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젬헬스앤뷰티 신윤창 중국법인장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국에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화장품을 수출했다. 이는 전체 화장품 수출실적의 40%를 웃도는 규모다. 중국이 있어 ‘K-뷰티’ 신화가 태동할 수 있었고 국내 화장품 산업의 약진이 가능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같은 대기업이 아니어도 적잖은 회사와 브랜드가 ‘차이나 드림’을 이뤘다. 또 이들의 드라마틱한 성공 사례가 연일 언론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시장에나 숨은 강자는 있는 법. 중국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기업들 중에선 세라젬헬스앤뷰티가 그 주인공이다. 요란법석한 성공스토리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묵묵히 시장을 갈고 닦은 세라젬헬스앤뷰티는 현재 중국 내 10개성(省)에 걸쳐 50여 시(市)대리점을 두고 1,200여 대리상을 확보했다. 현지 판매 아이템은 9개 브랜드에 걸쳐 120여 품목에 이른다.

글로벌 온열기 시장을 제패한 세라젬의 자회사로서 한국에선 다소 낯선 이름일지 몰라도 중국에서만큼은 모회사 못지않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초창기의 적자는 진작 만회했고 유통망이 풀뿌리처럼 뻗어나가는 중이다.

# 3․4선 도시로 전략적 접근…1200여 대리상 확보

 
 

세라젬헬스앤뷰티는 2010년 2월 출범한 회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칭다오에 중국법인이 설립됐다. 시작과 함께 중국에 진출한 셈이다. ‘K-뷰티’란 말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벤치마킹할 사례도 딱히 없었던 때다.

피어리스와 애경산업에서 화장품 실무를 갈고 닦고 직접 화장품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던 신윤창 법인장 또한 화장품은 알아도 중국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다. 그가 내놓은 전략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3~4선 도시를 우선 공략한다는 것이었다.

“1~2선 대도시는 시장은 크지만 유명 브랜드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승산이 없다고 봤습니다. 때문에 먼저 내륙의 성과 도시를 중심으로 판매거점을 마련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옳았다. 그러나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국내서도 만만치 않았을 신규 사업을 별다른 기반도 없는 중국에서 펼친다는 게 쉬울 리 없었다. 몇 되지도 않는 법인직원들이 발로 뛰어 현장을 누볐건만 결과물은 쉬 나오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대리상 계약을 하려면 무조건 사무실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어요. 그런 관행이 있는 건 맞지만 시장에 어두웠던 우리는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출했던 셈이죠.”

열의는 높았지만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되돌아보면 그 모든 게 일종의 수업료였다. 성과도 없이 과한 요구만 일삼던 거래처를 정리했다. 사업 파트너로서 진정성과 능력을 갖춘 이가 누군지 선별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고 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도 파악하게 됐다.

한번 탄력을 받자 사업은 빠르게 궤도에 올랐다. 때마침 불어온 ‘K-뷰티’ 열풍까지 더해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치솟았고 그중에서도 제대로 사업하는 한국 회사라는 인식 덕에 세라젬헬스앤뷰티를 찾는 대리상이, 소비자가 줄을 섰다. 세라젬헬스앤뷰티 중국법인은 설립 3년 만에 흑자기업 반열에 올랐다.

“무엇보다 큰 꿈을 품고 낯선 타국 땅에 건너와 악착같이 업무에 임해준 직원들이 저의 버팀목이 됐죠. 또 이들의 노고를 적절히 보상해줬을 뿐만 아니라 당장의 성과와 실적보단 정도 경영을 지지하고 지원해준 회사에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 중국인의 마음 얻는 회사 만들 터

 
 

어느새 6년이다. 신 법인장은 지난 6년 동안 낯선 중국 땅에서 사업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와 느낀 점을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꾸준히 연재해왔다. 조만간 이를 다듬고 묶어 책으로도 낼 생각이다. 6년 전과는 사뭇 다른 환경과 조건의 중국 화장품 시장 진출에 몸이 달은 이들에게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중국서 화장품을 팔겠다면서 위생허가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만 벌면 그만인 장사꾼이 아니라 경영자의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밀수로 넘어오는 화장품은 오래가지도 못할 뿐더러 나중에 정식으로 시장을 개척하려할 때 틀림없이 발목을 잡습니다. 중국서 사업을 하려면 철저히 중국법을 따라야하고 정직하고 투명하게 중국 소비자들을 만나는 법부터 익혀야 합니다.”

그는 이미 마케팅 전략을 소설 형식으로 쉽게 풀어 쓴 ‘인식의 싸움’이란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엔 ‘도전’을 테마로 한 ‘챌린지로 변화하라’라는 책을 또 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도 자신의 인생을 추동하는 건 ‘도전’이라 믿는 그다.

6년 전에 시작된 또 하나의 무모한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의 3~4선 도시들에서도 이제 글로벌 기업들과 로컬 기업들이 뒤섞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근거지인 칭다오에는 최근 한국의 화장품 기업들이 잇따라 중국법인을 세우고 세라젬헬스앤뷰티의 유사한 사업 모델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신 법인장은 올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기반을 잡고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동북3성 지역 진출을 도전과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론칭했고 이달 초에는 랴오닝성과 지린성, 헤이룽장성까지 북방 3개성을 포괄하는 미용 전시회에 참가해 지역 바이어 발굴에 나섰다.

궁극적인 도전과제도 벌써 수립했다. 세라젬헬스앤뷰티와 중국법인을 100년 기업의 반열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매출이 크고 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이기보다는 작지만 강한 회사, 중국인들이 취직하고 싶어 하는 회사, 중국 사회에도 기여하고 중국인 고객들의 마음을 얻어 오래 함께 가는 100년 기업의 토대를 제 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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