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서부터 맥주까지, '슬로우 정신'의 힙스터 문화 유행

 
 
2016년 영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패션 트렌드가 등장하며 '싸게 사서 쉽게 버리는' 시대의 종말을 고했다.

스페인의 자라(Zara), 스웨덴의 H&M, 미국의 포에버21(Forever21) 등이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값싸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 트렌드가 2008년 이후 영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해 왔지만 최근 지속 가능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며 트렌드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KOTRA 런던 무역관이 현지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 한 번 사면 평생 입을 수 있는 '옷다운 옷'을 원하는 소비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싸고 부담 없이 먹는 패스트푸드는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돈과 시간을 들이더라도 제대로 조리된 '슬로우 푸드'를 먹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생각이 다른 분야에까지 투영돼, 의류제품 또한 싸구려를 사서 얼마 못 입고 버리는 것보다는 좋은 품질의 옷 한 벌을 평생 입는 게 이득이라는 개념이 확대되고 있는 것.

특히 영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물건을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행태를 보여 빈티지 제품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높은 상황. 때문에 이러한 슬로우 패션 제품은 영국인의 국민 정서와 잘 맞는 것으로 풀이 된다.

실제로 슬로우 패션 브랜드 제이디(Zady)의 공동창업자 맥신느 베닷은 “우리 고객들은 슬로우 패션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면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영국인들은 최근 수년간 제품을 싸게 많이 사서 빨리 버리는 미국식 소비행태를 강요받았으나 세계에서 골동품 시장이 가장 발달된 진짜 영국인들의 빈티지에 대한 충성심은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슬로우 패션의 가치는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에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끼도록 해 제품이 더 이상 자신이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해주고 자신과 함께 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일부라고 여길 수 있는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이 제 3세계에서 공장을 돌려 만드는 제품보다는 제품에 대한 애착과 자존심을 가진 장인이 직접 제작하는 제품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행하는 슬로우 패션시장은 대기업보다는 소기업. 그중에서도 스타트업들이 진출하기에 적합한 시장으로 영국에서 청년사업가들이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런던에서 슬로우 패션으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들 중 하나인 톰 크리드랜드(Tom Cridland)의 창업자 톰 크리드랜드는 25살의 청년으로 2014년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창업대출 6000파운드로 창업한 성공 사례다.

 
 
최근에는 H&M, Urban Outfitters와 같은 대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쫓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들은 메인 라인업 외에 프리미엄 라인업을 신설해 슬로우 패션을 표방하고 있다.

영국의 패션 명가인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 또한 2016년 AW(추동) 시즌부터 영국에서 영국 장인들이 생산한 의류 라인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KOTRA 런던 무역관은 “지난 2016년 SS(춘하) 시즌 런던 패션 위크에서 데뷔한 400 개의 신흥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들 중 100개 이상이 '슬로우 패션'을 표방하고 나서 이 카테고리의 디자이너 데뷔 컬렉션을 새로 만들 정도로 업계에서는 슬로우 패션이 향후 수년간 시장을 이끌 트렌드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소규모 1인 창업이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 청년 사업가와 패션 디자이너들의 영국시장 진출 아이템으로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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