰 조사결과 평택의 ‘원영이’가 죽기 전 마지막까지 찾은 이름은 ‘엄마’였다. 계모는 원영이가 대소변을 재대로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추운 겨울날씨에 옷을 벗겨 화장실에 감금한 뒤 찬물을 퍼부었다. 평소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원영이는 그날 밤 화장실 안에서 추위에 떨며 ‘엄마’를 부르다 죽어갔다.

신음 소리를 들은 부부는 화장실 문을 열어 원영이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원영이 몸에 난 상처로 인해 자신들의 학대사실이 알려질까 봐 병원에도 데리고 가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이다.

원영이가 애타게 찾은 ‘엄마’는 친모일 수도 있고 계모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핍박받고 있는 아동들을 대신해 국회의원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모든 성인들에게 외친 구원의 절규이기도 할 것이다.

총선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어린이날이 코앞으로 다가 왔다. 몇 년 전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폭행 사건으로 어린이 보호를 부르짖던 정치권이 과연 어린이보호 법안이나 거론할지 의문이다.

필자는 친지들과 함께 노인복지와 아동보호를 우선으로 홍익인간의 정신을 기업경영의 실천목표로 정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더욱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자녀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부모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북극곰’처럼 살고 있다면 아동학대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그래서 올해부터 어린이날을 홍익인간의 날로 겸해 기념하기를 제안한다. 어린이가 있어야 국회의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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