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의 나라를 능가하는 일본인들의 ‘메이와쿠 문화’는 남을 위한 배려와 질서의식으로 항상 표출되고 있었다.

▲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일본 협력업체의 초청으로 친지들과 함께 지난 4월24일부터 27일까지 일본을 다녀온 필자는 우리 주변의 생활환경을 유심히 살펴보는 스스로의 모습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일본의 거리 모습이 너무나 정갈해서다. 마치 매일매일 세차하는 어느 회장님의 빛깔 좋은 세단 차처럼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 농촌지역까지 티끌하나 없다. 그런 청결 모습이 너무나 부러운 나머지 오히려 화가 나기도 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해놓고 산다는 말인가?”

손끝으로 스윽 문질러본다 한들 손끝에 먼지 하나 묻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정갈한 모습과 우리의 자화상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거리 곳곳에 떨어진 담배꽁초들이나 검버섯 같은 껌딱지들, 쓰레기들이 잡다하게 널려진 쓰레기통 주변과 그 안의 음식물 잔해들, 고가도로 아래 담벼락이나 전신주 주변에 널브러지게 모여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과 봉투들...

일본에도 시골이나 변두리 길가 외딴 곳에 폐가는 있었다. 하지만 폐가일 뿐이었다. 무너진 담벼락이지만 마치 무너진 채 보관된 옛 가옥처럼 나름대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그곳에 투기된 쓰레기는 보이지 않았다. 폐냉장고나 화면 깨진 TV, 부서진 가구들, 유리창 깨진 창틀도 없었다. 공사장 주변처럼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 찬 우리나라 폐가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것은 일본의 몇몇 환경미화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더 나아가 지자체나 정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전체 일본인들이 참여하지 않고서는 아마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는 ‘메이와쿠(迷惑) 문화’다. 일본인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는 ‘메이와쿠 가케루나’ 교육을 받고 자란다는 것이다. 그 말과 정신이 가정·학교 교육과 사회 윤리의 핵심이자 일본 고유의 정신가치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메이와쿠 가케루나’를 아예 가훈으로 삼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남을 위한 배려정신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가훈이 많아 보인다.

그 같은 ‘메이와쿠(迷惑)문화’에서 일본의 화(和) 정신은 발휘됐다. 4월14일부터 20일까지 연이어 터진 일본 구마모토 지진에서도 그들은 침착하게 질서를 유지했고, ‘메이와쿠(迷惑)정신’에 따라 남을 배려했다는 소식이다.

지진 초기, 이재민 1000여명이 몰려든 구마모토현 아시키 마을의 한 체육관은 피난처와 같은 대피소였다.

물 배급 줄이 300m까지 길게 이어지고, 4명당 한 그릇씩 간신히 배급되는 아침식사 죽이 턱없이 모자라도 불평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사합니다”라고 고개숙여 인사하는 그들의 모습이 국내TV에도 보도됐다. 새치기하거나 더 달라고 떼쓰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가게 잔해더미에서 이것들을 꺼냈어요. 음식을 모두 나눠줬고, 이제 이것밖에 가진 게 없네요”

국내 TV뉴스에 비춰진 일본 편의점 점원의 말이다. 하나라도 더 꺼내 굶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못한 것이 오히려 미안하다는 투다. 우리 아들 살려내라고 울부짖는 부모나, 공무원 국회의원들은 물도 안주고 뭐하고 있느냐고 외치는 사람 없이 모두 침착하게 사태에 대처하고 있었다.

지난 2009년 11월 부산 사격장의 화재로 일본인 관광객 10명이 숨졌을 때도 부산에 달려온 일본인 가족들은 통곡대신 시신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조용히 흐느낄 뿐이었다. 자신의 슬픔조차 드러내는 것이 남에게 폐가 될까봐서다.

그런 일본인들의 인내와 배려, 질서의식을 서양 언론들은 ‘인류정신의 진화’라며 극찬했다.

남 탓으로 돌리려 하지 않고, 슬픔마저도 조용히 삭히는 일본 국민들이어서 그런지 질서유지에 동원된 공무원이나 경찰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 시간에 그 공무원들은 죽어가는 사람들의 인명구조에 나서고, 상하수도 전기 도로 등 기간시설 복구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진으로 다리를 다친 환자에게 구조대가 도착하자 미안해하며 “나보다 더 급한 환자가 없느냐?”고 묻는 그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필자는 오카야마 키비쥬오체육관에 모인 한국과 일본의 친지들에게 “더 넓은 ‘홍익인간세상’을 우리 힘으로 만들기 위해 일본의 문화를 배우러 왔다”고 선언했다.

그런 뜻에서 이번 방문길에 친지들과 함께 모은 100만 엔의 지진구호성금을 오카야마 현을 통해 일본적십자사에 전달했다. 그것은 ‘홍익인간세상’을 위해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우리들의 엄숙한 다짐이기도 하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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